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SPACES

공간들의 이야기   2009_0204 ▶ 2009_0227 / 일요일 휴관

이현배_vasculum2008-1_내셔널지오그래픽 이미지, 목조각칼_25×34cm_2008

초대일시_2009_0204_수요일_05:00pm

기획_갤러리S

참여작가 김성백_송미라_이현배_장희진_조송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S_GALLERY S 서울 강남구 청담동 118-17 네이처포엠 2F Tel. +82.2.512.6470 gallery-s.net

지난 해 5월 청담동에 새로운 전시공간을 열고 국내 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전시를 꾸준히 기획해 왔던 갤러리S가 2009년 새해를 맞아 첫 기획전시로 『THE STORY OF SPACES』展을 준비했다. 각기 다른 형태와 개념을 갖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공간'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5명의 신진작가 김성백(사진), 송미라(회화), 장희진(회화), 이현배(설치), 조송(회화) 등이 참여해 다양한 방식으로 총 34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 지난 2008년은 부침이 거셌지만 그 어느 해보다 신진작가들의 발굴과 활동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비슷한 사유(思惟)와 얄팍한 작가정신으로 유사스타일을 답습하는 작가들도 물론 많았다. 그러나 진정한 작가정신을 견지하고 이를 작업으로 꾸준히 펼쳐나가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어려움 속에서도 한 가닥의 희망을 발견케 하는 신진작가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작가가 작품과 소통함으로써 자신의 작업세계를 구축해간다고 할 때 그 첫 출발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풀어냄이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이번 전시인 『THE STORY OF SPACES』展은 꾸준히 작업세계를 넓혀갈 독특하고 참신한 5명의 작가들이 주로 천착하는 주제인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갤러리S 라는 공간 안에 있는 작품들은 각각 관람객들을 향해 수줍게 자신의 이야기를 건넨다. 강렬하고 즉물적인 대화법보다 조곤조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각각의 작업들은 어찌 보면 사적이고 소소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공간'이라는 주제에 투영시키고자 하는 작가의 내면을 나타내고 있다. 올 겨울, 갤러리S에서 소통을 기다리는 다섯 개의 이야기들이 천천히 다가와 말을 걸길 기다려보면 어떨까.

송미라_우리 집의 보물_캔버스에 유채_122×150cm_2008 송미라_Untitled_캔버스에 유채_80×65cm_2008

송미라가 만들어내는 공간은 일견 익숙해 보이는 주변 요소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하는데, 장소를 식별할 수 있는 표식을 점차 제거해나감으로써 전혀 낯선 상황과 공간 속으로 관람객을 끌어들인다. 그 공간은 우리 몸의 감각을 통해 전달받을 수 있는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으며 시간과 규모마저도 가늠하기 어렵다. 그럼으로써 관람객은 거울처럼 진솔한 화면 앞에 마주선 채 자신이 느끼는 그대로 재현해낼 수 있는 상태를 마주하게 된다. 청색과 적색 주조의 화면은 감각을 모호하게 하고, 얇은 선과 중첩된 투명한 면으로 구획된 공간은 이미지 해석에 유동성과 자유를 부여한다. 작가가 만들어내는 공간은 화면 안에 사물을 가두고 관람객과의 거리를 만드는 닫힌 공간이 아니라 화면 밖으로 끊임 없이 확장하고 관객을 안으로 끌어당기는 열린 공간이다. 따라서 벽면에 걸린 2차원 평면 작업들은 인테그랄(∫)이라는 말 그대로 면적을 포용하며 3차원의 공간을 확보하게 된다.

조송_Visual center-NewYork1, 2_캔버스에 마커_각 73×91cm_2009

조송의 작업은 건축과 공간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파생된 서로 다른 시·공의 교차점에서 출발한다. 바탕이 되는 색면에는 현대적인 건축물의 내부가 미니멀한 형태로 구조화되어 나타나며 동시에 뉴욕, 파리, 프라하 등 클래식한 건축물 도시 풍경이 선을 따라 화면에 펼쳐진다. 이로써 작가는 관람객으로부터 선과 면이라는 다른 기호의 중첩과 차원에의 혼동, 현재와 과거라는 시간대의 교차, 구조물 내부와 외부라는 공간의 혼재, 화면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시점의 모호함을 찾아 이끌어내게 된다. 색면에 사용되는 색과 구조는 최대한 단순화되어 정돈된 안정감을 주는데 반해, 작가의 치밀한 노동력에 의해 재현된 거리의 실루엣들은 날아갈 듯 부유하는 공간을 제시함으로써 관람객으로 하여금 새로운 차원의 가상공간을 대면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느끼게 한다.

이현배_vasculum2008-2_내셔널지오그래픽 이미지,목조각칼_25×34cm_2008

이현배의 작업은 구현하고자 하는 이미지의 실제화와 강제적으로 수용되는 이미지들과 불필요한 정보를 줄여나가는 일련의 과정으로 정의내릴 수 있다. 「image sculpture」라 이름 붙인 이 작업들은 2차원 평면인 인쇄물의 미세한 잉크층을 긁어냄으로써 부조형식을 띠게 되는데 잉여부분을 제거해나가 형태를 완성한다는 점에서 미켈란젤로가 주창한 조각기법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잡지라는 매체의 특성상 각 이미지와 텍스트들은 한 달이라는 유통기한이 존재하는데 이렇게 부패해 버려지는 수많은 이미지들은 작가에 의해 선택적으로 제거되어 새로운 공간으로 재 탄생하게 되며, 텍스트 역시 변형이 가해짐으로써 기호의 역할이 배제된 채 의미를 상실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재 탄생한 이미지들은 대부분 새로운 형태의 내부 공간을 담고 있으며 일관되게 등장하는 전구는 사적인 소유공간을 지칭하는 표식으로 사용된다.

김성백_보통날-빨간 캡슐_C 프린트_84×60cm_2008 김성백_보통날-파란 빗과 욕실 벽을 타고 흐르는 빛_C 프린트_84×60cm_2008

김성백은 자신의 방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보통날」이라고 하는 일련의 제목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상적인 시간의 흐름을 화면에 담아둠으로써 사진 특유의 다큐멘터리적인 기록성과 자조적인 관조의 성격을 넘나든다. 그의 화면에 등장하는 공간은 매우 개인적이며 일상적인 곳으로서 삶에 있어 매번 마주치기에 친숙한 것들, 잘 알지만 동시에 존재조차 잊어버리게 되는 소재, 예컨대 칫솔, 커피잔, 메모지, 빗, 캡슐 등과 같은 오브제들을 담담하게 품고 있다. 특히 화면 곳곳에 등장하는 노란색 포스트잇은 작가의 내면적 심리를 표현하는 오브제로서 공간 안에 속해 있으면서도 점유할 수 없는 쓸쓸하고 자조적인 심상을 드러내는 기제로 사용되며 관람객의 시선을 공간 속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장희진_a space_캔버스에 젤, 과슈_45×45cm_2008 장희진_a space_캔버스에 젤, 과슈60×60cm_2008

장희진은 공간과 공간 사이의 드러나지 않는 빈 여백인 '사이-in between'을 가시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오랜 시간 탐구해왔다. 노동집약적인 노력을 통해 만들어내는 화면에는 여러 겹의 층으로 쌓여서 다듬어진 요철이 존재하는데, 이는 기존의 직선의 형태에서 벗어나 물결치는 듯한 형태를 구축하면서 미니멀한 화폭 안에 공기의 흐름을 담아 숨쉬게 하는 듯한 효과를 자아낸다. 작가는 실제 풍경의 프린트된 이미지를 활용해 단순화한 나무를 그려 넣는데, 이때 나뭇가지 형태 자체에 주목하기보다는 빈 공간과 같은 사이-공간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요철의 들어가고 나온 사이-공간에 빛이 만들어내는 흔적을 좆아 단색조로 한 점씩 수놓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기존의 자연에 대한 인식을 관념적이면서도 사유적인 허상의 공간으로 변모시킨다. 보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은 공간에 대한 애착은 관람객을 관념과 환영의 세계로 인도한다. ■ 갤러리S

Vol.20090204b | THE STORY OF SPACES-공간들의 이야기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