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GALLERY M 서울 종로구 낙원동 283-38번지 Tel. + 82.2.735.9500 blog.naver.com/gallerymh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돈만으로 살 수 있는가? 라는 질문 던지면 누구도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분명 현대인는 정신적 가치보다 물질적 가치가 우선시 되는 사회 속에 살고 있다. 이런 현대사회에서 빛이 나는 것은 스스로 본연의 가치를 충실히 이행했을 때이다. 예술 또한 인간에게 마음의 감동을 주는 본연의 가치를 충실히 이행했을 때 더욱 빛이 난다. 예술가마다 이 가치를 찾아가는 방법은 다르다. 어떤 이는 감성이나 이성에서 찾고 어떤 이는 자연 또는 삶에서 그 가치를 찾는다.
Haru의 작업은 물질적 가치가 우선시 되는 현대사회에서 각각의 개인이 지닌 정신적 가치와 정체성을 찾는데 있다. 필연적으로 정체성이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환경이나 사건에 영향을 받는다. 시간이 흐르고 경험한 일은 머리 속에 기억이나 추억의 형태로 남는다. 이렇게 남겨진 기억이나 추억은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준다. 즉 기억이나 추억은 정체성의 근간으로서 잠재된 의식 속의 기억을 찾는 것은 현대사회의 부재된 가치를 찾는 것과 동일시 된다.
2007년 Haru의 첫 개인전『도시 속에 산다』에서 그는 개인적 기억의 회상을 통해 자아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다. 비 내리는 날의 그네, 공장의 연기, 멈추어진 자전거, 한강의 풍경과 같이 평범하게 지나칠 수 있는 사물과 장소를 통해 그의 머릿속에 잠재되었던 기억을 상기시키고 부재된 자신의 정신적 가치를 찾고자 했다.
2009년 『Haru's memory』展에서 그는 개인적 기억의 회상을 벗어나 기억의 망각에서 오는 현대사회의 정체성과 가치의 부재를 이야기한다. 개인은 각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의 의도된 개입과 영향을 받고 그 영향은 독립된 개체로서 정체성이 아닌 혼란을 부른다. 매스컴과 매체, 교육을 이용한 사회의 의도된 개입으로 만들어진 기억은 동시대의 기억이자 각자의 기억이기도 하다. 이는 타인과 구분되는 기억이 아니기에 더욱 개인의 정체성과 가치의 형성에 혼돈을 준다. 기억의 주체인 개인이 가지는 혼돈은 돌처럼 굳어진 심장과 머리를 통해 망각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혼돈으로 인한 감성의 부재 이성의 부재는 돌처럼 차갑게 굳어버린 현대사회의 단면이다.
1980년 5월 광주 도청을 배경으로 두 인물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서로 대립된 관계에 있던 그들은 29년이 흐른 뒤 다른 아이콘(노벨과 탱크)이 그려진 화면에 서서 한 쪽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이 두 인물의 시선이 머무는 화면에는 현재의 사회적 기억을 만드는 인물의 초상이 있다. 두명의 인물은 그를 향해 묻는다. 당신은 어떤 기억을 남기고 싶은 겁니까?
시간은 기억을 머리 깊숙이 망각케 한다. 사회적 기억 또한 시간에 의해 망각된다. 망각된 기억은 더 이상 화석이나 돌, 모래처럼 생명을 가지지 않는다. 이 전시는 망각된 채 생명력을 가지고 있지 않는 현대인의 기억을 일깨우며 현대인의 감성과 이성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 K
Vol.20090402c | Haru展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