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0408_수요일_06:3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아트비트갤러리_ARTBIT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 156번지 성보빌딩 301호 Tel. +82.2.722.8749 www.artbit.kr
어느 여름 밤, 어린 나는 인적 없는 길을 혼자서 뛰어가고 있다. 철길 위에서 무언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뒷동산, 우리만을 위한 아지트에서 나는 아빠, 그 아이는 엄마가 됐다.
기억 속의 고향은 철저히 외롭거나, 충격적이거나, 혹은 부끄러운 것들로 점철되어 있다. 누군가의 향수어린 '고향'이 나에게는 아물지 않은 채 고스란히 남아, 현재를 살아가고 있음에도 아직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내게 또 한번 생채기를 낸다.
시간이 지나면서 간섭과 망각으로 인해 왜곡되어버리는 기억은 아련한 추억으로 무뎌지곤 한다. 하지만 아무리 추억이라는 말로 에두르려 해도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얇은 막을 뚫고나와 이내 상처를 내는 기억들이 있다.
실재인지 혹은 환영(幻影)인지 판단을 내릴 수 없다. 다만, 기억하고 싶지 않은 왜곡된 과거를 곱씹으면서 -기억들을 의식 저편으로 묻어버릴 수 없다면- 들춰내어 직시하므로 그 속에 갇혀 있는 자신으로부터 스스로를 놓아주려 했다.
기억에서 벗어났는가? 아니면 더 깊은 상처를 발견했는가? ■ 백연희
Vol.20090405e | 백연희展 / PAIKYEONHEE / 白娟禧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