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인식展 / QUACINSIK / 郭仁植 / painting.printing   2009_0324 ▶ 2009_0421 / 일요일 휴관

곽인식_Untitled_판화_15.5×43.2cm

초대일시_2009_0324_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아뜰리에 705_ATELIER 705 서울 서초구 양재동 70-5 번지 Tel. +82.2.572.8399 www.atelier705.com

작품세계나 미술사적위치로 보나 지나치게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작가들이 있다. 곽인식도 그 중의 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의 작품과 예술가적 위상이 제대로 평가되고 있지 못한 요인은 그가 오랫동안 한국을 떠나 있었다는 사실과 더불어 한국에서의 활동이 극히 짧은 한 시기에 끝났다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해방이 되면서 일본으로부터 귀국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밀항하여 일본에 정착하였으며 80년대 초 첫 국내전을 갖기까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80년대 초 국내전을 계기로 잇따른 개인초대전과 그룹초대전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보였으나 88년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사실상 그의 국내의 활동내역은 극히 단편적이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한국인으로서 해외에서 활동하는 미술가의 경우, 가령 백남준, 김창열, 이우환 등이 해외에서의 활동량에 못지않게 국내에서도 작품활동을 꾸준하게 펼쳐왔다는 점과 대조된다.

곽인식_Untitled_동판화_41×41cm_1986

곽인식의 작품세계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는 것은 작품의 내용이 그만큼 일반적이지 못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비교적 난해하다는 점과도 결부되지 않나 본다. 또 그의 미술사적 위상이 정작 한국미술과의 맥락에서보다는 전후 일본 미술속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더 현저하다는 상대적인 사실에서도 기인되는 것 같다. 80년대 초, 국내에서의 첫 전시를 계기로 그의 작품이 우리들에게 알려졌고, 그의 예술가로서의 위상도 접할 수 있었다. 일반에게서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미 훨씬 이전부터 그의 존재에 대해 숙지하고 있었다. 『미술수첩』을 비롯한 일본의 미술저널에 심심치 않게 그의 작품이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70년대를 풍미한 '모노'파와의 관계에서 그가 한 선구적인 존재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중요성이 간파되었다. '모노'파에 대한 일본 미술사적 위치나 그 내용을 논할 게재는 아니다. 그러나 곽인식이 전후 일본의 현대미술에 가장 큰 물결을 형성한 '모노'파에 깊게 연계되어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할 수 없을 것 같다. 미술평론가 미네무라 도시아키가 한 언급 "곽인식이 자연발생적으로 걸어온 모노의 논리의 길을, 이우환은 의식적으로 구조화시켰다"는 말에서도 곽인식과 모노파와의 관계를 선명히 떠올릴 수 있다.

곽인식_Untitled_동판화_41×41cm_1986

곽인식이 우리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85년도 국립현대미술관에서의 초대 개인전때가 아닌가 본다. 그는 과천에 미술관이 건립되면서 조국에 대한 오마주로서 거대한 원통의 탑을 세웠으며 오랫동안 조국을 그리워하던 자신의 생의 열정을 이 작품에 구현하였다. 80년대 중반부터 그가 집중적으로 추구한 작품은 화지에 채묵에 의한 것이었다. 흰 화지에 채묵으로 일정한 크기의 동근 포름을 설정한 작품으로 원형 또는 계란형의 타원으로 이룩된 점획들은, 때로는 어느 부분을 여백으로 남긴 채 어느 부위에 집중되는가 하면, 화면전체를 덮는 올오버의 구성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때로는 단색으로 처리되는가 하면, 때로는 다색으로 변화를 가한 것들도 있다. 점획은 단순한 둥근 포름으로 완료되기보다 중첩을 통해 일종의 깊이를 상정한 구성에 이르기까지 단순한 것에서 보다 복잡한 것에 이르는 진폭을 보여주었다. 채묵은 한결같이 화사하면서도 투명한 채도를 유지하고 있어 화면은 더없이 경쾌하고 깊은 여운을 남긴 것이 되었다. 이렇게 찍어나가는 점획의 포름들은 일종의 생성의 내재율에 의해 부단히 증식되어갔으며 끝나지 않는 행위의 무상성으로 인해 스스로 원만한 것이 되었다. 그의 초기의 대단히 실험적인 작품들에 비하면 후반의 종이를 바탕으로 한 채묵의 작업은 한 작가의 어느 원숙의 경지를 보여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곽인식_Untitled_동판화_41×41cm_1986

이번 전시는 한동안 잊혀져가고 있었던 한 작가의 예술세계를 다시금 일깨우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투명한 의식의 예술가가 보여준 어느 경지를 다시금 음미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를 되짚어 본다. ■ 오광수

Vol.20090324b | 곽인식展 / QUACINSIK / 郭仁植 / painting.pr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