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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221_토요일_05:00pm
책임기획_강제욱
관람시간 / 10:30am~06:30pm
포스갤러리_PHOS GALLERY 서울 종로구 관수동 159-2번지 포토스페이스빌딩 3층 Tel. +82.2.2264.2381 iphos.co.kr
내 마음에 새긴 얼굴- 군인 841의 휴가 (1990-1991) ● "이규철은 '한 사람의 군인'을 찍었지만, 대한민국의 성인 남성의 초상을 찍은 것이다 (영화『친구』를 본 386세대들은 모두 '저건 나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야'라고 말한다고 한다). 사진의 사회적 기능이 이렇게 큰 경우란 흔치 않다".(『병사의 얼굴, 우리 시대의 압축 파일』, 이문재) ●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태어나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있다. 그것은 군대에 가야 한다는 것이다. 본인의 경우에도 군대에 가기전 여자 친구를 만나고, 머리를 깎으려고 미용실 까지 함께 간 기억이 있다. 바리캉으로 뒷머리부터 머리를 깎기 시작하다가 다시 앞머리를 깎을 때 유쾌하지 않은(?) 기분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 길었던 머리가 우수수 떨어지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여자 친구와 나는 쑥스럽고,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험은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남자들 또한 마찬가지로 비슷한 상황의 똑같은 경험을 한 것이기에 특별 할 것은 없다. 이처럼 남자들에게 있어서 군대를 간다는 것은 마치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과 유사한 경험이다. 남자들은 군대를 갔다 와서도 술자리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소재가 군대 얘기다. 군대의 무용담을 늘어놓을 때는 너나 할 것 없이 약간의 애교 섞인 거짓말이 대부분이고,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그런 거짓말을 암묵적으로 동의한다. ● 재미있는 것은 군대에서 보내는 시간과 사회에서 지내는 시간의 개념에 있다. 군대에서는 하루 24시간이 너무 천천히 흘러간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이유는 군대는 개인의 자유가 한정되어있고, 집단생활을 해야 하며, 계급의 위치에 맞는 업무와 규율이 엄격하기 때문이다. 제대 후에 사회에 복귀를 하게 되면, 군대와는 다르게 한 개인은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시간의 흐름은 군대와는 비교가 되지않을만큼 빨리 지나간다. ● 중요한 점은 군대를 찍은 이규철 사진의 경우 어떤 평가를 해야 하는가에 있다. 군대에서 힘들었을 때의 순간은 단순한 기억인가 아니면 추억인가? 얼마 전 어떤 후배와 술자리에서 '기억과 추억의 차이점'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기억'은 단순한 과거의 사실에 대해서 잊지 않고 머릿속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지만, '추억'은 그 기억을 더듬었을 때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며 때로는 술안주로도 좋은 무엇이라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수학적인 공식은 아니지만, '기억'과 '추억'의 차이점을 사진에 대입해 보면 '군대사진은 추억'이라고 결론을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이것은 일반론적인 결론에 해당한다. 이규철의 「군인의 휴가사진」 은 생각하기 싫은 기억이며, 군대사진은 강박적인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 이규철은 자신이 군 생활을 했던 시기인 울산의 서생에서 즉, 1990년에서 1991년 사이에 주변 동료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기록한 것이다. 본인도 말하기를「군인841의 휴가」사진은 군대 생활의 힘들었던 순간을 찍은 것인데, 사람들은 이 사진을 추억으로 생각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군인841의 휴가」사진이 전시 되었던 2002년에는 대통령선거가 한창이었고, 군대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었던 시기이다. ● 이처럼「군인841의 휴가」사진은 사회적, 정치적, 개인적으로 중요한 화두를 가지고 있다. 이규철의 사진을 통해서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인내심을 경험하며, 공동 집단에서 개인의 함몰과 도구화되어가는 모습을 기록한 것이다. 어쩌면 군대가 가지고 있는 집단적 정체성은 사회와 뚝 떨어져 존재하는 이상한 곳 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영화 『마파도』처럼 상식적인 것이 통용되지 않는, 절대적으로 합리적이지 않은 '그들만의 세계' 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규철의 「군인841의 휴가」사진은 작가의 의도와 관계없이, 군대의 구조를 모르는 일반인들에게는 어떤 실제적인 상황을,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에게는 묘한 추억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시사 하는 점이 크다.
비온 날의 오후(1993) ● 이규철의「비온 날의 오후」는 군대를 제대하고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에 복학한 시점인 1993년에 촬영한 사진이다. 이규철은 이 사진을 찍은 동기에 대해서 방학 때의 어느 날 비오는 날은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우울해지는 현상을 겪었다고 한다. 그것은 그 시간에 자신의 주위에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못하는 허무함 이며, 그렇다고 다른 사람과 함께 있어도 허무함은 채워지지 않는다고 한다.「비온 날의 오후」는 작가가 땅의 표면에 물이 고여 있는 대상을 바라보면서 지나가는 일반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한 것이다. 사진의 표면에 반짝이는 빛의 작용은 카메라의 스트로보(Strobo) 효과로서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이 찍혔는지 그렇지 않은지 인식할 수 없다. 이사진들은 타인의 모습을 빌려와서 자신의 모습을 반영한 것으로 느껴진다. 「비온 날의 오후」에는 작가의 이중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그것은 카메라가 땅의 표면을 찍기 위해서 작가가 몸을 숙이고 하이앵글(high angle)로 촬영한 사진이 결과적으로는 사람들의 모습을 로우앵글(low angle)로 찍은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점이다. 사진이미지의 방향성도 찍었을 당시에 사람들의 모습이 물표면의 작용 때문에 거꾸로 보이는 이미지를 최종적인 인화에서는 정상적으로 보이게 인화한 것이다.
「비온 날의 오후」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여러 번 반복적으로 겪어야할 고독, 존재의 허무 등 자기성찰의 모습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적막한 공간에는 사람들의 모습이 생경하다. 부유하듯이 떠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유령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사진에는 존재에 대한 고뇌의 흔적이 엿보인다. 사진에서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드러내고, '인간/생명'과 '땅/물성'의 관계에 주목한다. ● 이규철은 인간존재에 대한 즉흥적인 모습을 통해서 현실적인 토대위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간상을 긴장감 있게 촬영했다. 삶의 모습에는 '희노애락(喜怒哀樂)' 이 묻어있다. 우울한 모습에서는 인간의 비극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은 세상을 밝게 해준다. 이규철의 사진에는 리듬감이 느껴진다. 물결치는 미세한 움직임에 사람들의 모습이 반영 된 것은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에너지의 흐름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의 시선은 도시 안에서 생활하는 인간의 질서와 규범을 응시하듯, 어딘가를 향해서 끊임없이 걸어가고 있는 현실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비온 날의 오후」에서는 인간의 삶, 존재, 허무에 대한 문제를 뇌까리며, 부유하는 삶을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삶의 존재론적인 의미를 얘기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 소설가 (2004) ● 소설가와 사진작가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면, 사진가들은 소설가에 어딘지 모르는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소설이 사진가들에게 작품제작의 영감으로 발전되기도 하며, 소설의 허구적인 상황을 사진으로 재현하는 실험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소설은 예술적 기능으로 환전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가와 사진가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소설가는 텍스트를 통해서 내러티브와 공간성을 표현하고, 사진가는 스쳐가는 순간을 붙잡는 시각적 기능이 발달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소설은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영화와, 시는 순간적인 기록을 하는 사진과 어느 정도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 이규철이「한국 소설가」를 2004년도에 촬영한 계기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한국번역원에서 도서전을 하기위해서 라이프지에서 행사를 하기위한 목적으로, 한국의 소설가 10명을 선정하고 각각의 작가를 사진으로 제작하는 일을 의뢰 받으면서부터 시작된다. ● 그가 촬영한 소설가들의 얼굴은 이채롭고 다양한 표정으로 자리하고 있다.「한국 소설가」중에서 은희경의 경우, 이규철은 작가와 함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장소인 고창에 함께 갔다고 한다. 그곳에 도착했을 때 눈이 많이 왔었고, 그들은 소설 속에 있는 상황에 몰입하게 되면서 천진난만한 아이들처럼 즐겁게 지냈다고 한다. 은희경을 촬영한 눈밭에서 뛰어노는 모습은 천진난만한 소녀처럼 보인다. 이규철이 소설가들의 인물사진을 찍은 방식은 소설에 나오는 상징적 이미지와 작가를 배치시키려는 의도라고 하는데,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이 방식이 적절하게 잘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 이 사진은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푸르스트(Marcel Proust, 1871-1922)의『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유년기의 기억을 케이크 한 조각을 차에 적셔서 먹는 중 갑자기 냄새로 인해서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것처럼, 이 사진은 예전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서 기록한 듯한 이미지와 개인적인 사소한 추억거리를 전달한다. ● 이문열을 촬영한 사진을 보면, 왼손을 불끈 쥐고 마치 돌하고 싸우고 있는 장면을 연상하게 한다. 하지만 이 사진은 이문열이 뒤집혀져있는 돌을 바로 세우는 과정에서 돌하고 싸우는 듯한 순간을 기록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문열의 저돌적인 정신을 순간적으로 잘 기록한 사진으로 파악된다. 이 사진도 역시 이문열의 상징적인 코드를 잘 찾은 사진으로 생각된다. 사진작가의 임무가 잠재적인 인물의 상황을 현실화시키는 것, 보이지 않는 내면을 보이도록 하는 것이라면, 이규철의「한국 소설가」사진은 기존의 다큐멘터리 사진을 자신만의 다른 방식을 통해서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표현한 듯하다.
'델리에서 바라나시로 가는 기차에서'(2007) ● "델리(Delhi)에서 바라나시로 가는 2등석 기차 안에서 본 풍경이다. 기차 안에서 본 풍경은 마치 영화 속 스크린 같다. 정차해 있거나 막 출발하려 할 때 잡아챈 사람들은 비현실적이다.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나라, 그동안 우리에게 인도는 마치 '신의 영역'처럼 신비하거나, 기존에 갖고 있던 영화의 규칙을 과감하게 깨버리는 '발리우드' 영화처럼 때때로 무질서하게 보여진 게 사실이다". (이규철) ● 이규철의「델리에서 바라나시로 가는 기차에서」는 2008년 창원아시아 미술제에 출품되었던 사진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작품이다. 이규철이「델리에서 바라나시로 가는 기차에서」를 촬영하게 된 계기는, 2007년 어느 날 인도 북부 갠지스 강 연안에 있는 도시 바라나시(Varanasi)를 여행하면서 시작된다. 이규철은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면서 문득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 그 풍경을 보면서 그는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한국에서 창밖을 통해서 바라본 모습과는 다른 감동을 주었다. 작가는 이 장면을 인상 깊게 생각했고 시간이 좀 더 흐른 후에 기차 안에서 외부의 풍경을 본격적으로 촬영하기 시작한다. 기차 안에서 찍은 사진은 마치 내부의 모습을 연출해서 찍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철저하게 내부를 연출해서 찍은 것 같은 생각이드는 이유는, 사진 프레임의 물통이 적당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진은 1993년「비온 날의 오후」에서 느껴지는 우울함과 닯아있다. 단지 다른 것은 우울함의 대상이 다르다는 것, 장소적인 상황적 분위기가 다른 것에 있다.「델리에서 바라나시로 가는 기차에서」를 자세히 살펴보자. 이 사진은 이규철이 작가노트에서 밝혔듯이, 기차 안에서 바라본 창밖의 풍경은 영화 속 스크린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생각이 드는 구체적인 이유는 기차안과 밖의 풍경에서 드러나는 명암과 색채의 대비, 관람자가 사진 프레임의 정면에 펼쳐져 있는 장면에 자연스럽게 시선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규철의 사진을 계속 응시하고 있으면 밀란쿤데라 (Milan Kundera, 1929 - )의 소설『불멸』이 생각난다. 밀란쿤데라의『불멸』에서는 " 인간이라는 표본에 있어 일련번호란 독특하고 우연적인 여러 특징들의 집합체, 바로 얼굴이다. 성격이나 영혼, 그리고 사람들이 자아라고 칭하는 것은 이 집합체에서는 드러나지 않는다. 얼굴은 표본에 일련번호를 매길 뿐인 것이다." 라고 한다. 밀란쿤데라가 한말을 풀이 한다면 인간의 얼굴을 통해서는 존재론적인 본질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하지만 본인은 밀란 쿤데라의 말을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힘들다. 그 이유는 쿤데라가 가지고 있는 사유의 체계와 동양적 가치관의 체계는 엄연히 다르고, 예술의 중요한 매체인 사진의 경우 시각적 결과물의 가장 기초적인 측면 '보이는 것' 이 획득하는 특성을 무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재론적 본질을 찾기 위해서는 내면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서 온전하게 파악해야 할 것이다. 이규철은 그런 방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소설가들의 모습은 소설에 나오는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서 소설가의 내면적인 모습을 끄집어내려고 했다.「델리에서 바라나시로 가는 기차에서」의 경우, 일상에서 스쳐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통해서 본인들도 의식하지 못한 '내면의 모습을 기록' 한 것으로 보인다. 창밖으로 투영된 사람들의 모습은 그래서 담담하게 느껴진다. 사람들의 얼굴은 가식적으로 보이지도 않고, 얼굴의 특징을 집중적으로 관찰하지도 않았다. 그들의 모습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무심(無心)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다. ■ 김석원
Vol.20090221c | 이규철展 / LEEKYUCHEL / 李圭哲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