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르는 거짓말

송준호展 / SONGJUNHO / 宋俊昊 / painting.sculpture.installation   2009_0226 ▶ 2009_0325 / 일요일 휴관

송준호_아무도 모르는거짓말_브론즈, 나무, 유리안구_104×79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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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226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카이스 갤러리_CAIS GALLERY 서울 강남구 청담동 99-5번지 제2전시관 Tel. +82.2.511.0668 www.caisgallery.com

20세기에 들어서 미술은 형식보다 내용에 치중하는 경향을 가지게 된다. '무엇을 그렸는가(what)'하는 것보다 '무엇을 의미하는가(why)' 하는 것이 중요하며, 표면에 보여지는 것보다 그 안에 숨어있는 상징성에 깊은 가치를 두었다. 눈에 보여지는 '작품의 형태'를 이해하기 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숨은 의미'를 읽어야 하는 현대미술은 그래서 관객들에게 어렵고 막연한 대상이며, 때로는 작가가 의도하였던 것과 다른 의미로 해석이 되기도 하였다. 롤랑 바르트 Roland Barthes는 이러한 현상을 '작가의 죽음 The death of author' 이라 부르며 현대미술의 구조적인 모호성을 지적한 바 있다. 이와 비교하여 보았을 때, 송준호의 작품은 작품의 형식과 형태를 떠나 작가가 의도하는 의미를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는 매채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 송준호는 그의 작업을 '버려진 것들에 대한 연민'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중요한 의미였을 버려진 물건들'에 대하여 작가가 느끼는 안타까운 감정들은 그 물건들을 고치고 다시 존재의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로서 정화가 되었다.

송준호_악몽_나무, 합성수지 캐스팅_각 30×30cm_가변설치_2008

이러한 자조적 연민은 후의 그의 작업들에 모태가 되었으며, 버려진 사물을 통한 개인적인 감정의 대입은 지금까지도 그의 작업에 주요한 모티브이 되고 있다. ● 송준호의 작품을 소재에 따라 구분해 본다면, 버려진 재료를 사용한 작품, 사슬을 이용한 작품 그리고 유리 안구를 사용한 인물 작품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학창시절부터 버려진 물건이나 고장난 물건들을 고쳐나가기 시작하면서, 그의 수리하는 행위는 자연스럽게 작업으로 이어졌다. 5년 동안이나 다리가 부러진 채 방치되어온 벤치에 '들어올리기'라는 조각을 만들어 괴어놓거나, 각기 다른 이유로 버려진 나무들을 서로 이어 붙여서 조각상을 만들면서 그의 작업은 시작되었다. 지금도, 송준호는 주변에서 작품의 재료를 찾아낸다.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재료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찾아낸 재료로 작품을 만든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어딘가 모르게 오래되고 낡은 느낌이 들지만, 그래서 더욱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송준호_고개를 들어 주위를 보았을때 아무도없었다_나무에 채색, 유리안구_36×65×30cm_2008

사슬을 늘여뜨려 만들어진 레이어로 사물의 이미지를 재현하는 작업은, 송준호가 가지고있는 '사라진 존재감'에 대한 고민을 심도있게 보여준다. 그가 재현한 고대건축물의 기둥, 갑옷, 비파와 같은 대상은 오늘날 형태는 남아있지만 그 고유의 존재적 가치는 사라진 대상들이다. 건물을 지탱시키는 기둥은 이제 건물에 의지하는 존재가 되었고, 강한 소리를 내는 비파는 연주법 전해지지 않으면서 그 소리를 잃었으며, 갑옷은 더 이상 인간을 보호하지 못하게 되었다. 송준호는 이렇게 고유의 기능과 존재적 가치를 잃어버린 사물들을 길게 늘어뜨린 사슬로 표현함으로써 기존에 가지고 있던 형태를 재현하였다. 그러나 재현된 사물의 형태는 마치 그 역할이 사라지듯 유약하고 유동적인 사슬들로 분해가 되었다 조합이 되었다 한다. 이는 작가가 (형태는) 존재하나 (의미는) 존재하지 않는 사물들에 대한 연민과 아쉬움을 나타내는 동시에 개인적 감정을 작품에 이입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 최근, 송준호는 유리안구를 사용한 인물상의 작업을 진행하여 왔다.

송준호_그대로부터의 외로움_합성수지 캐스팅에 유채, 유리안구_60×52cm_2009

반구 형태의 유리알 안에 그려진 눈동자는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눈동자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준다. 이는 일차적으로 관찰의 대상이 작품에서 관객으로의 전이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시도는 궁극적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이야기 하기 전에, 자아의 관찰을 유도하고 있다. 곧 관객이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관객 즉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관찰의 대상이 되어진 '내 안의 불안감과 두려움'을 통해 작가는 진정한 자신에 대한 고찰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 송준호의 작업은 그의 주변의 사사로운 일들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주변의 사물, 작은 사건, 소소한 경험들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일상의 사건들로 좌절하지 않는다. 주어진 환경에 적절한 방법으로 적응하며, 어려운 문제를 풀어나가는 일을 힘겨워 하지 않는다. 그의 이러한 '일상'에 관한 자세는 자연스럽게 작업으로 연결 되어 마치 그의 일기를 보듯 작품은 작가의 삶을 적절히 기록하고 있다.

송준호_멀고 먼 다른 날 밤 꿈_주입성형, 레진, 유리안구_10×40×10cm_2009

송준호는 그의 작업노트에서 그의 작업행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나는 미시적인 사건이나 상황을 통하여 거시적이거나 보편적인 진리를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일상의 작은 사건이지만 그것은 세상과 나를 연결시켜주는 통로이며 또한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되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비개인적인 가치로 만드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라고 했을 때, 나의 작업은 개인과 비개인의 경계를 탐색하며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송준호의 개인전『우리가 모르는 거짓말』展에서 작가는 그의 작업을 '외로움'이라고 함축해서 말하고 있다. 이는 그가 개인적으로 겪은 가족과의 이별, 타지에서의 생활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오는 외롭고 두려운 감정들을 가지고 작품을 표현하였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오히려 그의 어두운 감정들은 숨어 있지 않고 작품을 통해 '대응'하고 '응시'하고 있다. 그의 작품「아무도 모르는 거짓말」그리고「고개를 들어 주위를 보았을 때, 아무도 없었다」는 신화에 나오는 메두사Medusa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메두사는 본래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테나의 질투로 저주를 받게 되는 인물로 메두사의 아름다운 머릿결은 모두 뱀이 되었고, 그와 눈이 마주친 사람들은 돌로 변하였다. 그래서 어두운 곳에서 외롭게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이 신화의 인물은 어쩌면 오늘날 현대인들이 겪는 외로움과 두려움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었던 캐릭터일지도 모른다.

송준호_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_브론즈 캐스팅, 나무, 유리안구_36×29×12cm_2008

타인의 질투, 고통과 열망, 전염되는 두려움, 그래서 회피하고 외로워지는 현대인들의 절망감을 송준호는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통해 메두사라는 형태로 표현하고 있다.「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는 이러한 외로움에 대처하는 여러가지 방법 중에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외로움을 감추려고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마치 유전되어 온 것처럼 본능적인 대처 방법이나, 마치 강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듯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 하는 것 뿐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주체적인subjective 방법이라면,「악몽」그리고 「그대로부터의 외로움」은 객체적인 objective 대처 방법으로 그들(타인)은 항시 '나'를 응시하고 있으나 눈을 마주치지 않는 한은 안전하다고 느끼는 회피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은 이번 작업에서 작가가 이끌어온 주제에 대한 자조적인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송준호_하고싶은일과 할수있는일, 그리고 해야하는일_나무, 유리안구_220×63×58cm_2009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미련,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열망,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한 무게는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시간으로 해석할 수도 있으며, 개인이 가지는 다양한 감성으로도 해석 할 수도 있다. 다만, 오늘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이, 개인적 감정을 억제하고 주어진 역할을 다하는 강한 로봇과 같이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 함으로써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단지 작가 개인의 감성과 경험의 표현이 아니라, 현대인들이 감추고 살아가는 나약함과 외로움을 시사함으로써 관객과 공감하고 더 나아가 함께 위안받는 치유의 기회가 될 것이다. ● 송준호에게 작업은 삶을 통한 치유의 방법이다. 그리움과 외로움, 허무함과 공허함, 소외감과 열등감으로 가득 찬 보통사람들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치유하는 것, 그것이 송준호의 작업이며, 그가 외롭게 그렇지만 꿋꿋하게 작업을 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 민은주

Vol.20090226c | 송준호展 / SONGJUNHO / 宋俊昊 / painting.sculpture.instal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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