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대화_2009_0307_토요일_05:00pm
2009 미공간봄 선정작가
관람시간 / 11:00am~06:00pm / 화요일 휴관
미공간봄_ARTSPACE BOM 강원도 춘천시 죽림동 189번지 브라운5번가 4119호 Tel. +82.33.255.7161 blog.naver.com/migong0308
牛 직한 동행_소와 인간의 관계 이상의 관계 ● 지난했던 2008년의 아이콘은 당연 광우병 파동과 그에 반대하는 범국민차원의 촛불시위였다. 그리고 밝아온 기축년 새해. 우리사회의 한 면에서는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로 시중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값을 흥정하며 구입하고 있다. 이러한 미숙산 쇠고기 이슈의 여파로 한우가치의 중요성이 증폭된 것만은 사실이다. 최근 관객몰이에 성공하고 있는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워낭소리』는 이러한 우리사회의 씁쓸한 광경 앞에 초연해 질 수 밖에 없는 여러 가지 이미지들을 생산해 내고 있다. 일소로서는 40년이라는 최고 연령을 누린 한우와 30여년을 함께 한 할아버지와의 애틋한 관계에서 감동하고, 일반적으로 보기에 동물학대다 싶을 정도로 야박스러운 반대적 행위를 통해서 자아내고 있는 한우와 인간과의 관계 이상의 관계에서 흥분하고 질타한다. 그러나 우리는 흥분과 질타를 통해서 더욱더 드러나는 관계 이상의 관계를 이내... 깨달아야 한다. 농경사회 이래 이 땅의 주인으로서 함께 해 온 한우. 산업의 발전과 농촌의 개량화로 자연스레 가치의 기준이 일소에서 고기소로 전향된 지는 이미 오래다. 과거 재산목록 1호로서의 존재가치를 드러내던 한우는 이제 검역의 대상이 되었고, 최고의 육질일 때 도살되며, 값이 떨어지면 하찮게 버려지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한우의 존재가치 저하는 시대적 흐름에 순응하는 바가 크지만 여전히 몇 천 년을 더 인간의 삶 속에 소소한 문화로... 생활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소똥 냄새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김시동 ● 이번 전시에서 김시동은 수 천 년 동안 우리민족의 한과 터를 말없이 지켜온 한우와 인간의 이야기를 흑백 필름 속에 회화적인 느낌으로 담아내고 있다. 1998년 강원도 횡성군 수몰지역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시작된 이 작업은 고향을 떠나는 수몰민과 우리민족의 삶 속에서 늘 그랬듯이 그들의 재산목록 1호인 한우와의 관계 이상의 그 무엇에 대한 감동을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김시동은 농가에서 자란 어린시절의 아련한 기억으로부터 한우와 인간관계에 자신을 감정이입시키고 있으며, 몸에서 소똥냄새가 나고 소를 닮아가는 자신을 발견할 때 비로소 작품의 진정성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겠다고 이야기 한다.
"돼~돼 돼"_우직한 동행 ● #.1_'머리아파'를 늘 중얼거리면서도 눈만 뜨면 밭으로 나가야하는 할아버지를 태우고 휠대로 휘어버린 네 다리와 갈라지고 곪아 터진 발굽으로 "돼~돼 돼" 소리에 맞춰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내딛는다. #.2_40년을 함께 한 소의 멍에를 풀어주며 "잘 가"하는 할아버지를 통해 코끝 찡한 감동을 경험한다. 영화『워낭소리』에 등장하는 기억에 남는 몇몇 장면들이다. 김시동은 굳이 워낭소리를 통해 느끼는 가슴 찡한 감동이 아니더라도 이미 3년 이상 드나들던 강원도 횡성군 병지방 마을 농가를 비롯해 강원도 곳곳에 산재한 한우들의 실제 이야기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농부의 죽음 뒤에 떠나버린 두 번째 부인과 함께 생전에 촬영한 사진과 10여년 이상을 가족처럼 살다가 죽은 농부를 뒤따라 사망한 소 이야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사랑을 능가하는 한우의 사랑을 가늠하게 한다. 우리나라에서 사계절 내내 쉬지 않고 가장 힘들게 일한다는 대관령 안반덕이의 홀이소, 결이소의 밭가는 모습은 밭고랑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빛과 그림자로 인해 고즈넉한 회화적 이미지가 마음을 고요하게 한다. 기우뚱하게 누운 자세로 자신의 몸을 비집고 나오는 생명체를 바라보는 커다랗고 슬픈 눈에서는 윤회의 아픔을 숙연히 받아들이는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짜릿한 순간, 영원한 삶의 기록적 가치측면으로서의 사진 ● 사진의 가치는 찰나의 장면을 기록하여 영겁의 역사로 남기는데 있다. 세 시간을 기다려 얻은 소의 출산 장면이나 상념에 잠긴 듯 한 슬픈 눈으로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소의 모습, 반대 산에서 바라본 농부의 밭갈이 모습들을 회화적으로 기록하고 있는 사진작가 김시동은 필시 보여지는 모습 그대로를 기록하고 있지만은 않다. 곳곳에서 만나는 풋풋한 시골 농가의 넉넉한 인심과 소에 관한 후한 입담은 10여년을 날마다 낡은 카메라 가방을 챙겨들게 하고 있고 그의 몸을 소똥냄새로 배이게 한다. 순간 보여지는 것과 그 안에 내재한 모든 것들을 카메라 렌즈를 통해 담아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김시동은 오늘과 현재를 기록하고 보존해야한다는 책임감과 뿌듯함으로 소처럼 우직하고 묵묵하게 한 길을 가고 있다. ■ 엄선미
Vol.20090306c | 김시동展 / KIMSIDONG / 金時東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