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0311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5층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발상의 전환이 가져온 신선한 조형적인 변화 ● 그림은 예술이기 전에 기능의 산물이다. 다시 말해 기술적인 축적이 이루어진 다음에 예술성이 자리하게 된다. 그래서 쉼 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손의 기술이 숙달상태에 있어야만 수준향상이 가능하다. 작업하는 과정에서 연결성 및 지속성이 떨어지면 오히려 수준은 후퇴하기 마련이다. 부단히 노력하는 가운데 기술적인 완성도가 높아지고 그럼으로써 수준향상이 이루어진다. ● 서명덕에게 지난 1년 반은 창작생활을 통틀어 황금 같은 시간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짧지 않은 기간 대학 총장직으로 복무하다가 안식년 휴가를 받아 모처럼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번다한 일들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맞이했을 때 그는 주저 없이 그림에 몰두하기로 했다. 어쩌면 생애 처음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흥겨운 기분으로 작업에 전념함으로써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 우선 그는 안식년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작업에 대해 이제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전통적인 사실주의 미학에 충실해온 그로서는 시각을 바꾸는 것이 용이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로 결정한 뒤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고, 그런 기분으로 새로운 조형세계를 탐구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현실을 초월한 보다 자유로운 조형공간 즉, 새로운 표현영역을 확보할 있었다. 정물은 실내에 놓여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야외로 끌어내 대자연 속에 놓아보았다. 실물 크기를 훨씬 넘는 열대과일이 하얀 구름이 떠가는 하늘을 배경으로 놓여 있는 정물은 신선하다. 오밀조밀 모여 있는 과일의 모양이 마치 사람처럼 보인다. 한마디로 의인화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 그런가 하면 바닥에 놓여 있어야 할 과일이 공중에 떠 있기도 하다. 공중에 부유하는, 움직이는 과일이라는 발상 또한 현실적인 공간개념을 뛰어넘는 파격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작품을 초현실주의 미학과 연계시킬 필요는 없다. 그는 단지 작업하는 과정에서 좀 더 자유로운 미의식의 전개를 목적으로 현실적인 공간감을 벗어나려한 것뿐이기에 그렇다.
이와 같은 비현실적인 공간 설정은 규칙적이고 획일적인 삶의 그늘에서 잠시 벗어나 진정한 예술적인 자유를 누리고 싶다는 욕망을 은유하고 있는지 모른다. ● 이와 함께 인물화에서도 이전과 다른 새로운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이전에는 초상화 형식의 사실적인 인물화에 한정해왔었다. 아카데믹한 화법에 기반을 둔 밝은 분위기의 초상화 형식의 인물화는 내면적인 깊이를 추구했다. 인물이 가지고 있는 소양 및 지식 그리고 감정을 표정 속에 투사시키는 데 의미를 두었다. 실제로 이러한 초상화 형식의 인물화는 최근의 작품에서는 보다 더 원숙한 기술의 심화를 통해 인물의 내면을 심도 깊게 파고들고 있다.
특히 초상화 형식의 인물화라는 공식을 탈피하여 동적인 인물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조형적인 모색은 그로서는 신선한 도전이다. 여러 명의 무용수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군무의 한 장면을 묘사하고 있는데, 결코 쉽지 않은 제재이다. 그럼에도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새로운 조형세계를 유영하고 있다. 이렇듯이 동적인 이미지의 인물화는 확실히 초상화 형식의 정적인 인물화와는 완연히 다른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제공한다. 같은 동작의 무용수들의 모습에서는 규칙적인 질서 및 현란한 율동의 조화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일깨워준다. ● 무엇보다도 유연하고 부드러우며 우아한 곡선이 지어내는 아름다움을 통해 새삼 인간의 신체적인 표현성에 감탄하게 된다. 춤 동작에 따라 몸을 감싸는 의상이 지어내는 동적인 선의 아름다움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는 동적인 이미지에서 발산하는 시각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현실을 초월한 비현실적인 공간개념을 도입함으로써 꿈과 환상과 낭만, 그리고 동경심을 자극하고 있다. ● 그는 무용수들이 존재하는 공간을 지상에서 하늘로 이동시켜 환상적인 미를 불러들인다. 구름 위 또는 무지개 위에서 가볍게 약진하는 무용수들의 모습은 선녀를 연상시킨다. 꿈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린 채 환상적인 이미지를 증폭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비현실적인 공간이동은 우리의 닫힌 의식 및 감정을 해방시키는 데 기능한다. 그림이기에 가능한 이와 같은 비현실성이야말로 그야말로 현실적인 제약을 벗어난 진정한 자유로움의 소산이다. 어쩌면 위에 열거한 몇 가지 새로운 조형적인 모색은 안식년이라는, 일체의 현실적인 속박으로부터 해방된 창의적인 정신의 자유가 만들어낸 결실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도 그는 여전히 현실의 아름다움을 찬미한다. 자연풍경은 그의 창작생활에서 또 다른 형태의 정신 및 감정의 휴지부인 것이다. 자연주의적인 시각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에 솔직히 반응하는 그의 시각은 따스하고 평화로운 안식처로서의 자연미를 탐색한다. 이는 탐미적인 시각을 놓치지 않는 사실주의 작가로서의 순수미에 대한 진정한 헌사인지 모른다. 아무것도 가감하지 않고 다만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며 느낀 미적 감흥을 진솔하게 받아내고 있을 따름이다. 무르익은 테크닉에 의해 구현되는 그의 심미세계는 자연미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처럼 그의 이번 전시회는 한 작가로서의 가장 행복한 시간이 만들어낸 그 자신을 위한 아름다운 선물이다. ■ 신항섭
Vol.20090312h | 서명덕展 / SEOMYOUNGDUCK / 徐明德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