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Question

김성원_김하영_황영展   2009_0313 ▶ 2009_0324

초대일시_2009_0313_금요일_07:00pm

기획_작은공간 이소

관람시간 / 24시간 관람가능

작은공간 이소 대구시 남구 대명3동 1891-3번지 B1 Tel. +82.10.2232.4674 cafe.naver.com/withiso

First Question ● 『First Question』은 첫 번째 질문, 즉 '근본적, 본질적'인 질문을 뜻한다. 여기서 말하는 '근본적, 본질적'이라는 것은 어려운 단어와 개념들이 난무하고 형이상학적 냄새만을 풍기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자신으로부터 출발하는 '기본적. 필수적'이라는 느낌에 더 가까울 것이다. '근본적, 본질적'이라는 단어를 꺼내놓고 나는 왜 이 같은 해명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진지함과 진실함 속에서 형성되어야 하는 위의 질문이 한낱 세치 혀로 나불댄다는 것이 가볍기도 하고, 사뭇 진지한 이야길 늘어놓으며 진중함을 과장하려는 것처럼 보일까 걱정 되어서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런 걱정들이 우리가 그 질문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는 것은 아닐지... 모든 것이 숨 가쁘게 돌아가고 변화하는 시대에서, 그리고 그 시대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다른 누군가보다 빨라야만 하는 우리들이, 긴 시간을 필요로 하고 애매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 본질적' 질문에 대해서 참기 힘든 짜증을 동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 질문들은 바쁜 세상의 원리에 반하기까지 하니까. 보통 그런 류의 이야기들은 현실적인 감각을 상실한, 고상하고 그럴듯한 이야기 그 이상이 되지 못한다.

김성원_틀 열다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08
김성원_틀 안전하게 갇히다3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09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 목표한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길을 찾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수많은 목적지가 존재하고 수많은 길이 존재한다. 어디서부터 어디를 향해 첫걸음을 떼야 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바쁘게 달려가는 사람들의 행렬이 자신에게는 조바심이 되기 마련이다. 어찌되었건 적어도 그 행렬에 속해 있다면 복잡하지 않은 안도감을 느끼며 열심히 달리기만 하면 될 테니까. 일단 행렬에 합류하게 되면 길을 묻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다만 뒤쳐지지 않아야 하며, 이탈하지 않아야 한다. 그 곳에서 이탈하게 된다면 복잡하고 어두운 길 한복판에 홀로 남겨질 것이다. 어느새 목이 마르고 달리는 것은 이미 자신의 의지가 아니다. 여기가 어딘지, 어디로 향하는지, 왜 달리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우리가 곤두세우고 있었던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속해 있는 행렬이었지 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황영_생명2_혼합재료_35×35×89cm_2008
황영_너의 모습_설치를 위한 에스키스_2009

근본적인 것을 추구한다함은 행렬이 아닌 길을 바라보는 것이다. 길을 바라본다는 것은 단순히 수준 높은 지식의 습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앎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체적이고 근본적인 물음과 그에 관한 답을 생각하고, 불완전 하지만 그 답을 온몸으로 지니는 것이다. 또한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가 인식하는 것이며, 내면에서 형성되는 방향이자 실질적인 행동으로써 스스로의 삶에 대입하고 투영되는 어떤 것이다. 길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우리는 극단적인이거나 애매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방향을 가늠할 수 있으며. 판단이 잘못 되었다 하더라도 그로인해 닥치는 결과나 시련에 대해서 스스로가 책임을 지고 극복할 수 있는 버팀목이자 신념이 된다.

김하영_Matthew 9:13_혼합재료_90.9×72.7cm_2009
김하영_one way_혼합재료_162.2×130.3cm_2008

본질적인 것에 대한 추구는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의 한계로부터 벗어나려 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여기서 말하는 이미지라는 것은 망막에 맺히는 시각적 이미지뿐만 아니라 어떠한 사물이나 인물이 사회 속에서 발산 하는 느낌 혹은 관념적인 형태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것은 인간의 사회적 심리영역 안에서, 떠도는 유령처럼 항상 주변을 맴돌고 있는데, 그 이미지에 대한 유혹은 우리가 벗겨내고 벗겨내어도 절대 벗겨낼 수 없는 욕망과 다름 아니다. 본질을 추구한다 함은 어쩌면 본질을 추구하고 있는 이미지를 추구하는 것 일뿐, 본질이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고 본질을 가장한, 복잡하게 꼬이고 꼬인 이미지의 굴레만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미지를 끊임없이 인식하려고 하고, 끊임없이 벗겨내려고 하는 과정이 작가로써의 시작이 아닐까. ● 이 전시도 이미지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많은 토론과 이야기를 통해 근본적, 본질적 문제를 건드렸거나 전시로 드러냈다손 치더라도 아직까지 그것은 이미지의 추구일 뿐이다. 하지만 작가라는 출발 선상에서 진실하기 위한 자세? 마음가짐? 그도 아니면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순간의 작은 자기성찰이라도 이루어지기를, 앞으로의 길에서 미약하게나마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 작은공간 이소

Vol.20090313g | First Question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