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scape II

헬렌 정 리展 / HELEN CHUNG LEE / photography.painting   2009_0311 ▶ 2009_0317

헬렌 정 리_설레임 Pit-A-Pat_캔버스에 혼합재료_162.1×112.1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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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311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제5전시관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꿈꾸는 낯선 풍경 ● 헬렌 정 리의 사진은 자연으로서 생물들이 남긴 다양한 흔적들의 텍스트에 상상력과 시적 감수성을 동원하여 구축한 추상적인 이미지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 세계는 사물들의 껍질에서 발견되는 질감이나 형태와 색채들의 현상이 만들어내는 자연적인 결로서의 외재적인 속성 그 자체로 존재하기를 거부하는 형이상학적인 풍경이다. 낯설고 때로는 꿈결 같은 모호한 분위기의 풍경은 사물이 형태를 취하는 외형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과 응시의 깊이에 따라 그것을 이해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이다. 또한 일상적이고 평범한 대상들이 지닌 미적 가치를 특별한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것, 그것들의 표면이 형상화해 내는 세계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과 내적 자유를 갈망하는 작가의 감수성이 바탕에 깔려 있다. 여기서 사진은 실제의 리얼리티라는 환영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얻으려는 시도를 한다. 작가에게 사진이라는 매체는 실재와 허구라는 이분법적인 편견의 산물이 아니라, 특정 시·공간에 존재하는 대상의 실제적 현존성을 담보하면서 동시에 그것의 개념을 한없이 확장시키거나 해체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녀에게 사진은 존재와 부재를 목격하는 한 방법으로서 무한한 공간이다. 그 공간에 숨겨진 의미들에 대한 작가의 주관적인 해석은 상상이나 낭만 혹은 꿈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 낸 이미지들로 사물의 본래적 분위기에 대한 즉각적인 인식을 방해한다. 그래서 그녀의 사진은 사진적이라기보다는 회화적이며, 오브제라는 대상성보다는 비현실적인 분위기의 풍경화처럼 보여지는 것이다.

헬렌 정 리_마음의 평화 Peace of Mind_캔버스에 혼합재료_130.9×193.9cm_2009

작가는 사진적 오브제로서 전복껍질의 매끄러운 표면이 주는 미묘한 변화를 즐기며 그 공간을 낯설고 모호한 장소로 변형시킨다. 자개의 주재료로 이용되는 전복껍질 안에는 일반 안료로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하고 신비스러운 형태의 다양한 빛깔이 존재한다. 그것은 빛의 파장에 따라 반사되거나 뿜어내져 나오는 강렬하고 다채로운 색채이며, 그 자체로 다양한 패턴 구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장식용 가구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작가가 전복껍질에 집착하게 된 배경도 자개가구들에서 드러나는, 시각적이고 촉각적인 사물의 색깔과 형태가 빚어내는 오묘한 현상들에 대한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그녀가 구축해 낸 낯선 세계는 전복껍질 안쪽에 숨어있던 이미지들로 그것을 조망하고 프레이밍하여 고립시켜 드러냄으로써, 변형되고 왜곡된 이미지에 전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즉 대상을 바라보는 각도, 위치, 높이, 거리감 등 관점의 변화에 따라 우리 눈이 지각하는 형태는 다르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타난 비현실적인 이미지는 실존적 공간을 넘어 현실 저편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꿈에서처럼 작가 자신의 욕망이 도달하는 바로 그 세계로 은밀한 여행을 재촉한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 세계는 비현실적인 색채로 가득 채워지고, 평온함보다는 왠지 모를 설레임과 한편으로는 불편한 무언가가 중첩된 듯한 심리적 구조를 드러낸다.

헬렌 정 리_황혼의 진주 Pearl of Twilight_캔버스에 혼합재료_130.9×193.9cm_2009
헬렌 정 리_상쾌한 아침 Refreshing_캔버스에 혼합재료_112.1×145.5cm_2009

색의 시각적 현상을 표현하는 많은 언어들 중에서 하늘색, 바다색, 노란색, 붉은색, 초록색, 회색과 같은 빛깔은 비교적 직접적인 감응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전복의 자개빛깔은 비현실적인 색의 조합이 가져다주는 자연의 비밀스런 흔적이기 때문에 혼란스럽고 신비스러우며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그 불완전한 에너지의 격렬하면서도 도발적이고, 낭만적이면서도 몽환적이며 환상적인 분위기는 때로는 밤과 낮이 되고, 때로는 자연과 인간의 모습으로 재현되어 한 폭의 풍경화로 파격적인 변신을 한다. 게다가 작가는 'Dreamscape' 시리즈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것과 같은 방법으로 각각의 작품에 무척이나 시적이며 낭만적인 제목을 붙인다. 그것들은 작가의 내적 욕망의 형상화이며, 동시에 실재가 아닌 전복껍데기 구석구석에서 감지해 낸 체험된 공간으로서의 허구적인 세계이다. 즉 작가는 불완전한 현실의 구조적 결핍을 보충하기 위해 꿈을 꾸고, 그 꿈은 「황혼의 진주」, 「달빛 아래」, 「설레임」, 「상쾌한 아침」, 「마음의 평화」 등과 같은 작품들의 제목을 통해 온전히 복원되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전략은 작품과 제목 사이에 존재할 수도 있는 현실적 괴리감을 감소시켜 줄 뿐 만 아니라, 현상과 실재의 분리를 인정하지 않기 위한 장치이다. 따라서 한낱 조개껍질에서 신비적인 색채들의 유희가 이끌어내는 모호한 풍경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그것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인식에 착각을 유도한다.

헬렌 정 리_달빛 아래 Under the Moonlight_캔버스에 혼합재료_162.1×112.1cm_2009

헬렌 정 리의 작업에서 대상에 대한 감각적인 탐구는 사진과 회화, 즉 매체와 질료의 만남을 통해 추상적인 형태로 자유롭게 표출된다. 작가에게 사진은 자연적 세계의 현상들을 발견하는 도구이자 사물의 지각적 변화들을 인식할 수 있는 수단이며, 캔버스는 불완전함으로 가득 찬 그 세계를 꿈꾸는 공간으로 변조시키는 장소이다. 따라서 이 두 매체의 교배를 통해 태어난 이미지는 실재와는 다른 실현된 허구이며, 작가의 사적인 체험의 역사를 복원한 유일한 공간으로 '감각의 혼합'이라는 전략을 통해 완결된다. 이러한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다. 특히 Lazertran이라는 인화지의 특수성과 제한적인 규격은 사진 이미지를 프린트하고, 그것을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을 수십 번 반복해야만 완전한 하나의 형태를 얻을 수 있다. 즉 캔버스의 풍경은 수십 장의 사진을 붙여서 만들어 낸 실제 이미지이다. 여기에 다시 아크릴 물감을 사용해 찍어내는 기법으로, 꼼꼼하고 섬세한 붓 터치 작업을 통해 인화지에 물감이 녹아들며 작품은 완성된다. 이렇게 캔버스에 안착된 사진은 아주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실제와 새롭게 구성된 현실 사이의 구분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작가에게 사진-회화는 작품의 내용과 형식이며 회화적 기교는 내용을 가리는 베일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사진-회화라는 매체가 지닌 특수한 구조를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작품의 물리적 구조는 오히려 사진과 회화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사진이라기보다는 회화적인 풍경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작가에게 사진-회화는 사진을 위한 수단이며, 사진과는 다른 현실을 구성하여 사진의 자기 지시적인 구조를 변형시키기 위한 방법이다. 헬렌 정 리 작업의 독창성은 바로 거기에 있다. ■ 강혜정

Vol.20090214d | 헬렌 정 리展 / HELEN CHUNG LEE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