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신진조각가展

2009_0213 ▶ 2009_0326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_2009_0213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 김성실_김소래_김시현_김영민_김유나_김재원_김준미_김현아_도영우 민지영_박아름나라_신현상_이은정_장지영_정인종_조진규_한지연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김종영미술관 KIM CHONG YUNG SCULPTUER MUSEUM 서울 종로구 평창동 453-2번지 Tel. +82.2.3217.6484 www.kimchongyung.com

우리나라 추상조각의 개척자인 우성 김종영의 작품과 그의 예술정신을 밝힐 수 있는 자료를 수집, 보존, 조사, 연구, 전시하는 김종영미술관은 김종영 선생께서 평생 지키셨던 예술가이자 교육자로서의 업적을 현양하고 한국조각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2008년부터 '신진조각가전'을 개최하고 있다. 미술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졸업하는 예비조각가를 대상으로 매년 개최하는 이 전시는 신진조각가의 발굴 및 육성이란 미술관의 설립취지에 부응하기 위한 기획이다. 이번 두 번째의 전시는 지난 첫 회의 서울·경기 지역의 대학 졸업생 대상에서 일부 전국으로 확대 했다. 미술관이 책임을 지고 작가를 선정하는 만큼 신중을 기하고자 했으며, 이들이 장차 한국조각을 이끌어갈 중요한 조각가로 성장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해본다.

김현아_Gum on the asphalt_아스팔트 위에 껌_120×100cm_2008 장지영_tool_세라믹_가변크기_2008

고도로 발달된 산업 사회의 잘 가공된 문화와 환경 속에서 자라난 세대들은 그들 나름대로 독특한 사고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들의 세상에 대한 진지함, 솔직함이 이번 『2009신진조각가』展을 준비하면서 작품을 선정할 때 가장 주목되었던 부분이다. 교육 목표에 도달하고 있는 잘 만든 작품이나 조각적인 물성, 삼차원적인 공간감을 잘 표현하고 있는 성실한 조형성을 갖춘 작품들 보다는 지금 이 시대를 잘 느끼고 자신들의 환경과 문화에 진지하고 솔직하게 반응하는 작품들이 어디를 가도 첫 번째로 눈에 들어왔다. 이것들은 가식이나 꾸밈없이 없다. 문화를 향유하고 물질을 소비하면서 또 즐길 줄 아는 그들 고유의 사고가 작품 속에 녹아들어가 있으며, 이러한 성격을 잘 구현한 작품들을 우선으로 선정하였다. ● 끊임없이 제공되는 소비재 산업 생산품은 일상의 동선을 따라 길게 나열되어 있다. 거리에 즐비한 가게들과 상품진열장, 광고들은 도시라는 커다란 공동체를 벋어나지 않는 한 좀처럼 시각의 저편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일상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즐기는 텔레비전 안에서도 사람들은 소비자로서의 교육을 열심히 받고 있다. 자본주의적인 소비형태의 단면은 김영민의「순응 or 적응」에서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곤충이 보호색을 가지듯이 소비사회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은 나름대로의 보호무늬를 가지게 된다. 소비생활은 흔하게 개인의 사회, 경제적 지위를 나타내게 되고 더 나아가 그것은 과시욕으로 변질되곤 한다. 곤충을 이용한 소비사회의 은유적 표현과는 다르게 김시현의「For your curiosity」는 직접적인 사물이 등장한다. 하지만 사물의 이미지와 형태는 철망을 통해서 재현되면서 상징화 되고 투명하게 비치는 한 가지 재료로 통일된 물적 속성으로 인해서 '실체'로서가 아닌 사유의 대상으로 전환된다.

김영민_순응 or 적응_합성수지, 우레탄도장_가변설치_2008 김시현_for your curiosity_철망_가변설치_2008

또한 김현아의「Gum on the table」,「Gum on the asphalt」는 씹다 버린 껌딱지가 작가의 감수성 안에서 새로운 생명체로 태어나면서 버려졌던, 폐기되는 물질과 인간 사이의 권력적 역학관계를 사회의 부조리한 측면으로까지 확대 해석하고 있다. 그의 작품 안에서 껌딱지는 폐기물임과 동시에 이미지를 형성하는 미학적 재료로 재 가공되고 있다. 소비는 결국 인간의 욕구충족 행위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소비행위, 그 이후에 버려지는 것들, 단순히 취향의 변화에 의해서 잊혀져가는 물건을 다시 집어 드는 사람이 있다. 김성실의「Pet」은 스웨터, 조끼를 소재로 한 일련의 작업들 중 하나이다. 뜨개질로 만들어진 포근한 느낌의 옷들이 반쯤 풀리고 그 실의 한쪽 끝에서는 귀여운 애완동물이 만들어진다. 작품에서 보여지듯이 그의 작업 과정은 섬세하고 여성적이다. 이와는 정 반대로 차가운 스텐리스스틸이나 철로 만들어진 오브제들을 가지고서 동화속 이야기를 구성해가는 작품이 있다. 김소래의「행복의 조건」은 철공소에서 만들어진 듯한 일상에서 사용되는 몇 개의 철재 오브제들을 접합하여 코끼리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김영민, 김현아, 김성실, 김소래의 작품들은 동물의 이미지가 변형되면서 조각작품이 완성된다. 손때 묻은 몽당 빗자루가 버려져 인적이 드문 곳에 방치되어 있다가 도깨비로 환생하면서 일어나는 우리의 전래 동화에서처럼 일상의 물건들은 나름대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생명체는 대화를 요구하고 때론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물과 일상,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환영적 이야기들은 단단하게 구축된 현실 문화에 파고들면서 새로운 설화를 구축하고 있다.

김성실_Pet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8_부분 김소래_행복의 조건_고철, 오브제_가변크기_2008

사물의 변형과 생명체에 대한 재현욕구가 혼합된 작업들과는 다르게 작업 도구들을 그대로 캐스팅해가는 작품이 있다. 장지영의「Tool」는 작가의 작업도구들-나무망치, 도끼, 도끼자루, 깔대기 등을 알루미늄이나 점토로 떠내서 세라믹으로 구워낸 작업들 중의 하나이다. 작업은 사고와 물질을 연결해주는 행위이고 작업도구는 작가의 수공 능력을 발휘하는 데 중요한 매체다. 그러나 여기서 그것은 작품 자체를 구성하는 본질이 된다.

도우영_Untitled..icon.._금속망에 석고_178×162×138cm_2008 박아름나라_Decay_털코트, 자석, 스틸 분진_175x110x13cm_2008

이러한 사물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작품들과는 조금 다르게 조각의 재료와 기법의 확장을 중요시 하면서 이미지에 접근하는 작품들이 있다. 먼저 전통적인 조각의 소재인 인체의 이미지를 재료의 물적 특성을 이용해서 조형적으로 완성해가는 작품이다. 도영우의「Untitled.. icon..」은 철망으로 된 뼈대 위에 석고를 직조하여 구축되지 않은 흐물흐물한 인체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미지와 물성이 비어있는, 부재의 인체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은정의 「善」도 신체의 일부를 도입하면서 새로운 조각적 재료를 도입하는 실험 작업이다. 단단한 외피와 부드러운 깃털로 이루어진 인체의 일부분은 감정적인 호소를 느끼게 한다. 이러한 인체의 일부분을 나타내는 작업은 심지어 인체의 뼈나 내장기관에까지 접근하고 있다. 신현상의 「자화상」은 대퇴골을 확대하여 만들고 그 안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모니터를 설치하고 있다. 인체는 외형을 중요시하고 있지만 그것을 지탱하는 골격이 자신의 본질에 가까워 보인다.

신현상_자화상_Poly, LCD_175×38×28cm_2008 이은정_선_합성수지_180×180×120cm_2008

김유나의「맨얼굴의 내장」은 사람의 장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동물의 것일지라도 신체의 일부분의 이미지와 다를 바 없다. 몸은 다양한 기관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것은 육체가 되어 신체로서 자아가 되고 있다. 물질적 존재로서의 육체나 기능적인 존재로서의 몸이, 정신이 깃든 신체 모두가 인간의 근본적인 자아와 존재론에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작가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영원한 조각적 모티브이다. ● 박아름나라의「Decay」는 모피코트와 자석에 붙은 철가루가 새로운 물성과 이미지의 조합을 이루고 있다. 여기서 모피코트는 부패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것처럼 보이고 의복은 신체를 감쌌던 이미지, 즉 신체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신체 이미지의 변형은 조진규의 「Miss Bubble」로 탄생하고 있다. 밀가루 반죽에 효모를 넣고 발효시켜 구우면 부풀어 오른 빵이 되듯이 조진규의 작품에서는 부풀어 오른 인간의 모습이 괴물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김유나_맨얼굴의 장_혼합재료_가변크기_2008 조진규_Miss Bubble_합성수지, 스컬피, 렌즈_100x60x100cm_2008

사물과 인체에 대한 구체적인 대상을 벗어나서 일상적 풍경과 이미지를 조각적으로 해석한 작품들이 있다. 한지연과 김준미의 작품이 그것인데 두 작품은 약간 다른 방향의 내용들을 담고 있다. 한지연의「winter sunrise」는 현실의 풍경을 모방하고 있지만 다분히 서정적으로 재해석되어 있다. 숯의 겹겹을 쪼개내서 무채색의 산과 집들이 있는 풍경을 만들고 있다. 풍경이라는 친근한 이미지가 숯이라는 생경한 재료로 재구성되면서 물성에서 오는 심리적 거리감과 혼합되고 있다. 반면 김준미의「상상프로젝트」에는 커다란 풍선위에 도자로 된 여러 채의 집들이 들어서면서 물성보다는 변형된 이미지가 주는 서정성과 상징성이 더 부각된다. 집과 가정이라는 사회적인 문제, 또는 위태롭게 지탱되는 사회적 구조가 커다란 검은색 풍선위에서 아기자기하게 어울리고 있다.

한지연_winter sunrise_숯, 합판, 글루건, 오공본드_52.5×430.5cm_2008 김준미_상상프로젝트_오석, 도자_55×110×65cm_2008

몇몇 작가들은 순수한 조형적인 탐구와 이미지의 재현, 새로운 이미지의 실험에만 몰두하지 않고 현실세계와 부딪히며 더 적극적으로 사회 문제에 접근하고 하고 있다. 사회의 약자가 순수하게 자신의 노동력으로 자립할 수 있는 삶의 방편인 폐지박스와 리어카로 만들어진 민지영의「마이마미리어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을 새로운 조각적 실험도구로 승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고단함과 사회적 약자의 숙명적 모습을 단박에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개인과 사회에 관한 미시적인 문제 이외에도 좀더 거시적으로 얽힌 정치적인 문제에 까지 확대한 작품이 있는데, 김재원의「꽃피는 봄이 오면」은 작가가 직접 탈북자들을 만나면서, 정치적인 문제를 작가가 개인적으로 체험하면서 기록하는 다큐멘터리를 여러 가지 형식의 매체를 통해서 설치미술로 만들어 간다. 그러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작품은 내용에 있어서 진지할 뿐 아니라 작품의 각 부분들이 밀도 있고 진솔한 내용과 조형성을 보여주고 있다. 정인종의「현실주의자의 예찬」은 군함과 폭격기, 군인들이 멋진 만찬의 메뉴로 올라와 식탁을 채우고 있다. 최근 들어 빈발하고 있는 중동의 긴장상태와 미국과 이스라엘, 러시아 등 강대국들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는 일방적인 전쟁게임, 많은 독제국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폭정과 내전들에 대한 보도들은 미디어의 주요뉴스거리로 등장하지만 우리는 전쟁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운 것인지 잘 알지 못한다. 집단적인 이익을 위해서 무참하게 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우리는 단지 미디어를 통해서 그러한 보도들을 소비할 뿐이다.

민지영_마이마미리어카(My mommy rear car)_리어카, 폐지_350×160×100cm_2008 정인종_현실주의자의예찬_혼합재료_가변크기_2008
김재원_꽃피는 봄이오면_혼합재료_가변크기_2008

열일곱 명의 작가들의 작품은 참으로 다양하다.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서만 경험 할 수 있는 현실과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실재적 현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작가들에 의해서 작품으로 표현되고 있다. 인터넷, 영화, 드라마, 광고, 뉴스, 다큐멘터리와 같은 개인이 실체를 직접 확인 할 수 없는 가상적 환경들에 둘러싸인 이 시대에서 젊은 조각가들은 기존의 환영적 문화의 벽을 천천히 무너뜨리면서 진지하고 솔직한 그들의 언어를 구축하고 있다. ■ 윤경만

Vol.20090213b | 2009 신진조각가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