초대일시_2009_0422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금요일 10:00am~09:00pm
부산시립미술관 內 시민갤러리 BUSAN MUSEUM OF ART 부산시 해운대구 APEC로 40번지 Tel. +82.51.744.2602 art.busan.go.kr
표면은 내면일 수 있다. ● 바닷가에 한 여인이 서 있다. 구름이 수평선을 덮고 있지만 비가 듣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도 우산을 바쳐 들었다. 파도도 없지 않지만 거칠지 않다. 모래톱을 적시는 물길은 부드럽고 완만한 곡선을 보여준다. 손을 적실 듯 친화감을 안긴다. 세부 묘사가 생략된 듯한 여인의 모습은 어둡다. 빛을 안고 선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아래 그림자가 거의 없다. 정오인가? 자신을 숨길 그림마저 가장 짧은 순간이다. 그러나 그 시간대는 모든 것이 선명하게 자태를 드러내는 시간 아닌가. 하필이면 그런 시간대일까. 소리도 움직임도 없다.사건도 없다. 일상의 상투적인 한 장면이자 포즈이다. 더 생각할 것도, 연상할 것도, 무겁게 새겨야 할 것도 없이 모든 것이 다 표면으로 드러난다.
이영주의 이번 작업을 일견한 인상이다. 다른 작품에 대한 인상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만그만하다. 그것은 의미를 배제하기 위해 표면에 집중하는 양식적 특징 같다. 이야기나 사건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연상이나 상상의 여지를 최소화 하고 방법적으로 상투적이거나 뻔 한 것을 통해 더 이상의 심오한(?) 의미 추적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의미나 읽기의 복잡함 대신 순간의 포착에 집중하도록 한다. 그리고 정지가 아니라 운동으로 민감한 이미지를 만들어 표면에 시선을 잡아두는 것이다.
흔한 장면은 그것이 상징적 의미나 이면을 보여주지 않으면 상투적이라 위험하다. 그래서 형태를 왜곡하거나 우회적인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영주의 이번 작업은 대체로 흔한 장면, 평범한 스냅사진 같은 인상을 감수하고 있다.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지만 그 이상 아니다. 대상 그자체만 드러나는 순간의 포착에 가깝다. 바닷가에서 허리를 굽히고 눈 아래를 살피는 아이를 묘사한 작품도 마찬가지이다. 나뭇가지 휘늘어진 옆으로 오토바이를 몰고 가는 운전자의 등과 헬멧의 반사광을 그린 작품도 그렇다. 거기에는 어떤 사건도 이야기의 흐름도 없다. 풀장에서 수영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다. 물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묘사해서 표면에 시선을 집중하게 하지만 그런 외는 어떤 이미지도 없다. 물의 일렁거림을 묘사할 뿐 별다른 의미로의 비약은 보이지 않는다.
어떤 연상도 더 이상의 움직임도 사건도 요구되지 않는다. 시간의 연속에서 오직 거기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거기 있음은 시간이 정지된 순간이다. 시간이 정지되면 움직임도 없다. 움직임이 없음은 사건을 배제하는 것이다. 사건의 배제는 시간의 배제이다. 그러나 움직임은 있다. 미세한 물의 움직임은 사건을 배제하면서 표면을 잡은 것이다. 여기에 이영주의 이번 전시의 의지가 목격된다. 섬세한 움직임 혹은 순간이 아니라 섬세한 울림으로서 장면의 생성이다. 묘사된 일렁이는 표면만으로 가능한 생성이다. 정경 너머의 상징이나 응시가 아니다. 묘사는 설명이자 해석이지만 표면만 드러낸다. 그 자체로 그곳에 있는 것이다. 모든 다른 것들의 부재를 통해 드러나는 표면은 상징이 아니라 결핍으로 남는 어떤 것, 실재에 대한 그녀의 시선이다. ■ 강선학
Vol.20090422f | 이영주展 / LEEYOUNGJOO / 李英周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