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이랑 한지랑

류현자展 / RYUHYUNJA / 柳賢子 / painting   2009_0325 ▶ 2009_0331

류현자_사모곡-금강경_한지에 분채_117×50cm×8_2008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라이트_gallery LIGHT 서울 종로구 인사동 147번지 미림아트 2, 3층 Tel. +82.2.725.0040

좋은 작가의 길 ● 대부분의 작가들은 스스로 어려운 작업 과정을 선택하며 자기만의 독특하고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어 낸다. 어렵고 힘든 작업 끝에 이루어지는 결과이기에 값진 자기만의 세계를 가질 수 있다. 작가 류현자의 경우가 그러하다. ● 작가 류현자의 작업은 이렇다. 지인들의 한국화 작업실 등에서 구한 폐한지들이 밑작업의 재료가 된다. 많은 작가들의 작업에 대한 고뇌가 배어있는 폐지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퍽 의미있는 일이였다고 한다.

류현자_사모곡2_한지에 분채_73×91cm_2008

그 폐한지들을 물에 불린 후 풀로 재반죽하여 밑그림을 그려놓은 화판에 손으로 꾹꾹 눌러 입체감을 내가면서 그 과정에 풀비와 붓이 동원되는 등 작가의 손은 부지런히 움직였을 것이다. 1cm정도의 두께가 되는 동안 작가는 수 없이 많은 대화들을 속삭이며 혼을 부어넣듯 손놀림을 계속하게 된다. 붙여진 밑작업은 그 두께 때문에 건조시키는 시간도 꽤 많이 소요되는데 성급한 나머지 햇볕에 말리면 한지의 강한 내구성 때문에 화판이 그냥 뒤틀리게 된다. 지금까지의 고생결과를 잃고 마는 것이다. 이상은 작가의 작업과정 일부분이다.

류현자_네모산수-사모곡_한지에 분채_234×728cm_2008

한 점의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한 길고 험한 고난의 시간이 지루하게 이어짐을 그냥 가늠케 한다. 작가다운 그녀만의 장인정신을 확실히 엿볼 수가 있다. 네모 산수라는 독특한 표현에서 줄곧 작품을 해오던 작가는 돌연 탈출을 시도했다. 바로 버선을 주제로 그만의 한국적인 소재를 찾아 4년째 해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대동갤러리 전시에서 주로 버선을 주제로 「사모곡(思母曲)」이라는 타이틀로 변신을 꾀한 것이다.

류현자_네모산수-사모곡_조합토, 도자안료, 산화소성_25×30cm_2009

우리 모두의 어머니를 위한 작업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먼저 작가의 어머니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우연찮게 이웃에 살면서 간혹 작가의 어머니를 뵐 수가 있었다. 고운 얼굴에 늘 낭자머리로 모습이 흐트러지지 않으셨다. 음식 만드는 솜씨 또한 남다르시다. 그 어머니를 생각하는 딸은 효성스런 많은 생각들로 만리장성 같은 긴 이야기들을 쌓아 왔을 것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어머니께 못다한 사연들이 쌓이고 쌓여서 작업으로 다시 탄생된 것이리라.

류현자_연꽃_조합토, 도자안료, 산화소성_26×28cm_2009

어머니라는 이미지와 겹쳐지는 버선의 형태를 이용하여 다시 한 번 자신만의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사모곡으로 재해석해 낸 것이다. 한지의 선택만으로도 작가는 자기 몫을 톡톡히 할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한 것이다. 그것은 국립예술대학에서 잘 익힌 기초를 가졌음으로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류현자_네모산수-사모곡_조합토, 백토, 도자안료, 산화소성_28×29cm_2009

우리들의 삶에서 이젠 차츰 잊혀가고 신겨지지 않는 채 외면 받고 있는 버선은 참으로 아쉬움이 많다. 버선 대신 서양식의 스타킹으로 바꿔버린 지 오래이다. 우리들의 버선은 한국적인 선과 아름답고 독특한 멋을 지니고 있다. 직선과 곡선의 조화로운 배치, 배합은 버선만의 독창적인 조형성이며 매우 친근하면서도 한국적인 소재이다. 작가는 수 없이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통하여 자기만의 새로운 버선을 만들어 우리들 앞에 당당히 서있는 것이다...

류현자_사모곡_청자토, 도자안료, 산화소성_29×30.5cm_2009

이번 작품전에 陶版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한지 작업에 멈추지 아니하고 새로운 세계에 자신의 열정을 쏟아본 것이다. 이 또한 가마와 불 그리고 요변으로 인한 실패확률이 50%를 오가는 체험을 하면서 작가의 또 다른 의욕을 제시한 것이다. 두 번 굽기를 통하여 얻어지는 결과에 만족하지 아니하고 더욱 새로운 것에 도전한 것이다. 山淸土, 靑瓷土, 組合土, 白土 등이 한지와 잠시 바뀌는 작업에서 작가만이 느끼는 희열을 맛보았을 것이다. 이번 전시를 위하여 가마 그리고 흙들과 몸부림했던 결과를 지켜볼 수 있었다. 지금의 작업에 만족하지 아니하고 새로운 시도로 한걸음 딛고 나가고 있는 것이다. 작가 류현자의 프로다운 작가정신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좋은 작가의 길을 택한 작가로서 언제나 새로움에 도전할 수 있는 그녀에게 많은 기대를 가져본다. ■ 우제길

Vol.20090325g | 류현자展 / RYUHYUNJA / 柳賢子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