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0306_금요일_06:00pm
가갤러리 기획초대展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가갤러리_GAGALLERY 서울 종로구 원서동 141번지 Tel. +82.2.744.8736 www.gagallery.co.kr
대상 앞에 똑바로 서서 한참을 응시해야 그것의 생김새를 잘 알 수 있는데, 우리는 보통 어딘가로 바쁘게 걸어가므로 일상의 장면들은 옆으로 지나친다. 밀집된 거주 환경에서 일정 거리를 두고 대상 전체를 바라볼 수 없다는 것도 우리를 둘러싼 삶의 물리적 조건들을 파악하기 어려운 이유가 될 것이며 무엇보다 골목길에 줄줄이 놓인 고만고만한 집들의 생김새가 너무 '흔하다'는 것이 그 개별적 인지를 불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사람이 들어가서 그저 큰 불편 없이 살 수 있게만'을 목적으로 지어졌고, 마치 눈 감고도 외워서 턱턱 만들었을 것 같은 이 집들이 내게 잘 보이게 된 것은 지난 2003년 가을 부터이다.
서울에 살게 된지 2년 남짓 되었을 때였고, 나는 주변의 골목길마다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물건이나 집의 외관들을 변용하는 소소한 행위들이 정다워 유심히 보게 되었다. 나는 이것이 도시에 살아가는 개인들이 나름의 표현방법으로 펼쳐놓은 이미지이라 생각하고 이것들을 찾아다니며 사진과 드로잉으로 기록했었다.
시멘트벽이 마르기 전 움푹 움푹 자국을 내어 무궁화를 새겨 넣은 집이 있는 골목을 들어서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시멘트를 개어 붙여 수십 개의 조개 모양을 얹은 담벼락이 나온다. 그 옆집은 빗살무늬이고, 그 옆은 물결무늬, 골목을 벗어날 때 즈음엔 매난국죽 벽화도 나온다. 지붕 위에 화분을 늘어놓은 모양, 기르는 식물의 종류, 창문을 가리는 몇 가지 법칙도 어김없이 닮아있고, 굴비를 널어 말릴 때 옷걸이와 각목을 연결한 모양이 똑같이 그 옆집의 신발 보관에 적용된다. 몇 년간 채집과 근접 관찰을 통해 나는 이 안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태도와 그에 따른 이미지는 패턴이며 무의식적으로 카피되는 생활의 습성이라서 이 집에서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는가를 알게 해주는 단서가 될 수 없고 사실상 익명적이라는 것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렇게 패턴화 된 습성은 오로지 필요에 의해 생겨나는 집(건물)들의 생김새에도 잘 드러난다. 나는 이제 오히려 집에 대한 사적인 향수와 기억 그리고 감정들을 모두 제거하고 그 물리적 외관을 형태적으로 파악하여 그림 그리기로 건물의 견본을 만들어 나간다. ● 형식적으로 나는 건축물의 정면(facade)에 주목하며, 그 표면을 건물에서 분리시키고자 한다. 건물의 표피적 이미지는 그것이 덧붙여 있는 건물 내부의 기능과는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존재한다. 그것은 또한 건축에서 설계도의 한 부분인 입면도의 형태를 띠며, 붓과 연필로 강약이 없는 일정한 속도와 굵기로 선을 긋고, 면을 채운다.
계단 난간에 다섯 개의 별모양이 있는 집, 처마 아래에 꽃무늬가 있는 집, 건물 오른쪽 밖으로 계단이 삐져나온 집, 오른쪽 위부터 사선으로 내려오는 유리창이 있는 집, 수십 칸의 똑같은 창문들이 6층으로 나열된 공공기관들은 어떤 특별한 종류의 건물들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 흔해서 그린다는 것이 지루하며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린다'는 개인적 질문에 더욱 집중했다. ● 길을 가며 어깨 옆으로 흘려보내거나 키 높이만큼만 보이던 담벼락으로 알았던 앞집을 보기위해 맞은편 벽이 등에 닿을 때 까지 물러서면, 집은 그 정면을 드러내고 그것은 익명을 넘어 무심하고, 뻔뻔하다. ■ 강성은
Vol.20090306e | 강성은展 / KANGSUNGEUN / 姜星恩 / drawing.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