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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403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토요일 10:00am~05:00pm / 일요일 휴관
TJH갤러리_TJH GALLERY 서울 강남구 역삼동 707-38번지 테헤란오피스빌딩 3층 Tel. +82.2.558.8975
少少益善, 간결함의 미학 ● 이종송은 자연으로 자연을 그린다. 그는 우리나라 곳곳을 다니며 좋은 흙을 구해 그 흙으로 직접 물감을 만들어 산과 물과 나무와 꽃을 그린다. 그는 불화를 그리던 전통적인 기법 가운데 하나인 흙 벽화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이를 벽이 아닌 화판에 적용하여 10년이 넘도록 자연을 그리고 있다. 90년대 중반에 처음 선보인 「움직이는 산」 연작과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한 「오래된 미래」 시리즈는 이렇게 해서 얻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믄 움직이는 현대 벽화이다.
소소익선, 적을수록 좋은 것이다 ● 기법과 재료는 변화가 없지만, 다시 말해 작품을 담는 형식은 10년 넘게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작품 안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움직이는 산」 연작은 작가가 여행하고 경험하고 관찰한 산을 다양한 시선으로 담아내는 작품이 대부분인데, 이때 작가는 부분보다는 전체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부감법을 활용하여 마치 산이 용처럼 꿈틀대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로우 앵글로 산을 포착하여 자연의 역동성을 담아내었다. 「오래된 미래」 시리즈에는 다층적인 이야기가 숨어 있다. 그의 그림에는 「움직이는 산」에서 보이는 산과 물뿐만 아니라 전통 담장이 등장하는가 하면, 또 한편으로는 반구대 암각화에서 본 듯한 새와 사슴과 고래와 사람과 호랑이가 등장한곤 하였다. 사슴은 산을 놀이터삼아 자유롭게 뛰어놀고, 사람은 손에 손을 잡고 춤추고, 심지어는 고래도 바다를 유영하듯 산에서 헤엄치고…. 꿈속의 한 장면처럼 환상적이고, 때로는 신화적인 느낌이 강하게 전해져 오는 「오래된 미래」 연작은 풍성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게 큰 매력이었다. 다양한 구성 요소 때문에 연기를 잘하는 배우처럼 표정이 풍부했으나, 반대로 같은 이유 때문에 주제의식이 분산되는 아쉬움이 있었다.
최근 이종송은 제법 의미 있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2009년 초부터 작업을 시작한 그의 근작 「공존의 이유」를 보고 있노라면 '버리는 것이 얻는 것'이라는 경구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움직이는 산」에서처럼 산을 전체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오래된 미래」의 다층적인 이미지도 사라졌다. 이종송 근작의 핵심은 간결함이다. 산은 전체보다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선을 활용하여 자연의 역동적과 리듬감을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표현해내고 있다. 그 많던 나무는 다 사라지고 하나 아니면 두 그루가 도드라지게 등장한다. 꽃도 마찬가지다. 「오래된 미래」 연작에는 흰 꽃 혹은 붉은 꽃이 마치 폭죽 터지듯 나무에 가득했지만 근작에는 꽃잎 몇 장이 한편의 시처럼 아름답게 피어 있다. 민화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구름과 폭포가 종종 보이지만 그것은 아주 부수적인 것이어서 간결함의 미학을 방해하지 못한다. 절제와 단순미는 그의 그림에 긴장과 울림을 준다. 그리고 이 울림과 긴장감이 그림을 살아나게 만들고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자연을 바라보는 이종송의 시선과 조우하게 된다. 이종송은 버림과 생략, 절제를 통하여 멈춘 듯 보이는 자연도 사실은 '스스로 그렇게' 존재한다는, 산과 물과 나무와 꽃이 서로 의존하거나 균형을 유지하며 상생의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있다는 평등적 자연관을 조용히 웅변하고 있다. 그는 장식과 곁가지를 버림으로써 본질을 얻었다. 부분으로 전체를 말하고, 적은 것으로 핵심을 웅변하는 그의 작업은 그러므로 소소익선의 미학이다.
음과 양, 혹은 존재의 뿌리 ● 사전적으로 정의하면 음양이란 우주 만물을 만들어내는 상반된 성질의 두 가지 기운이다. 조금 풀어서 설명하면 음양은 세상의 이치를 설명하는 두 개의 기둥이자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존재하게 하는 뿌리이다.
이종송의 「공존의 이유」를 감상하다 보면 문득, 우리의 존재의 바탕인 음양 이론을 발견하게 된다. 이종송은 자신의 작품 속에 다양한 형태의 음양적 구성을 회화적으로 펼쳐놓고 있다. 하늘과 땅, 산과 물, 꽃과 나무, 굵고 직선적인 선과 부드러운 곡선, 수직적인 나무와 수평적인 나무, 그리고 암수나무의 뒤엉킴까지…. 음양적 구성법은 「공존의 이유」에서 성공적으로 구현한 이종송의 독특한 회화문법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면 이 음양적 회화문법이 작가가 일관되게 견지하는 상생의 자연관과 맞닿아 있음을 알게 된다. 상생의 자연관이란 사물의 크고 작음을 떠나 각각 존재의 가치가 있으며, 그 존재들이 모여 마침내는 자연이라는 생명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믿음이자 인식이다.
이종송은 다양한 형태의 음양적인 요소를 서로 소통시키고 관계 맺으면서 작품에 긴장미와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하늘과 땅을 대비시키는가 하면, 굵은 선으로는 역동성을, 또 곡선으로는 화면 전체에 리듬감을 살려준다. 작가는 여기에 덧붙여 점강법을 활용하여 극적인 반전 효과를 획득하고 있다. 점강법은 크고 높고 강한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점점 작고 낮고 약한 것을 표현함으로써 극적인 강조의 효과를 얻으려는 수사법이다. 작가는 저 멀리 하늘부터 시작하여 그 다음엔 산, 구름, 물, 그리고 마지막에는 나무, 꽃으로 관객의 시선을 끌어들인다. 산이나 물은 배경이 되지만 그보다 작은 존재인 나무와 꽃을 강조함으로써 우리의 시선을 순간적으로 환기시킨다. 일종의 점강법이자 화룡점정법이다. 옛날 어떤 화가가 용을 그리고 난 뒤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려 넣었더니 용 그림이 실제 용이 되어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듯이, 산과 구름과 물과 나무를 그린 다음에 느낌표를 찍듯 꽃을 피워내니 드디어 화폭이 생기로 가득 차게 되는 것이다. 이제, 산이 용처럼 꿈틀거리고, 구름은 어깨를 움직이며 신선처럼 춤을 춘다. 물은 음악 소리를 내고, 나무는 암수가 뒤엉켜 사랑을 하더니 시보다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고 있다. 정중동, 그의 화폭이 고요한 듯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 유명종
Vol.20090407e | 이종송展 / LEECHONGSONG / 李宗松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