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지평선_Event Horizon

이은우展 / LEEEUNU / 李恩宇 / mixed media   2009_0320 ▶ 2009_0428

이은우_민족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90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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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320_금요일_06:00pm

대안공간 루프 공모전 당선 작가展

주최_대안공간 루프 후원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1:00am~08:00pm

대안공간 루프 ALTERNATIVE SPACE LOOP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5-11번지 Tel. +82.2.3141.1377 www.altspaceloop.com

1. 사건은 언제나 수학적이거나 정치적이다. 혹은 이었다. ● 사건이란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수학적인 개념으로 사건은 동일한 조건의 실행에서 일어나는 결과를 의미한다. 즉 주사위를 같은 조건 하에서 던질 때 6이 나오는 것을 뜻한다. 그러기에 사건은 항상 통계화되고 수치화된다. 두 번째는 사회적인 현상으로 사건은 주목 받을 특별한 무엇을 의미한다. 사건은 사회적 입장과 태도가 투영되기에 늘 정치일 수밖에 없다. 비록 사회적 사건이 꼭 수학적이지는 않지만 지나간 사건(모든 사건은 과거 형이다)은 언제나 통계자료로 수치화된다. 마치 정해진 룰 안에서 한 번 더 주사위가 던져지는 것처럼... 전시 제목에 사용된 또 다른 단어인 '지평선'은 평평한 대지의 끝과 하늘이 닿아 보이는 경계선을 뜻한다.

이은우_육지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90cm_2008

매우 흥미로운 점은 지평선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가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면 육안으로 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이렇듯 사건과 지평선은 모두 개인과는 떨어져 모두 '멀리 떨어져있을 때 만' 지각된다. 하지만 위 두 단어를 붙여 만든 이번 전시 제목은 그 반대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은 천체물리학 개념으로 블랙홀에 존재하는 특별한 경계구역을 지칭한다. 이 선 안으로 들어가면 블랙홀의 중력이 빛마저도 흡수해버리기 때문에 모든 것은 탈출 불가능하고 블랙홀로 흡수되어버리고 만다. 작가는 작가 주변에 복잡하게 널려져 있는 모든 상황, 정보 그리고 사건을 흡수하여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사건의 지평선은 바로 이와 같은 작가만의 영역과 태도를 뜻하고 있다.

이은우_통일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5×105cm_2008

2. 보이지 않았던 곳에 보이는 작은 구멍들 ● 이은우는 이번 전시에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소재를 중요한 작업의 원천으로 이용하고 있다. 어쩌면 진부해 보일지도 모르는 이와 같은 출발점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접근 태도와 풀이 방식 그리고 세련된 최종 결과물은 사뭇 신선하다. 우리는 '일상의 정치학' 또는 '개인의 정치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녀의 사회에 대한 접근 방식과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는 기호체계를 향락하고 본인만의 감수성으로 재편하는 풀이 방식 등에 관심을 집중하게 된다. ● 공모전의 최종 심사에 참여했던 일본 큐레이터 수미토모 후미히코(SUMITOMO Fumihiko)는 이은우가 일상생활에서의 표준화, 범주화에 대해 매우 정교한 본인만의 표현 방법을 통해 이들을 재조직한다고 지적한다.

이은우_Google Landscape 2006_종이에 연필_235×360cm_2006

범주화 등의 과정은 철저히 비가시적이고 비개인적인 형태로 진행되었기에 지각 넘어 존재했었다. 그러기에 구조주의 논리처럼, 상징체계 즉 구조만이 존재할 뿐 개별 주체는 의미도 자리도 없었다. 하지만 시각 예술은 그 과정을 가시화시켜 노출하고 있고 이은우의 작업은 이 꽉 막힌 상징체계에 '주체'의 틈을 만들고 있다. ● 작가는 유아기적 감수성과 현대인의 편집증적 태도로 통제와 관리를 통해 구축한 모더니즘 체계에 존재하지 말아야 하는 구멍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 태도는 주로 미디어에서 사용하는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즉 주체가 세계 속에서 자신의 역경을 승리하여 극복하는 방법 혹은 체계에 비참하게 희생되는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이은우는 체제와 구조에 포함되지 않는 얼룩을 만들고 그 질서를 개인적인 감수성으로 재편하고 있다.

이은우_Echo babies_제도지에 라벨스티커_각 21×29.7cm_2008

3. 이미지로서의 은유 ● 이은우가 차용해 온 이미지들은 퍼스(Charles Sanders Peirce, 1839∼1914)의 분류로 따지자면 지표와 상징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들은 지표적인 이차성과 상징적인 삼차성을 지니고 있는 정보와 자료였다. 이 이미지들은 도상적 이미지 즉 일차적 의미에서 떨어져서 자신만의 매우 강한 사회적 의미와 역할을 지니고 있다. 국기에서 볼 수 있는 그 안의 개별 기호 및 색채는 모두 원래의 의미를 지녔다. 그렇지만 결국 이 모든 것들은 한 나라를 표상하는 국기로 변화하고 어떤 경우에는 국가를 넘어 하나의 상징이 되어버린다. 작가는 이와 같이 이미 구성된 사회적인 생산물에 본인만의 새로운 방법론을 통해 다른 의미 관계를 정립시킨다. 우리는 작가에 의해 재편된 새로운 의미 관계와 과정을 추적하면서 흥미를 느낄 수 있고, 새롭게 탄생한 이미지들의 연속에서 시공간적 체험을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 시각적 이미지 자체로 회귀하는 작가의 태도는 이미지 구성이라는 것이 의식지향적인 역동적인 태도임을 말해준다. 이 역동성은 두 가지 종류의 퇴행성에 기반하고 있다. 첫 번째는 시각적 도상성이 부각되는 이미지로서 퇴행이며 두 번째는 작가 본인만의 감수성을 매우 강하게 체계와 사회에 투영하는 작가의 유아기적 퇴행이다. ■ 성용희

Vol.20090320a | 이은우展 / LEEEUNU / 李恩宇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