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백 개의 작은 불빛을 밝혀야 한다 we have to illuminate hundreds of weak llights   지민희展 / JIMINY / 池敏姬 / painting.installation   2009_0313 ▶ 2009_0321

지민희_노란책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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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313_금요일_06:00pm

아티스트진 mue 창간호 『우리는 수백 개의 작은 불빛을 밝혀야 한다』 기념 파티_2009_0313_06:00pm 미르밴드의 오프닝 공연_2009_0313_07:00pm

관람시간 / 02:00pm~08:00pm

갤러리 소굴_GALLERY SOGOOL 서울 마포구 창전동 393-4번지 Tel. +82.11.9472.1084 gallerysg.egloos.com

앙상한 모빌 thin mobile ● 모빌은 내가 실제로 존재하는 상태이다. 매달린 사물의 형태는 내 감정과 기억을 닮아있다. 모빌이 앙상한 것은 시간이 기억에게 그러하듯 사물들이 바람과 햇빛, 그리고 물에 의해 풍화작용 되었기 때문이다. 기억은 희끄무레하고 시간과 감정의 간섭으로 조금씩 얼룩져 있다. 길에 떨어져 어디의 일부였는지 알 수 없게 얼룩지고 마모된 물건의 파편들은 늘 내 주의를 끈다. 파편을 줍는 일은 어렸을 때 얇은 매미 허물이나 딱딱하게 죽은 불가사리를 줍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우리는 이런 바람이 드나드는 앙상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모빌의 어느 파편이 담벼락 색깔을 하고 있다면 내가 담벼락을 바라보았기 때문이고 죽은 벌레 색깔을 하고 있다면 내가 죽은 벌레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칼에 상처 입은 채 물들었다가도 다시 가벼워져 모빌은 벌레처럼 마디를 흔들며 천천히 노래 부른다.

지민희_세상이 처음 태어났을 때_혼합재료_75×20×2cm_2008
지민희_가둔 물고기_혼합재료_40×20×18cm_2008
지민희_앙상한 모빌_혼합재료_90×23×30cm_2008
지민희_앙상한 모빌_혼합재료_90×23×30cm_2008

모빌, 움직이지 않는 권태 mobile, or the immobile ennui ● 공기의 움직임에 미동하는 모빌은 아름답다. 그것은 바다 속의 미역처럼 조금씩 왔다갔다 한다. 밝아졌다가 창백해지고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진다. 바람까지 불 때는 빨래처럼 나부끼고 쫙 펴졌다가도 수그러들고 엉겨들었다가도 다시 맴을 돌며 제자리로 돌아온다. 모빌이 움직이는 것은 줄에 매달려 있기 때문인데 거미줄에 걸린 날벌레처럼 이젠 날아갈 수도 추락할 수도 없다. 탄생과 죽음 사이에 놓인 한 가닥의 줄이 그 사이의 긴장을 이기고 있다. 삶에 사로잡힌 사람도 꼼짝 없이 그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 모빌은 한 가닥 실에 매달려 꼼짝없이 떠도는 유예 상태의 존재이다. 시들어 떨어지는 꽃이 허공에 붙잡혀 있다. 이것이 모빌이고 권태이다.

지민희_우리가 바다에 맨처음 왔던 때_혼합재료_100×15×8cm_2008
지민희_잡힌 새_혼합재료_29×18×3cm_2008

우리는 수백 개의 조그만 불빛을 밝혀야 한다 we have to illuminate hundreds of weak lights ● 서늘한 바람이 불거나 눈이 내릴 때 우리가 깨어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 속을 뚫고 들어오기 때문이며 벌레들처럼 우리 앞에 모여들기 때문이다. 하늘은 점점 두껍게 덮혀가고 세상은 천천히 무너져 내린다. 추위는 입앞까지 와있고 모든 것이 너무 멀리에 있다. 살갗에 엄습하는 어둠을 이기기 위해 차가운 공기를 향해 눈을 열어라. 우리는 수백 개의 조그만 불빛을 밝혀야 한다. ■ 지민희

Vol.20090313d | 지민희展 / JIMINY / 池敏姬 / painting.instal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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