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공연_2009_0402_목요일_08:00pm 두번째공연_2009_0403_금요일_08:00pm
국제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봄 초청작 www.festivalbom.org
연출_서현석 [email protected] blog.naver.com/zeroaura
공동기획_아르코시티극장
출연 김만종_김영진_김예은_김요아_남현우 말자_유진희_이상우_이지현_정완영_채송아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_경기문화재단_K-SAD 다원예술공연
티켓_연루석_30,000원 / 방관석 10,000원 옥션티켓 예약 / ticket.auction.co.kr 티켓링크 예약 / theater.ticketlink.co.kr
아르코시티극장 Arko Contemporary Teater 서울 종로구 동숭동 1-67번지 대극장 Tel. +82.2.3668.0029 www.arkoct.or.kr
사기꾼의 영결식. 고루한 현장검증. 가짜 어둠과 가짜 기억들. 반복되는 외상.
의혹의 유혹. 광대 없는 광대극. 침묵을 배반한 무언극. 무의미의 무의식. 눅눅한 콧김.
차라리 오르가즘이 되고 싶은 경련. 연극이 되고 싶은 거짓말. 10초간의 경건한 반성.
소심한 기도문. 반복되는 외상. 죽은 언어의 환생. 소통의 불온한 의도, 아니 참 외도.
「FAT SHOW: 영혼의 삼겹살, 혹은 지옥에 모자라는 한 걸음」은 한 평범한 듯 이상한 유괴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사라진 꿀꿀이의 잘린 손이 퀵으로 배달된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꿀꿀이 가족들의 무의식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사건의 실체가 흐려지기 시작한다. 연극으로서의 정체성마저 녹는 듯하다. 누군가가 무대 위의 '사실성'을 유괴한 것처럼... 남는 것은 부당한 질문, 질문들뿐이다.
무대 위의 상황은 어떤 사실을 나타내는가? 무대 밖의 어떤 현실과 결탁하는가? 연극이란 무엇인가? 무대는 무엇을 드러내는가?
「FAT SHOW: 영혼의 삼겹살, 혹은 지옥에 모자라는 한 걸음」은 연극이 맞지만 배우는 냉담하고, 수화는 나오지만 소통은 단절되며, 뮤지컬 같지만 무용수는 우울한 권태 속에서 허우적대기만 한다. 「FAT SHOW: 영혼의 삼겹살, 혹은 지옥에 모자라는 한 걸음」은 침묵을 배반한 무언극이자, 광대 없는 광대극이다. 지방기 많은 디너쇼다. 소멸하다 남은 찌꺼기 언어의 영혼의 무도회다.
「FAT SHOW: 영혼의 삼겹살, 혹은 지옥에 모자라는 한 걸음」은 연극과 설치미술, 무용과 수화, 패션쇼와 사이코드라마의 간극에서 중간적으로 배유한다. 전통적으로 무대 위에서 극의 내용을 환영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무대 장치들은 설치미술의 개념으로 활용되어 관객을 공연의 일부로 끌어들이고, 연극의 전통적인 제4의 벽은 기형적으로 변형되어 관객들에게 연극에 대한 불온한 질문을 던진다. 관객들에게 음식은 제공되지만, 식욕은 이미 무대에 대한 의구심으로 변질되어 있다. 드라마는 공연 후 관객들의 손에 남는 상자 하나로 연장된다.
이것은 어느 유괴범의 납치극인가. 글쎄, 나중에는 그것이 혹시 사후의 현장검증 상황 아니었던가 하는 의구심으로, 그것이 착각이어도 상관없을 그 무엇으로 변모해버린다. 서현석 연출의 「팻쇼」는 마술적이고 초현실적인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돼지코가 붙어있는 얼굴들이 밑그림처럼 깔린 채, 미니어처를 빠져나오는 몸의 웨이브가 리듬을 작동시키는 풍경이나 그로테스크한 퍼포먼스를 토해내기도 한다. ● 퀵서비스는 아이의 잘린 손을 배달해오고 '인생은 나그네길'이라는 죽음의 예고가 담긴 테이프를 들이민다. 영혼-아이의 실종 혹은 결여는 욕망을 더욱 부추기며 지방질만을 부풀리는지 모른다. 하지만 뒤집어보면 그러한 필사적인 기름덩어리의 변죽에 의해 그 자체가 그나마 기능하지 않는가. ● 그야말로 기름기에 발이 미끄러지는 헛짓이 알게 모르게 견인하는, 보이지 않는 심연 아닌가. 살 떨리는 공포는 다른 게 아니다. 과잉의 감각과 허다한 이물감으로 작동하는 이 공연에는 어떤 불길함과 세포를 수축시키는 전조들이 수시로 엄습한다. 미세한 망으로 된 스크린을 앞뒤에 세운 런웨이형 무대자체부터가 이미 시야에 대해 적대적인 가운데, 무대에서 빠져나온 유령 같은 여인들이 객석 앞을 가로지르는가 하면, 거대한 돼지 형상이 바람을 끌어 모아 팝업하든, 모형 헬기가 출격하든, 불편하고 예기치 못한 작동들이 어쩔 수 없이 감각의 무방비 상태로 빠져들게 한다. 언어는 자꾸 유희적으로 미끄러지고 부조리하게 번져갈 수밖에 없다. ● 이 모든 작동방식은 상당히 비합리적인 듯 정교하다. 그러면서 이 모든 절합 속에 불현듯 마주치는 실재의 파장과 공포의 테크닉에 온몸이 떨리면서도 입맛을 다시는 것이다. 아득할수록 감각은 더욱 강렬해지며 알고 보면 구멍투성이인 삶 자체는 다시 선물처럼 다가온다. ■ 허명진
Vol.20090404e | 팻쇼: 영혼의 삼겹살, 혹은 지옥에 모자라는 한걸음 / 다원예술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