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BLEM

고산금_구본창_이상현_하형선   2009_0321 ▶ 2009_0419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_2009_0321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8:00pm / 월요일 휴관

닥터박 갤러리 Dr.PARK GALLERY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전수리 19-1번지 제1전시실 Tel. +82.31.775.5600∼3 www.drparkart.com

시간이라는 차이의 옷을 입고 반복되는 것을 사건이라 한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바로 그 사건들로 가득 차 있다.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그 수 많은 사건들 가운데 어떤 사건은 특별히 다른 것으로 느껴지며 때로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하나의 문제로서 인식되기도 한다. 어떤 사건들은 무의식적인 흔적으로서 기억되는 데 그치기도 하지만 어떤 사건들은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서 의식에 자리잡기도 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어떤 사건에 의해 주어지고 작가에 의해 문제로서 인식된 그 문제가 무엇인가에 주목한다. 작품을 하나의 解로서 바라보고 그 解가 그로부터 탄생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따라가 봄으로써 작품에 한 걸음 더 다가가 보자는 것이다.

고산금_타고르의 시(한용운 지음)_스테인레스, 쇠구슬_90×65cm_2008
고산금_Holiday_스테인레스, 쇠구슬_55×82cm_2009

고산금의 「만해 한용운 연구」 ● 고산금의 작업은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만해 한용운 연구」의 경우 읽기의 대상이 종이 위 글자가 아닌 "장소 위 역사"로 확대되지만 그 경우에도 그것에 대한 읽기와 이해가 작업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읽고 이해하는 것은 느끼고 표현하며, 개념화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어느 시점까지 반복하는 것이다. 심우장에서 느꼈던 쓸쓸함을 「님의 침묵」의 글자 하나 하나를 구슬로 바꾸는 과정 속에 담아 내기 위해 그녀가 스스로에게 던졌을 문제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여기가 바로 이 전시가 주목하는 지점이다. 고산금의 구슬은 텍스트에 대한 작가의 주관적인 해석이겠다. 따라서 그것은 기호라 불리기엔 사회성이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 「님의 침묵」이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지시하는 한 그것은 명백한 기호이며 기호 이상일 것이다.

구본창_Vessel(JM 01)_ed.7_C 프린트_154×123cm_2006
구본창_Vessel(OSK 01)_ed.7_C 프린트_154×123cm_2005

구본창의 「Vessels for the heart」 ● 「마음의 그릇을 찾아 여행을 떠나다」에서 작가가 밝히고 있듯이 백자 사진을 찍게 된 것은 어쩌면 한 장의 사진과의 만남 때문이었겠다. 1980년대 말 외국에 있을 때 어느 잡지에서 본 것이었는데 어떤 서양인 할머니가 큼지막한 달 항아리 옆에 앉아 있는 사진이었다고 한다. 그때의 느낌을 작가는 서글픔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15년 후 어느 일본 잡지에서 다시 백자 사진을 접했을 때 작가는 백자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작가로 하여금 백자 작업을 하도록 이끌었던 것은 백자가 아닌 백자 사진이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그것은 백자가 아닌 백자의 사진이어야만 했을 지도 모른다. 달 항아리 옆에 앉아 있던 그 서양인 할머니의 존재가 작가의 마음을 움직여 백자로 향하게 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되었든 그 서글픔의 느낌은 그것이 그 당시의 것이었든 아니면 나중에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었든 그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떤 문제로서 작가에 의해 인식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서글픔은 백자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작업 가운데 스며들었겠다. 그래서 그의 백자는 놀랍도록 아름다우면서도 한없이 서글프게 다가온다.

이상현_안압지도_ed.3_C 프린트_110×160cm_2004
이상현_조선유랑도_ed.3_C 프린트_110×180cm_2004

이상현의 「조선역사명상열전」 ● 「조선역사명상열전」은 「자아이탈적 명상」과 더불어 瞑想 시리즈에 속한다. 「자아이탈적 명상」에서는 자아가 명상의 대상이었다면 「조선역사명상열전」에서는 자아가 거기로부터 태어나는 역사가 그 대상이 된다. 흥미로운 것은 "내가 살고 있는 땅을 스스로 알고 이 땅에서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그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고 하는 조선의 역사가 왜 하필 1902년부터 1912년까지 조선총독부에 의해 조선 침략을 목적으로 촬영된 「조선고적도본」인가 하는 점이다. 작가는 전혀 다른 시선에 의해 촬영된 조선을 통해 그 역사를 이해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작가는 그 책을 30여 년 전 인사동의 어느 고서적 가게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그때 이후 작가가 문제로서 인식하기 시작했던 그 문제는 무엇인가? 작가는 「조선고적도본」의 사진 속으로 들어간다. 그 사진은 조선총독부에 의해 촬영된 것으로서 작가가 들어간 곳은 제국주의의 시선 아래인 것이다.

하형선_Pearl Street VT II_ed.8_C 프린트_101×76cm_2003
하형선_S. Vermont Avenue Torrance CA I_ed.8_C 프린트_101×76cm_2002

하형선의 「윈도우 시리즈」 ● 창문은 열린 것이기도 하고 닫힌 것이기도 하다. 덧문을 올리면 시선이 열리고 유리 마저 올리면 공기가 통한다. 반대로 유리를 내리면 공기가 막히고 덧문마저 내리면 시선마저 갇힌다. 하형선의 작업은 창문에 대한 이러한 인식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존재함의 방식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진다. 창문은 나를 외부로 열어주는 통로이자 나를 내부로 반사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열린 존재로서 나는 시간 속에서 늘 변화한다. 하지만 나는 또한 닫힌 존재로서 그 끊임없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나의 정체성을 유지한다. 이것이 나의 존재함의 방식에 대한 인식이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라는 문제는 그것에 대한 인식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반복되고 그것에 대한 解는 차이의 옷을 입고 매번 새롭게 생성되며 작가의 사진에 기록되기 때문이다. ■ 김성열

Vol.20090315b | PROBLEM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