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0325_수요일_06:00pm
참여작가 강정호_김동옥_김민_박관우_박재영_왕지원_유재명_유화수_이대철_이지숙 이지애_정민호_정효영_홍지희_김유리_노태환_조향미_최성환_홍새로미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_10:00am~05:00pm
한전프라자 갤러리 KEPCO PLAZA GALLERY 서울 서초구 쑥고개길 34(서초동 1355번지) 한전아트센터 1층 Tel. +82.2.2105.8190 www.kepco.co.kr/gallery
언제나 이곳은 인개가 짙게 깔린 강둑과 같다. 그곳으로 들어가는 이들은 한치 앞을 알 수 없어 그들을 기다리는 이들은 길에서 길을 묻는 행려의 스님과 같이 서로가 서로에게 그들에 대해 묻는다. 그곳으로 들어간 이들은 모두가 그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곳으로 들어가는 이들은 알고 있을까. ● 그 문밖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이의 마음을...그 문을 나오는 이들 또한 알고 있을까. 그 문을 나가기 위해서 누군가는 밤낮없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 이문과 저 문을 사이로 경계가 지워지는 응급실은 소독약 냄새가 코끝을 찌르는 병원의 한 모퉁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니 어쩌면 병원의 응급실을 나오는 순간 우리는 이미 응급실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지도 모른다. 매일 아침 우리는 누군가의 배웅을 받으며 문을 나선다. 문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지나온 시간의 문을 닫고 새로운 시간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그러나 과거의 문을 닫고 새로운 시간의 문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언제나 안개가 짙게 깔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응급실과 같다.
우리의 삶이 마주하는 응급실이란 곳에서 환자는 우리자신이다. 때로는 홍지희의 솜털처럼 부드러운 겉모습에 속거나, 박재영의 작업에 나오는 연구실의 모습처럼 가상의 것들을 사실처럼 믿으며, 이대철의 작업에 보이는 소리들로 형상화되는 사실이 거짓처럼 느껴지는 그곳을 우리는 지나가야 한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이지숙의 작업처럼 SF 영화 속의 주인공과 같이 과대망상증에 빠져있기도 하며, 왕지원의 작업처럼 우리에게 가나안의 땅으로 인도해 줄 것 같은 마법과도 같은 과학의 힘에 매달리기도 한다. ● 이지애의 작업처럼 누군가를 위해 언제나 자신의 몸을 혹사하여 환자처럼 보이기도 하며, 박관우의 작업에 보이는 오브제와 같이 무언가를 끊임없이 부풀리며 자기 자신을 위안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 길에서 언제나 유재명의 이야기처럼 순간의 쾌락에 탐닉하고 정민호의 작업처럼 낯선 곳을 떠돌듯 정착하지 못하며 배회하며, 마네킹과 같이 뻣뻣하게 굳은 강정호의 석고상들을 바라보듯이 서로를 바라본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리가 일상으로 보는 사물들도 유화수의 「삽질」의 작업에서 보듯이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김동욱의 영상속의 꽃처럼 실체 보다는 이미지에 더 친숙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더 정효영의 이야기처럼 서로가 실타래처럼 엮여 현실을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힘들어 지며, 그 길에서 서서 김민의 시나리오처럼 경쟁의 시선으로 그들을 투영시키려 한다. ● 오늘도 우리는 「하루」의 에니메이션에서 보듯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을 못하며, 잠에서 깨어나서 언제나 그렇듯이 ·잘 다녀와요! 무사히!·라는 인사를 받으며 길을 나선다. ■ 조관용
Vol.20090331d | 응급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