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풍경-사유의 공간

조원희展 / CHOWONHUI / 趙媛熙 / painting   2009_0401 ▶ 2009_0414

조원희_풍경0807_유리실_30×30×2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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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401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월~토요일_10:30am~06:30pm / 일요일_11:00am~06:30pm

갤러리 도올_GALLERY DOLL 서울 종로구 팔판동 27-6번지 Tel. +83.2.739.1405~6 www.gallerydoll.com

얼룩은 보통 불필요한 것, 더러운 것, 지워져야 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어느 날 옷에 묻은 얼룩이 사막의 모래언덕처럼 보였고, 그 순간 사하라 사막의 어떠한 빛도 없어 너무도 깜깜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별들 때문에 환했던 그 밤하늘이 생각났다. 얼룩을 보고 과거의 어떤 기억이나 형상이 떠오르는 순간 본인에게 그 얼룩은 더 이상 불필요하고 지워져야 하는 대상이 아닌 하나의 풍경으로 다가왔다. 본인은 그 풍경이 된 얼룩과 같은, 기억과 추억을 환기시켜 잠시나마 쉬며 바라 볼 수 있는 사유의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조원희_풍경0919_유리실_44×44×1cm_2009

이것은 기존의 주변을 관찰하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직접 얼룩 따위를 만들어 놓고 그 곳에서 다른 형상을 발견하는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화한다. 본인은 우연성, 특히나 무엇이 만나 움직이면서 만들어내는 그 흔적에 집착했는데, 이것을 표현하기에 유리가 적합했다. 액체에서 고체로 그리고 다시 액체로 변형이 가능한 유리를 이용하여 화면의 점(dot)들이 움직여 선이 되고, 면이 되어, 공간을 이루는 그 순간을 한 화면에 동시에 담아낼 수 있었다. 본인 작업 '풍경'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며 대부분 계획적이며 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 액체 상태의 투명한 유리를 쇠파이프에 말아 색을 묻힌 후 길게 뽑고, 그것을 잘라 몰드에 꽂은 다음 열처리과정을 거쳐 한 덩어리로 다시 만든다. 그러고 나서 표면을 투명하고 반듯하게 연마한다. 열처리과정을 통해 생동감 있는 움직임의 흔적을 한 화면에 동시에 담아낼 수 있었다. 또한 이것은 관객의 위치에 따라서 다양한 모양으로 관찰 될 수 있어, 일반 캔버스와 차별성을 가질 수 있었다. 유리를 통해 얻어진 이 생생한 화면은 적당한 온도변화만 있으면 언제라도 다시 변형이 가능한 유기적이고 생명체와 같은 특성을 지닌다.

조원희_풍경0701_유리실_27×27×2cm_2007

처음엔 최대한 인위성이 배제되고 무작위한 얼룩이 만들어 지도록 하였는데, 이를 통해 본인이 선호하는 얼룩의 모양을 파악 할 수 있었고, 반복된 실험을 통하여 얼룩의 모양과 번짐 정도를 어느 정도 조절하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본인 작품에 등장하는 우연은 어느 정도 계산되고 편집된 우연으로 변화하게 된다.

조원희_풍경0702_유리실_27×27×2cm_2007

본연의 성질이 예민해 처음엔 다루기 까다로운 유리를 이해하고 그것에 본인이 익숙해져 가는 과정은, 현대인이 고단하지만 반복적인 노동으로 삶을 지속시키는 것과 닮아 있다.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서 우연적인 얼룩을 조절 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고, 그것을 이용하여 작품을 만들고 예술가로서의 정당성을 획득하고자 했다. 반복적이고 계획적인 행위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매번 조금씩 다른 형태의 얼룩으로 나왔는데, 이런 우연성은 얼룩에서 우연히 발견된 풍경처럼 작업과 삶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조원희_풍경0813_유리실_60×60×2cm_2008

2006년에서 2008년의 기간은 유리의 특성을 배우는 시간이었을 뿐만 아니라, 평면에 대한 본인의 갈망을 증폭시켜주는 기간이기도 했다. 때문에 이 시기에 '풍경' 시리즈와 같은 유리를 이용한 다양한 평면 작업이 본인 작업의 주를 이루었다. 투명성과 양면성을 가진 유리 평면 작업이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는 곳은 한쪽이 막힌 벽이 아니라, 양면으로 관찰 가능한 공간이라고 생각된다. '풍경' 시리즈 작업이 자기 반추에서 끝나지 않고, 처음의 바람과 같이 타인에게도 효용성 있는 공간이 되도록 앞으로는 화면의 영역을 건물의 유리창과 같은 공적인 공간으로 조금 더 확장시키고 싶다. ■ 조원희

Vol.20090407g | 조원희展 / CHOWONHUI / 趙媛熙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