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 초상

할 수만 있다면, 나는 그림을 처음 접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과거로 돌아가서 내게 마음대로 수채물감을 다룰 수 있게 한다면,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방법은, 인물들의 이미지를 색면으로 쪼개어 색칠공부를 하듯 종이에 칠해나가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난 색칠공부를 좋아했다. 그리고 분명 그때는 순수히 그림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결국 난 이것을 원한 것이었구나.

김성은_책장에 기대고 앉은 K_종이에 수채_55×75cm_2008

김성은_두 소년_종이에 수채_27.5×37.5cm_2007

김성은_서있는 소년_종이에 수채_79×54.5cm_2007

그렇게 시간이 지나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고, 시간이 흘러야만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각기 다른 개별적인 인물들을 그렸고, 같은 인물을 그릴 때도 다른 접근으로 다른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나라는 인물이다. 내가 좋아하는 색, 내가 좋아하는 얼굴, 내가 지나온 상황. 마치 나의 자화상을 보는 기분이다.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이기에, 나와 그들의 공통된 이니셜인 K를 써서 K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K가 시간이 흘러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 때문에 너무 괴로워하지 않기를, 기도해본다. ■ 김성은

김성은_마이크를 든 K_종이에 수채_37.5×27.5cm_2007

김성은_모자를 쓴 소년_종이에 수채_37.5×27.5cm_2007

김성은_K의 얼굴_종이에 수채_75×55cm_2008

If only I could have rewound my tape, I would have been the one who has never grasped a brush. If only I could have made my tape blank, I would have started at the first scene where I can use water color at my disposal. Being on the first scene of the tape, I contemplated about a subject and manner of my water painting. As the result, I picked up a figure as the subject, and chose the way of dissembling the figure and filling pieces of the figure with color just like kindergarteners. Until now do I have not noticed that I liked filling pieces with color. And now I can say that I liked filling pieces without any reason. Eventually, I become awake to what I want to do. ● As such, there are things that become visible and solvable only when time has lapsed for a while. I used to believe that I made differences in my paintings by choosing distinct manner and subjects. Ironically, things I can find in my paintings are all the same, or myself. My favorite color, my favorite face, my experience …. It seems that all the paintings are about a self-portrait. Since I can see myself through others, I coined "K" for my paintings, which is the common initial between me and them. Wish that "K" would not agonize over the problems, which could be only solvable when time lapsed. ■ KIMSEONGEUN

Vol.20090208c | 김성은展 / KIMSEONGEUN / 金成恩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