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데기 전(傳)

박성휘展 / PARKSEONGHWI / 朴星輝 / painting   2009_0226 ▶ 2009_0317

박성휘_바리데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73cm_2009

2009_0226 ▶ 2009_0310 초대일시_2009_0226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09:00am~06:00pm

일곡갤러리_ILGOK GALLERY 광주광역시 북구 일곡도서관길 82 일곡도서관 내 Tel. +82.62.510.1631 ilgoklib.bukgu.gwangju.kr

2009_0311 ▶ 2009_0317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9:30am~06:30pm

갤러리 라이트_gallery LIGHT 서울 종로구 인사동 147번지 미림아트 2, 3층 Tel. +82.2.725.0040

THE WOMEN STORY-바리데기 전(傳) ● 수천수백년 동안 어떤 이야기가 살아서 우리에게 전해 내려오는 이유는 그것이 '사실'보다 더 '진실'하기 때문이다. 바리데기 신화가 우리 땅에서 가장 유력한 모습으로 끊임없이 재탄생되는 이유는 현실과의 닮음, 여성이 스스로를 신화 속에 투사해야 견딜 수 있었던 현실 때문이었다. ● 내가 신화와 조우할 수 있었던 건 여행지의 한 당산목 아래서 기도를 올리는 여성을 만난 때문이었다. 나처럼 여행 중이었던 그녀는 아이를 기원하고 있었다. 온갖 첨단 과학이 우주를 날아다니는 이 21세기에 당산나무 아래서 자신의 소망을 기원하는 여자라니! 그 원시적인 풍경은 나에게 곧장 신화로 다가섰다. ● 하늘과 땅, 지하를 연결해 주는 젖과 꿀이 흐르는 생명나무(우주나무), 세계수라는 시베리아 사하족의 신목(神木)이 있다. 이 신목은 우리의 서낭당 신목과 같은 의미라 할 수 있다. 바리데기 여신과 세계수의 결합이 바리수이다.

박성휘_물을 걷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62cm_2009
박성휘_바리수-실을 엮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7×130cm_2009

이 땅의 모든 여성은 바리데기이다. 어머니와 그 딸들은 온갖 색실로 한 땀씩 바느질을 하듯 실제 삶에서 이룰 수 없었던 삶과 꿈을 바리데기에게 실어 신목과 연결시켰다. ● 그리스 신화의 카론은 망자를 배에 태워 저승으로 인도한다. 망자를 태운 배를 타고 황천수를 건너 서역국에 이르는 우리의 바리데기 역할이 서양 신화에도 고스란히 존재한다. 이렇듯 세계의 신화에는 바리데기 신화와의 공통적인 요소가 있다.

박성휘_바람부는날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89cm_2009

그 신화의 닮음성은 곧 인간의 삶과 꿈이 닮은 것이라는 의미인바 나는 그 점에 주목했다. ● 세상에 나자마자 버려진 존재였으나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바리데기. 밥하고 빨래하고 남자를 사랑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스스로 모든 생명의 어머니가 된 여자. 때문에 나의 이번 작업에 나타난 소재들, 배와 실꾸리와 꽃과 방울 생명수병 등은 모두 바리의 삶의 도구이자 꿈이며 현실을 사는 여성들의 삶의 모습에 대한 상징이다. 수천 년의 시간을 흘러 나에게 다가온 바리데기는 내 안에 뿌리를 내리고 생명의 나무의 바리수로 뻗어나갈 것이다.

박성휘_봄을 피우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5×53cm_2009

바리데기 신화 ● 옛날 한 옛날, 불라국에 오귀대왕과 길대왕후가 계시었다. 대왕내외가 해님, 달님, 별님, 물님, 불님, 흙님 등의 공주를 줄줄이 낳고 기가 막혀하다가 온갖 치성을 드린 끝에 휘황하고 상서로운 꿈을 꾸며 다시 수태를 했는바, 낳고 보니 또 딸이었다. 대왕은 막둥이 이름을 지어주기 싫은 건 물론이고 곁에 두기도 싫어 서해바다 용왕께 진상해 버리라 명하고 핏덩이는 버려진다. 이름 하여 바리데기. ● 비리공덕할아비와 할멈 손에 건져져서 자라게 된 바리데기는 열다섯 살이 되어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죽을병에 걸린 친부 오귀대왕 때문이다.

박성휘_바리수-달빛 속에서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09

서천서역국 동대산에서 솟아는 약물을 먹어야만 낫는 병에 걸린 오귀대왕이 약물을 찾으러 갈 사람을 백방으로 구하다 급기야 버린 딸 바리데기까지 떠올린 것이다. 하여 부모 상봉을 하게 된 바리데기는 군말 없이 서천서역국, 저승을 향해 길을 떠난다. ● 바리가 서천서역국으로 가는 길을 모르니 길에서 사람을 만날 때마다 묻게 되는데 한 마디 대답을 듣기 위해서 치러야 하는 값, 노동은 매번 험난하다. 자갈밭을 고운 흙밭이 되고 갈고, 산더미 같은 빨래를 검은 것은 희게 빨고 흰 것은 검게 빨고, 맑은 물이 뚝뚝 들을 때까지 숯을 씻고, 광활한 들판의 풀 한포기 뽑을 때마다 나무아미타불을 외야 한다.

박성휘_바리수-달빛 속으로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09

온갖 지옥을 경험하며 산 넘고 바다 건너 마침내 서역국 동대산에 도착하니 산지기 무장승은 바리에게 길 값, 물 값, 구경 값으로 몸 공양까지 바란다. 혼인하여 석삼년을 함께 살며 아들 삼형제를 낳으면 그때 서천의 신기한 묘약을 주겠다는 것이다. ● 서천에 이르기까지 갖은 지옥을 거치며 이승에는 물론이요 저승에도 공짜란 없음을 충분히 터득한 바리는 무장승과 혼인한다. 그로부터 석삼년 무장승을 위해 밥 짓고 빨래하고 아들 삼형제를 낳는다. 아홉 해가 지난 뒤 드디어 뼈살이 꽃, 살살이 꽃, 피살이 꽃, 숨살이 꽃, 혼살이 꽃을 구하고 약물을 얻게 된 바리는 아들들과 더불어 불라국으로 귀환한다. 아버지 오귀대왕의 숨이 이미 끊긴 뒤였으나 바리데기는 서천에서 구해 온 꽃들과 약물로 아버지를 되살린다. 그리고 불라국의 절반을 떼어주겠다는 부친의 제안을 마다하고 세상에서 버려져 떠도는 영혼들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오귀신으로 거듭난다. ■ 박성휘 ■ 박성휘 [email protected]

Vol.20090226e | 박성휘展 / PARKSEONGHWI / 朴星輝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