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사랑

최진희展 / CHOIJINHEE / 崔眞姬 / painting   2009_0325 ▶ 2009_0331

최진희_부활_종이반죽, 점토_101×101cm_2005

초대일시_2009_0325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5층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봄이 되면 어김없이 죽은 것 같던 나뭇가지에도 물이 오르고 작고 연한 잎들이 나온다. 아무리 봐도 시커먼 나무 둥치 속에 있을 것 같지 않은 생명이 어떻게 그렇게 두꺼운 껍질을 뚫고 올라오는지... 그때를 기다리며 나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잠히 서있다. 혹독한 겨울도 잠잠히 기다릴 줄 아는 나무... 나무를 보며 사람을 생각한다. 나무의 모양은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사람하고 똑같다. 나무는 심겨진 자리에 묵묵히 서서 봄 여름 가을을 지나는 동안 자라며 겨울을 견뎌낸다.

최진희_새벽기도_종이반죽, 아크릴_73×91cm_2007
최진희_틈-생명_종이반죽, 아크릴_87×69cm_2008

끊임없이 반복되어지는 일상 속에서 나무는 조금씩 자란다. 아무리 기다려도 지나갈 것 같지 않던 힘든 시간들이 내 삶에 작고 연한 새싹을 틔우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음을 감사한다. 고집과 교만의 나뭇잎들을 다 떨구고 이제 다시 벌거숭이가 되어 창조주 앞에 겸손히 서고 싶다. 나무속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색과 모양의 가능성들을 우리 안에도 주셨음을 감사한다. 어김없이 겨울은 올 테지만 봄도 또 올 것이니 감사하다. 기다릴 수 있다면 봄은 이미 와 있는 것이다. ● 어느 봄날 거리를 지나다가 보도 블럭 사이로 옹기종기 올라와 있는 새싹들을 보았다. 이 넓은 땅에 그렇게도 뿌리 내릴 곳이 없었구나... 허여멀건 시멘트로 짜 맞춰 놓은 곳에도 흙의 보드라움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걸 어찌 알았는지 싹이 올라와 있다.

최진희_정결한 나무_종이반죽, 점토_82×71cm_2008
최진희_치유의 숲_종이반죽, 아크릴_91×116cm_2007

부디 뽑히지 말고 한해 잘 자라줬으면... 우리 동네에는 나지막한 뒷동산이 있다. 이른 봄의 숲 속에 서면 묵은 나뭇잎이 켜켜이 쌓인 땅을 뚫고 소리 없이 올라 오는 새싹들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여기저기 생명의 신비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이제 괜찮다고.. 그 치유와 회복이 내 안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따스한 봄바람을 맞으며 부드러운 창조주의 손길을 느낀다. 그 손길에 순종하며 무심히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고 싶다. 고집과 나의 논리로 뻣뻣해진 몸을 바람에 맡기고 부드럽게 따라 흐르고 싶다. 내 마음의 불순물들이 바람에 깨끗이 씻겨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시 정결한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깨끗한 축복의 통로가 되어 마음껏 축복을 전할 수 있는 맑은 통로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 최진희

최진희_나는 창(窓)입니다_나무, 점토_84×40×18cm_2008
최진희_기다림_점토_60×93cm_2005

최진희 2009작품전을 보며 ● 아직 / 오싹하는 냉기가 등골을 파고 온몸에 퍼진다. / 입춘이 훨씬 지난 봄인데... / 이 봄, / 최진희는 그 냉기가 아무렇지도 않은 양 / 시치미를 뚝 뗀 봄을 내놓았다. / 분명 지난 겨울 / 숨 넘어 가는 죽음 같은 겨울을 겪었겠으나 / 그녀의 봄은 너무나 순하다. / 무리진 벌거벗은 나무들의 모습은 봄과는 / 영 먼듯한데 / 그녀는 그들에게서 / 연한 새순으로 생명을 이야기한다. / 그리고 / 그녀의 새벽, / 밤새껏 기다렸던 새벽, / 그 새벽은 이제 새벽이 아니다. / 빛을 품은 익숙한 아침이다. // 종이를 반죽하고 / 흙을 빚어 굽기도 하며 / 나무를 쪼개어 / 고목이 되고 / 하얀 나무숲이 되며 / 파릇한 새싹과 새순으로 / 그녀의 봄과 새벽이 된다. / 그들 나무는 알몸으로 모진 겨울을 지냈었건만 / 전혀 허전함이 없다. / 오히려 고고하다. / 도도하거나 오만하지 않고 / 겸손함과 수줍음이 있으나 당당함이 있다. / 하얀 나무숲에는 따스한 온기가 스물거린다. / 그러나 요란하지 않은 작은 움직임이다. / 귀에 들릴듯한 것은 그들이 어울리는 합창소리인가, / 최진희, 그녀는 이들에게서 / 새 생명과 눈부신 빛을 꺼냈다. / 약하디 약해서 안스러운 새싹과 새순이 주는 생명의 희열은 / 죽음보다 강함으로 / 깜깜해서 두려운 어둠은 정겹고 반가운 새벽으로 / 기다림의 흔적과 / 오래 참음의 인내가 / 그래서 차지한 회복과 나음은 성스럽기 조차한 큰 숨으로 호흡한다. // ■ 전인혜

Vol.20090325b | 최진희展 / CHOIJINHEE / 崔眞姬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