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0418_토요일_05:00pm
기획_체어스온더힐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체어스온더힐_chairs on the hill 서울 종로구 가회동 97번지 Tel. +82.2.747.7854 www.chairsonthehill.com
나의 최근 작업은 대중매체 이미지나 기존의 내 작업 이미지를 해체해 재조합하는데서 시작된다. 가령, 과거의 작업에서 봄을 상징했던 새의 이미지와 옛 사진을 충돌시키면 새는 새로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해체와 재조합은 작품 안의 여러 요소들을 의미 불변의 것이 아닌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도구가 된다.
때때로 나는 작업을 한다는 것이 사람과의 관계 맺기와 유사하다고 느낀다. 내 지난 작업들은 이미 완결된 상태로 고정되어 있어 현재의 내 작업과는 늘 대치되는 모순이 종종 날 힘들게 했다. 마치 변치 않을 것 같던 순간들과 무관하게 나와 네가 변해가듯 말이다. 작업이란 혹은 사람간의 관계란 명료할 때도 있지만 모호할 때가 더 많다. 그래서 충돌시키기를 시작했다. 내 과거의 작업을 부정하지 않으려면, 우리의 관계를 지속하려면, 변화에 당혹감을 느끼기보단 변화의 주체가 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의 여러 작품에는 할머니가 한 사람 등장한다. 얼마 전 돌아가신, 나와의 이상적인 관계를 가졌던 외할머니와 어딘지 닮아 간직하고 있던 이미지이다. 이 할머니 이미지 역시 실제 돌아가신 분의 사진으로, 죽음으로 인해 삶의 모든 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존재이다. 실패한 관계를 외면하고 싶을 때 내 비겁함의 도피처가 되어주었던 이미지이자 동시에 절대 실패할 수 없는 이상적인 관계를 떠올리게 해주는 이미지이기도 했다. 최근 작업들에서 서로 뒤섞인 여러 이미지들이 새로운 내러티브와 관계를 형성해나가는데 반해 할머니 이미지로 전개된 작업들은 지속되지 않는 관계들을 대면하게 한다. 작업과 사적인 영역에서의 내 관계들은 항상 변화하고 또 종종 실패하곤 한다. 사람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실패의 상처를 감추지만, 흉터는 항상 남기 마련이다. 실패와 대면한다는 것은 흉터를 감추지 않고 바라보는 것이다. 하나하나의 할머니 이미지들은 나의 흉터와 다르지 않다.
변화하는 작업을, 관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여 새로운 관계를 위한 통로로 만들고자 하는 공간이 『할머니의 방』展이다. 그것이 실패한 관계이더라도 무시하지 않고 마주보아 다음을 위한 도구로 삼는 것이 더 나은 관계를 전개할 수 있게 하는 태도라 믿기 때문이다. ■ 구세주
Vol.20090420f | 구세주展 / KOOSEHJOO / 具世周 / pr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