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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311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덕원갤러리_DUKWON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 15번지 5층 Tel. +82.2.723.7771 www.dukwongallery.co.kr
진실의 사막 ● 우리와 같은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인간들의 사회는 점점 복잡하고 다양하게 얽혀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쟁, 테러, 종교, 기아, 자살, 질병, 경제 등 많은 일들이 인간이 만들어 놓은 문명 속에서 벌어지고 점점 더 많은 관계들이 발생하고 갈등과 화해를 반복한다. 그리고 그 영역은 점점 더 확장되어 가고 있다. 우리는 이제 어디서든지 많은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정보들을 통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또 실제로도 이전 세기의 사람들 보다 정보량과 지식의 정도는 높은 편이다. 하나의 사건이 벌어지면 그 사건에 관련된 많은 정보들 예를 들면 신문기사와 같은 정보 전달 위주의 정보 말고도 음모론이라든지 등장인물의 개인사적인 이야기라든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등 다방면에 걸친 분석과 추측들을 바탕으로 한 정보가 넘쳐난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것들을 알고 있다고 해서 우리는 어떤 주제나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인가? 이러한 정보들을 통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파악하고 그 본질을 알아가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나'는 세상에서 어떻게 실존하고 있는지에 '나'의 본질에 대해 의문을 던질 때 김도마의 작업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김도마의 작업에는 많은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아이콘들이며 그려졌다기보다 이야기를 위해 구성하고 조율된 꼴라주이다. 자살해 버린 락스타, 돈과 마약에 찌든 이슈메이커 스포츠 스타. 작가 자신, 기아에 허덕이는 어린 아기 같은 인물들, 911테러에서 미디어에 공개된 뉴욕의 이미지, 작가 자신이 살았던 제주도의 풍경, 녹고 있는 북극 또는 윈도우의 로고, 여러 마리의 학에 둘러싸인 닭, 자살하는 얼룩말, 곰돌이 푸우, 암에 걸린 밀로의 비너스에서 다비드 상까지 다양한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현대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며 많은 정보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이자 우리들의 모습들이다. 작가는 이러한 이미지들을 쏟아내면서 직설적으로 표현해내거나 은유와 비유를 통해 그 의미를 숨기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의 전달방식은 작품 하나하나의 이야기에 따라 달라지는 방식을 취한다. 이는 어느 하나의 양식이나 형식과 이야기방법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작가의 성격이기도 하다. 이전의 전시에서 보여주었던 많은 양의 드로잉과 그것을 전시장에 쏟아내듯이 보여주던 그의 작업 방식은 몇 개의 작품으로 압축되어 보여주는 방식으로 전환 했음에도 바뀌지 않는 그만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저 손이 많이 간 작업보다는 무언가 많이 얻어낸 작업을 비교우위에 두고 이야기를 청하는 작가의 고집인 것이다. 때론 그 얻음이 불분명함 일지라도 말이다. 작품에서 보이듯이 뒤섞여있거나 단독으로 나타나는 이미지들 하나하나의 의미를 찾아가다 보면 이것들이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이미지들을 보는 관람자들이 우리가 관심을 가졌던 이미지를 통해서는 어떤 의미들은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우리가 관심이 없거나 모르는 이미지들을 보면 그냥 지나쳐버려도 상관없다고 이야기한다. 개를 좋아하든 고양이를 좋아하든지 상관이 없으나 알만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부류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좋아함의 그 불가능성을 선호하는 부류에 대해서 작가는 만지고 있다. 싫으면 싫은 대로 무시해도 상관없다. 그렇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진실한 세상을 볼 수 있으리라는 선택을 관객들에게 던지는 것이다. 물론 받아들인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김도마는 왜 이렇게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쏟아내는가? 작가가 보여주는 이러한 연관성 없는 이미지들은 전체적으로 우울하고 어둡고 파편적이고 유쾌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인 것이다. 이것은 또한 사르트르의 소설 『구토』의 나오는 로캉뎅이 현실의 진정한 본질을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구토하게 되듯이 고통스럽고 괴로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는 전시 제목인 『닥친 우울_impending gloom』 그 자체인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것들이 우리의 현실이고 이러한 고통스런 과정을 받아들일 때 진정성을 갖는다고 말한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과 관심 있는 것만 보게 되고 마치 많은 것을 아는 것 같지만 본질에는 다가가지 못한다. 본질을 직시하게 되는 일은 괴롭고 힘들다. 그러나 우리가 좀 더 우리의 본질을 깨닫고 인정하고 애써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인간 존재의 본질과 불안의 진정한 원인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다. 작가는 결국 스스로 마음을 열고 자기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로 인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달콤한 환상의 세계를 파괴 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우리가 가진 진실이며 보다 자유롭고 진실한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준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김도마는 선택은 우리의 몫으로 남겨둔다. 다만 그는 이러한 자유로운 존재가 되기 위해 다양한 소재들을 통해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토해내고 있을 뿐이다. 그 자신도 자신의 본질에 대해 계속 고민하는 과정에 있으며 아마도 우리들에게 계속해서 이러한 것들을 토해낼 것이다. ■ 신승오
Vol.20090310f | 김도마展 / KIMTHOMAS / 金道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