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11:00pm
호기심에 대한 책임감_gallery, curiosity 서울 종로구 부암동 254-5번지 Tel. +82.2.542.7050 www.curiosity.co.kr
언어 공원을 산책하는 슬픔 "우리는 서로 듣고 있는 것 일까?" ● 언어가 미끄러져 내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우리는 언어로 표현하며 교감하려 하지 않는다. 언어의 불완전함을 들려다 보며 다른 무엇을 느끼려 하기 보다는, 더 많은 언어로 탑을 쌓았다. 언어가 말하지 못하는 것,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을 다시 언어로서 이뤄내려고 했다. 언어로 무엇을 정의 내리며 외부를 만들어내었고, 우리는 그것들로부터 너무 멀어져 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자연의 소리를 듣는 법조차 잃어버렸다.
공원에는 무엇이 있기에 우리는 그곳을 산책하는 것 일까 네모난 공원에서 자연은 한발자국도 자라나지 못하며, 탈주할 수 없다. 그곳에서는 풀도 흙도 나무도 벌레도 모두들 거꾸로 서서 허공에서 손을 휘적거리고 있을 뿐이다. 자연은 어떤 소리도 내지 않고 그곳에서는 어떤 사건도 일어나지 못한다. 사건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오로지 우리의 사건이다. 기형적으로 비틀어진 자연을 우리는 산책하며 바.라.본.다. 마치 사진처럼, 외부의 것으로, 그리고 그것이 말하는 것은 다름 아닌 실재의 부.재. 이다. 오늘도 자연은 순환 없는 죽은 몸으로 도심에 동상처럼 건설된다. 그림자 없는 기괴한 모습으로
예술도 자연도 종교도 자유도 평등도 삶과 멀어져 버렸다. 그것들의 방문을 끝마치고 집에 돌아왔다가 간헐적으로 들리는 그것들의 부고소식에 심장이 내려앉는다. 죽었다 했다. 아니다 살았다 했다. 다시 죽었다 했다. 아니다 반신불구다. 살아있긴 헌데 겉만 살아있지 죽은 거나 다름없다더라. 소문이 무성하다. 텅 빈 집안에서 죽은 자식의 고추를 매 만지 듯, 손을 허공에서 주물럭 거리다 허기가 몰려온다. 아, 설마, 그것들은 모두 살아있고 정작 나만 죽은 것은 아닐까 초조함만이 나와의 대화에 응한다. 혼잣말이다.
'어머니의 가슴을 파헤치고 커다란 집을 세운 것은 나에요' 아, 어째서 의미의 세계가 언어에만 있다고 믿었을까 이제 거짓 같은 안락함을 버리고 그것들이 있는, 그곳으로, 그곳으로 가야겠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방과 모형 같은 단어들과 이미지들은 아무것도 메우지 못할지니 세상을 닮아 그것을 담고 싶어 하던 언어의 마음을 가지고, 삶을 가지고, 그것들과 조우하러 가야겠다. 다다르지 못하더라도 만나러 가는 길 그 길, 얼마나 설레이는가. 분명 콘크리트 집밖의 대지 또한 나를, 그리고 너를,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고자연
Vol.20090223a | 고자연展 / KOHJAHYEON / 高自然 / 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