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성展 / JEONGZIKSEONG / 正直性 / painting   2009_0320 ▶ 2009_0420

정직성_200842_캔버스에 유채_130×194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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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320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조현화랑 부산 JOHYUN GALLERY 부산시 해운대구 중2동 1501-15번지 Tel. +82.51.747.8853 www.johyungallery.com

정직성의 도시 회화 ● 하늘도 땅도 보이지 않는 건물의 장벽이다. 어느 동네에서나 볼 수 있는 3-4층 단독 건물들이 층층이 쌓여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사람 사는 흔적이 없는 건물들은 건축 모형처럼 무게감 없는 파싸드만 보여준다. 회백색과 어두운 적색 톤으로 제한된 색은 자연주의적이지 않다. 보이지 않는 태양이 공평하게 비추는 사광이 각 건물의 구조를 더욱 드러나게 하며 수많은 소실점을 가진 구성에 공간적 통일감과 부조적 깊이를 부여한다.

정직성_200801_캔버스에 유채_194×260cm_2008

건물이 쌓여 있듯이 화면 가득 계단이 쌓이기도 한다. 건물의 모서리나 담장은 다양한 형태의 계단을 만들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 계단을 올라 문을 통과하면 또 다른 계단이 나오고, 막다른 골목으로 연결되는 계단이 있는가 하면, 분리되고 꺾이고 다시 합쳐지면서 한없이 언덕길을 오르는 미로를 그린다. ● 정직성은 서울의 주택가 골목을 걸어 다니며 채집한 구체적인 건물 구조와 형태를 재조합하여 새로운 도시 이미지를 만든다.

정직성_200804_캔버스에 유채_194×260cm_2008

아파트나 고층 빌딩이 아니라 연립주택과 소형 빌딩 만을 다루는 것은 합리주의에 입각하여 설계된 단지에서는 볼 수 없는 "긍정적인 질서"를 "침전물이 많은 골목길"에서 발견하기 때문이다. 건축법의 틈새를 이용한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표현은 시정되어야 할 무질서가 아닌 발전시켜야 할 또 다른 질서로 보는 것이다. 지협적 묘사는 생략되어 있고, 몇 가지 기본 요소를 축출하여 확대시켰다는 점에서 "추상적"인 정직성의 도시 풍경은 현실에 뿌리 둔 허구의 세계를 서술함과 동시에 회화적 전면성을 확인하며 표면에 진동을 만들어 낸다.

정직성_Seongnee-dong semidetached Houses 1_캔버스에 유채_194×260cm_2007

모더니스트적 유산은 일종의 질서로 소화되었다. ● 미술사를 훑어보면 도시의 형태가 급변하던 시대에 도시가 회화의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했음을 알 수 있다. 성당 건축이 도시의 규모와 외관을 변화시키던 중세 유럽에서는 종탑들이 솟아 있는 도시의 파노라마 이미지가 성행했고, 르네상스는 "이상도시"를 완성된 투시도법으로 창 밖에 실재하는 풍경처럼 제시했다. 산업화로 출현한 근대 도시, 1920-30년대의 마천루의 등장으로 새로운 스카이라인을 가지게 된 수직 도시들은 모두 회화에서 다뤄졌다.

정직성_Mangwon-dong Semidetached Houses 2_캔버스에 유채_130×195cm_2006

사진의 일반화로 도시의 기록적, 표현적 경관은 사진가들의 몫이 되었으나 사진적 도시 바라보기를 재흡수한 새로운 도시 회화들이 풍성한 것이 1980년대 이후 부활한 구상 회화의 일면이다. ● 한국에서 도시가 화가들의 본격적인 테마가 된 것은 보다 최근의 일이다. 이 작업은 1970년대 태어나서 1980-90년대 개발 붐 속에서 성장하고 2000년 전후에 출현한 젊은 작가들에 의해 진행되었다. 이들은 경제 성장의 여파가 서울의 중심부를 성형하고, "강남"의 신화를 만들고, 수도권이 끊임없이 확장되는 개발 현장을 살며, 마을 전체가 불도저의 율동으로 사라지는가 하면, 채소밭에서 아파트가 자라나는 초현실적인 풍경을 목격한 세대이다.

정직성_Mangwon-dong Semidetached Houses 2_캔버스에 유채_130×195cm_2006

많은 작가들이 사진과 비디오 등 보다 즉각적인 미디어를 사용하여 새로운 풍경을 분석, 비판, 고발하고 유희했다. 몇몇 작가들은 느린 미디어인 회화를 통하여 눈 앞의 대상과 보다 복합적인 관계를 추구했으며 정직성도 그들 중 한 명이다. ● 정직성은 "도시에 대한 상상력 자극 그룹"인 "플라잉 씨티"의 초기 멤버였다. 서울의 도시 환경, 특히 문제 많은 개발 과정에 작가로서 대응할 의무감을 느끼는 젊은 작가드르이 자발적인 네트워크인 플라잉씨티는 구체적인 상황들을 분석, 비평하고 시적 상징적 제안을 하는 활동을 하였다.

정직성_Shillim-dong Semodetached Houses 4_캔버스에 유채_194×260cm_2006

정직성도 르포 형식의 사진 작업과 설치 작업을 하였으나 차츰 회화에 전념하게 되었다. 그녀가 회화의 의미심장한 가치와 의무를 동시에 발견한 것은, 대상을 인식하고 표현하고 소통하는 데 들이는 노력이 점점 사라져 가는 "이미지 중독 사회"에서 회화는 통감각적인 지각을 요구하고, 표현과 소통에 있어서 상호 주관성에 입각할 것을 요청한다는 측면을 주목하면서 였다. 이는 조형적 차원을 넘어 타인의 존재를 나의 존재와 동등하게 인정하는 사회적 예의, 공동 선(善)의 추구라는 우리 사회가 회복하여야 할 윤리적 가치와 맞물려있는 있다고 작가는 확신하고 있다. (2005년 12월 11일 인사미술공간에서 개최된 작가와의 대담을 위한 원고 참조) ● 독일 표현주의 문학과 영화, 남미 현대 문학에서 보여지는 환상성과 기괴함이 비이성적이고 무질서한 세계에 대한 창조적 반응이었음을 환기한다면, 정직성의 서울 풍경이 기괴스러울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짐작하리라. 도시를 다루는 동시대 작가들 중에서 정직성을 주목하는 것은 조형적 신선함을 넘어서 그녀가 화면 안에 구현한 환상성이 현실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녀의 도시 회화가 순간적이고 단편적인 뷰가 아니라 통합적인 인식에서 나온 비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거기에는 완벽하고 치밀한 질서에의 의지가 있으며 그 의지를 실현하는 것이 작가가 말하는 "긍정적인 구축"이다. ■ 김애령

Vol.20090320g | 정직성展 / JEONGZIKSEONG / 正直性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