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형상 찾기

김수현展 / KIMSUHYUN / 金秀炫 / painting   2009_0317 ▶ 2009_0330

김수현_먹이사슬I_마블링, 드로잉_56×47cm_2009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갤러리 반_VAN GALLERY 서울 마포구 창전동 5-73번지 Tel. +82.2.324.2423 www.galleryvan.com

숨은 형상 찾기 ● 비비드한 색의 난무 속에 규칙적이면서도 유연한 곡선이 흐른다. 뒤엉켜있는 혼돈 속에서 발견되는 유기적인 질서가 묘한 안도감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내 안도감은 섬뜩함으로 변하는데, 카오스모스(chaosmos) 속에 숨어 있는 일그러진 얼굴 형상이 서서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김수현_먹이사슬II_마블링, 드로잉_47×56cm_2009
김수현_자아의 거울I_마블링, 드로잉_52×37cm_2009

추상표현주의 작가 잭슨 폴록은 '내 작품에는 우연이란 없다' 라는 말을 남겼다. 캔버스를 바닥에 깔고 물감을 붓거나 뿌리는, 일견 즉흥적이고 우연으로 점철된 것으로 보이는 그의 작업 행위는 사실 철저히 '계산된 우연의 방법'에 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우연이든 필연이든, 의도든 비의도든 이러한 물감의 범벅 속에서 무한한 공간감과 비범한 인상들을 발견해 내고는 경이의 표정을 자아낸다. ● 김수현의 이번 드로잉 작업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잭슨 플록의 '드립 페인팅(drip painting)'에 비견되는 마블링이라는 '의도적인 우연성'에 기초한 회화적 표현 속에서 작가는 자신만의 각별한 시각으로 찾아낸 형상들에 의미를 더했다. 전시 이름이 『숨은 형상 찾기』라 명명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수현_자아의 거울II_마블링, 드로잉_48×47cm_2009
김수현_편 가르기_마블링, 드로잉_56×47cm_2009

우리는 종종 생각지도 못했던 것으로부터 얼굴 형상을 발견하고는 미소 짓는다. 자물쇠, 계량기, 건물의 한 단면 등과 같은 인공물과 나뭇가지와 꽃 등의 자연물에서 우리와 친숙한 형상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의 얼굴이 갖고 있는 특징을 접했을 때 발현되는 '얼굴 감지 레이더'에 의한 것이다. ● 이러한 '얼굴 감지 레이더'에 의해 드러난 얼굴 형상들은 수성 마블링 위의 더해진 섬세한 스타일링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선보인다. 한 존재의 유일성을 가장 확실하게 부여하는 얼굴 형상을 통해 현대 사회의 다양한 군상들이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김수현_역피라미드_마블링, 드로잉_47×56cm_2009
김수현_외다리와 두 다리_마블링, 드로잉_48×47cm_2009

다양하게 표현된 군상들은 우리의 거울 역할을 한다. 이것은 타자가 없으면 자의식도 없다는 명제에 힘입은 것이다. 작가는 "자아의 거울"에서 나아가 "먹이사슬", "편 가르기", "역 피라미드" 등 현대 군집 집단의 폐단인 대립과 소외 관계를 예리하고 명료한 시선으로 잡아내고 있다. ● 이전『My Room series』 전시에서 자아에의 침잠을 통해 자아 탐색의 시간을 가졌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시선을 주변으로까지 확대해 현대사회의 모습과 현대인들의 심리에 까지 나아갔다. 또 감상자 스스로의 지각과 인식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보고 싶었다는 제작의도를 가지고 작업에 임했다고 한다. 작품에서 표현되어지는 거울의 반사 기능으로 말미암은 내면세계의 반성과 각성은 이제 감상자 각자의 몫이다. ■ 김혜선

Vol.20090317a | 김수현展 / KIMSUHYUN / 金秀炫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