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0220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샘터갤러리_SAMTOH GALLERY 서울 종로구 동숭동 1-115번지 샘터사옥 Tel. +82.2.3675.3737 www.isamtoh.com
분명 인간을 주체로 표현하는데 있어서 그것이 가지고 있는 실존적인 실체를 파악해 낼 수 있을까. 실체의 대상화라는 다소 이분법적인 구조를 들여다보면 그것이 가지고 있는 연관성으로 인해 정체성을 상실하는 우를 범할 수가 있다. 실존적인 접근의 불확실성은 때때로 인식의 대상이 관계하는 접점을 상실하고는 하는데, 자기의 의지가 타자와 만남으로서 비로소 대상화되며 실체화되는 것이다. ● 조수선이 즐겨 표현하는 대상은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신체이다. 수 만년의 인간의 역사 속에서 신체는 다양한 장르로 표현되어 왔다.
고대 동굴벽화에서부터 백남준의 TV인간(TV people)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인체가 다양한 용도와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다. 조수선은 몇 번의 개인전을 통하여 인체의 다양한 실험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의 작업은 가장 전통적인 제작 방법을 답습하고 있는데, 질퍽한 흙의 질감을 그대로 살려 심하게 왜곡되거나 과감하게 절단된 그의 인체와 만나게 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는 과감한 절단이라는 극단적인 인체 왜곡을 통하여 인간의 원형을 예리하고 날카롭게 해부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조상彫像들은 무척이나 정겹고 따뜻하기 그지없다. 이를테면 포근한 인상을 주는 즐거운 스토리가 담겨있다. ● 조수선이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작품들도 한결같이 흙작업들인데, 지금까지의 작업들이 인체의 왜곡에 집중을 했다면 이번의 작업에서는 인체의 구조적인 문제에 집착을 한 것 같이 보인다.
유연하고 유기적인 인체를 수직과 수평이라는 다소 경직된 형태로 전환시켜놓고 있다. 대부분 저부조의 제작형태로 되어있는 작품들은 부조의 도식적인 정지된 형상과,수직, 수평이라는 경직성과 만나 더욱 견고함을 더해 간다. 조수선은 이러한 극단적인 역설을 보여줌으로서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세계에 한발 가까이 가고 있다. 그는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을 철저하게 숨기고 감춤으로서 비로소 실체를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 조수선은 이번『내 마음속의 풍경』展을 통하여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세계를 보다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작업들에는 어린아이, 새, 새둥지 등 동심을 연상시키는 소재들이 자주 등장을 한다.
가슴속에 새 둥지를 품고 새를 바라보는 소녀의 표정에서, 새를 바라보는 소년의 얼굴에서 이 시대의 힘겹게 살아가는 초상들을 읽을 수 있다. 마음속에 가두어 놓고 혼자서만 바라보며 키우던 파랑새를 이제는 하늘로 훨훨 날려 보내야만 하는 고통과 아쉬움이, 이제 혼자서 살아가야만 하는 새의 운명적인 삶이 너무나도 애처로워 다시 부르고 싶은 마음이 작품에 그대로 남아있다. '신천옹'에서 새의 실존적 아픔을 노래한 보들레르의 문학적 아픔과 작가의 아픔이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 작가의 다소 어눌한 조형어법은 견고하고 경직되어 보이지만 그 형태 속에 숨어있는 인간들의 순수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은유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어 보인다. 그의 그림같은 조각들은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고달픈 모습이기 보다는, 긴 겨울을 어렵게 보내고 봄을 기다리는 한 마리의 새처럼 맑고 청아한 소리가 되어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게 할 것이다. ■ 이종호
Vol.20090220f | 조수선展 / JOSUSUN / 朝壽善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