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휴식[休息] ● 바쁜 하루 일과 끝에 오는 평온한 휴식은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소중한 시간들이다. 고즈넉이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저녁 무렵 가족과 연인, 친구와 함께하는 소소한 서민들의 생활에 작가는 따듯한 시선을 보낸다. 잔잔한 부두와 들녘, 일터에서 돌아와 편안한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는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이 작가 권사극이 바라보는 세상의 풍경인 것이다.

권사극_잠 못 이루는 밤_캔버스에 유채_39.5×44.8cm_2009

삶에 대한 따듯한 시선에 성숙하고도 담담한 운필이 더해진 작은 이야기들은 보는 이의 마음 마저 평온하게 하는 힘이 있다. 정신 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 한번씩 마음을 추스를 순간을 선사하는 정서적 기능마저 가진 듯 한다. 경쟁적으로 느껴질 만큼 너나 없이 자극적인 소재와 기법을 시용하는 현대미술의 최근 경향과는 먼 거리에 위치한 고요함이다.

권사극_벗2_캔버스에 유채_27.3×34.8cm_2009

권사극_벗1_캔버스에 유채_31.5×31.5cm_2009

그의 화면이 유화가 가질 수 있는 특유의 둔탁한 붓의 맛을 그대로 지니고 있으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정확한 묘사가 자리하는 것은 세련된 기교를 부리지 않았음에도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작가의 솜씨이다. 오랜 기간 동안 서민적 소재와 안정된 구도, 서정적인 색감 등으로 큰 기복 없이 작업을 진행해온 그로부터 수평선 같은 온화한 성품을 느낀다. 세상 그 무엇도 자신을 크게 내세우지 않으며 대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그의 손을 거치게 되면 삶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화폭으로 재탄생 되리라는 믿음을 주는 작가이다. ■ 김여명

Vol.20090222b | 권사극展 / GWONSAGEUK / 權師極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