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0417_금요일_06:00pm
안국약품(주) Gallery AG 신진작가 공모전1
주최_안국약품(주), 한국큐레이터협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AG_GALLERY AG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 993-75번지 안국약품 1층 Tel. +82.2.3289.4399
요즘 살맛나십니까? 이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은 살의 양과 거리를 둡니다. 살의 질이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원인으로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때론 살의 양만 키워 결국 거울 앞에 선 자아를 비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작가는 자신의 프랑스 유학초기 낯선 환경에 기인한 스트레스에 방어하기 위한 수단을 찾다가 폭식이란 마법에 걸려들게 됩니다. 과장된 비유일지 모르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마법에 걸린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몸의 큰 변화(?)를 보고 겪은 것이 자연스럽게 작업의 주제를 찾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풀어 놓았습니다. 당장 생리적, 정신적 허기와 공복감을 매워주는 마법이 고마웠지만 그 화려하게 치장된 마법에 병들어가는 인간의 삶으로 관심을 옮겨갑니다. 이제 마법에서 풀려난 작가는 이제 먹고 먹히는 것들에 대한 해석과 해부에 몰두하게 됩니다.
작가의 작업을 해석하는데 다음의 단어들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비만, 우울증, 유혹, 가공, 성형, 폭식 등. 전시장의 풍경은 어찌보면 유아용 인체해부학 실험실이나 연구실 같습니다. 알록달록 고깃덩어리 같은 뭉치들이 겹겹이 너부러져 놓여있고 내장해부도 같은 드로잉들이 전시장 벽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본인이 겪은 살(skin, meat)과 삶(life)에 대한 기억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결국 살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특히 자신의 몸을 지배했던 탄수화물과 가공식품에 대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살(skin, meat)과 삶(life)에 대한 애정어린 의견을 이미지 언어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에 기인한다." 진부한 말이지만 다시 환기해 보려 합니다. 이 말은 바꾸어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로도 해석됩니다. 정신과 육체가 하나로 유기체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겠지요. 정신이 부재한 육체는 한 낱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며 육체를 떠난 정신은 확인할 수 없는 영혼에 지나지 않겠지요. 이렇게 말장난을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작가의 작품들을 해석하기 위함입니다. 정신과 육체 상호간의 관계를 매개하는 것들이 작가의 중요한 작업개념입니다. 작가는 아직도 지난날 폭식의 경험 후 겪었던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나질 못한 것 같습니다. 육체적인 외상은 치유가 되었겠지만 정신적인 내상은 무의식의 공포로 잠재해 있다고 할까요. 오해는 하지 맙시다. 작가의 정신상태를 부정적인 관점에서 보려는 것이 아닙니다. 치유되지 않은 정신적 내상이 현재의 작업에 중요한 에너지로 작용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임지연의 작업을 이해하는 데에 작가의 내면에 대한 심리적 추측을 중요한 해석의 접근방식으로 삼으려 합니다. 최근의 작업(composition series)을 제외하고는 기존의 설치조각(스판천으로 만든 내장 덩어리)들과 폭음폭식 비디오 시리즈, 그리고 가공식품을 소재로한 드로잉들은 들려주기 위한 이야기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우선 무엇이 들어있을지 모를 알록달록한 몸 속 내장들을 꺼내어 놓고 관람객들로 하여금 스킨십을 유도합니다. 뱃속에 누워보는 기분이랄까요. 밝고 화려한 몸속의 내장들을 꺼내 보이며 그곳에서 뒹구는 이들의 반응을 조심스럽게 살펴봅니다. '당신 뱃속입니다. 어떠세요… 기분이…. 뱃속에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아시나요…'. 그리고 친절하게 그 해부도를 벽면에 장식해 보여줍니다. 가공식품으로 재 가공된 몸속 장기들의 해부도를 보여주면서 묻습니다. '맛있나요? 이쁘죠? 살맛나세요?'. 그리고 그 식욕과 몸의 이야기는 성(性)과 몸의 이야기로 옮겨갑니다. 최근작 「COMPOSITION SERIES」가 그렇습니다. 구성시리즈는 여성과 남성의 성적 상징들을 보여줍니다. 지난 작업들과 차이가 있다면 이야기 구조의 드로잉이 아닌 시각을 자극하면서 조형성을 강조한다는 점입니다. '성형'과 '정력' 지상주의를 언급하기 위해 상징과 강조법을 택한 것 같습니다. 주제면에서 자연스럽게 식(食)-욕망-성(性)의 삼각 고리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작업 개념을 연주하는 배우들은 여전히 '먹을 것들'입니다.
'불가근(不可近, 不可遠)'이란 말을 떠올려 봅니다. 근사한 말로 중용(中庸)이란 단어도 있습니다. 굳이 영어로 'cool'이란 단어가 이에 해당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임지연의 작업들을 유심히 보면서 위와 같은 삶에 대한 태도를 생각하게 됩니다. 인간이 가진 여러가지 욕망 중에서도 식욕과 성욕은 단연 자극적입니다. 과거로부터 인간의 욕심을 원천봉쇄한다 치면 이 두가지 욕망이 우선 대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최고의 권장상품이 되었습니다. 격세지감입니다. 욕망에 대한 권리와 의무는 이제 인간 스스로에게 던져졌습니다. 능력이 닫는다면 마음껏 먹고 누릴 수 있는 세상입니다. 권리와 의무가 공존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범위에서입니다. 그런데 그 권리도, 의무도 오염돼 버린 세상입니다. 화려하게 치장된 욕망들을 마구 먹고 누렸다가는 그만 삶을 잃게 됩니다. 어찌되었건 작가 임지연의 작품들에는 '화려한 것에 눈멀지 말지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의심하라'라는 살과 삶에 대한 경고와 주문이 내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살(skin, meat)에 대한 이야기들이 삶(life)에 대한 물음으로 귀착된다니 당혹스럽긴 합니다만, 다시금 묻습니다. 지금 살맛나십니까? ■ 윤상진
체계성을 가지고 순환하는 이 사회에는 많은 구성요소들이 있다. 그것들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법칙에 따라 기능하며 존재한다. 인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서 이성과 감성을 배분하며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아무 문제없는 듯 평온한 흐름 속에서도 각각 작은 요소들끼리의 갈등이 발생한다. 언뜻 사소한 듯싶으나 이 충돌은 점점 불거진다. 이 엄연한 대립은 생각할 수 있는 동물인 인간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공격의 형태로 드러난다. ● 인간은 이런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행동을 취한다. 이런 정신적 방어 자세는 곧 비만을 이야기한다. 사회적 현상이 사회를 대변하듯 사람의 몸 자체가 정신의 반영에 따른 하나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 인간의 몸에서 일어나는 대사작용-순환과 소화, 배설-등이 어긋나는 순간 문제가 생긴다. 음식을 섭취하고 그것을 소화하며 유지되는 몸이 과도한 섭취로 인한 잉여에너지의 축적으로 불편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기초대사량이 감소하고 소화와 배설에 문제가 생기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며 곧 모든 대사작용은 극한의 상황, 마비의 지경에 이른다. ● 그러나 외부의 자극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이라 여기며 인간은 쉬지 않고 신체에 과도한 영양을 공급한다. 소화되어 흡수되는 적정량을 넘어서면 나머지는 몸 속 곳곳에 쌓이게 된다. 이때 생성된 불필요한 지방이 결국 몸의 외형변화로 드러나게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과정을 정신적인 치유라고 착각한다. 미각은 이런 착각의 우선적인 도구로서 작용하며 음식의과도한 소비 이후, 빚어지는 비만이라는 결과를 충족이라는 이름으로 미화한다. 우리는 이러한 몸의 외적 변화를 일종의 심각한 증후군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다만 고통에서 벗어난 충족과 쾌락의 상태라고 합리화시킨다. 몸으로부터 시작된 고통을 음식을 통한 쾌락- 정신적 충족감-으로 해결하려고 했던 노력은 부질없게도, 또 다른 신체적 고통-비만-이란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현상은 산업사회 속 현대인에게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산업화와 근대화를 통해 혁명이라 지칭할 수 있는 급속한 문명의 발달이 이루어졌다. 수없이 등장한 문명의 이기로 인해 삶의 형태는 달라졌으며, 18세기 계몽주의 사학자들을 비롯한 일부는 진보로서의 역사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의 삶이 진정한 진보와 풍요로움을 이루었는가? 오히려 현대 사회 속에서 개인은 끊임없는 내부적 갈등으로 인한 고통을 감수해야 하며 곳곳에는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사회적 문제들이 산재해있다. 그것들은 다만 문명이라는 미명하에 감추어져 있을 뿐이다. ● 나의 작업은 설치, 비디오와 사진으로 지극히 문명화된 현대 사회와 그 속에서 고통 받는 개인을 표현한다. 비만으로 나타나는 정신적증후군은 쾌락이란 형태로, 고통스러운 현대인을 위로해주는 도구로 둔갑했다. 대중들도 내 작품의 아름다움에 취해보고 만지고 느낄 것이다. 그리고 내 작품의 외양-형태와 색-에서 시선을 두며 아름다움이 주는 위안을 받는다, 여길 것이다. 그 자체가 착각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 임지연
Vol.20090415g | 임지연展 / LIMJEEYOUN / 林志姸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