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0211_수요일_06:00pm
기획_박영택
1부 / 2009_0211 ▶ 2009_0223 사진적 리얼리티의 제거 참여작가_강홍구_유태준_이길렬_임선이_정상곤_조병왕_최병소
2부 / 2009_0225 ▶ 2009_0310 사진의 질료화 참여작가_김준기_김홍식_박대조_신민주_이주은_헬렌 정 리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_11:00am~07:00pm / 마지막 화요일_10:00am~12:00pm
갤러리 룩스_GALLERY LUX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5번지 인덕빌딩 3층 Tel. +82.2.720.8488 www.gallerylux.net
사진적 질료-모호한 층, 애매한 겹 ● 한 장의 사진은 부정할 수 없는, 실재하는 세계의 한 부분을 영속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사진은 그 자체로 세계와 동일시된다. 등가의 관계가 순간적으로 일어난다. 사진의 등장 이전에 회화나 조각 이미지들은 대상과 동일시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것은 그림이고 조각이기 이전에 대상 그 자체였다고 믿었다. 납작하고 평평한 캔버스나 물감과 붓질이 세계, 대상이 되기 위해 자신의 물리적 속성을 억압하고 은폐했던 것이다. 눈속임기법이 그 위에 눈처럼 내려앉았다. 반면 현대미술은 회화나 조각이 물질위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거하기 위해 그 환영을 하나씩 지워나간 역사, 해서 물질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던 역사다. 사진 역시 생각해 보면 그것이 세계나 대상이기 이전에 납작하고 얇은 종이라는 물질위에 얼룩진 흔적일 것이다. 그러니까 사진 역시 물질이라는 사실이다. 사진의 생애는 납작하고 평평한 인화지 자체가 소멸될 때까지 일 것이다. 물론 디지털 사진은 그러한 인화지 자체를 불필요하게 만들었고 사진의 생애를 거의 무한으로 연장했지만 전시장에 걸리거나 응고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인화지 혹은 그에 대처할 만한 물질을 필요로 한다. 이미지는 정지되고 응고되어서 보는 이의 눈에 오랫동안 호소해야 이미지일 것이다. ● 이번 전시는 사진의 그 물리적 속성, 물질적 기반을 문제시하는 작업을 모았다. 세계나 대상을 재현하는 사진들이 아니라 사진의 질료성과 사진적 마티에르를 질문해보면서 사진의 존재론적 조건을 드러내거나 사진을 색다른 물성으로 치환하는 경우들이다. 사진의 피부에 페인팅을 하거나 다른 질감, 질료의 개입을 통해 납작한 인화지가 실재의 재현이나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제시하는 이미지이기 이전에 '물질'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사진의 환영을 파기하는 것이다. 또는 사진, 인화지의 피부를 삭제하며 은폐하는 작업이다. 사진을 다른 물질로 덮어나가거나 모조리 흑연으로 뒤덮는 한편 칼로 긁어내는가 하면 완전히 다른 물질, 존재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이 그것이다.
사진적 리얼리티의 제거 ● 유태준은 낡고 버려진 비닐하우스 주변에 피어난 잡초를 촬영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사군자의 하나인 난 그림과 유사하게 다가온다. 동시에 디지털프린트에 의해 수묵화느낌을 자아내는 이 사진은 사진적 톤에 의한 마티에르를 촉각적으로 보여준다. 정상곤은 작은 풀을 확대해서 디지털프린트 및 여러 공정을 가미해 올려놓았고 이에 따라 풀은 전혀 새로운 존재로 다가온다. 동시에 확대된 인화지 표면은 빛에 의해 드러난 여러 존재들로 인해 가득한 상태, 입자의 촉각적 상태를 보여준다. 강홍구는 풍경을 보여주는 사진에 느닷없는 붓질을 얹혀놓았다. 허공에 떠있는 듯한 그 붓질은 순간 사진의 실재성을 무력화시키면서 사진 역시 인화지라는 물질에 기반하고 있는 평면이미지임을 순간적으로 환기시킨다. 조병왕은 캔버스에 사이언, 마젠트, 옐로우 등 형광안료로 그림을 그린 뒤 그것을 사진으로 찍어 다시 컬러인화 한 것 위에 칼로 선을 긋는 작업을 보여준다. 그것은 사진이미지가 재현하는 입체적 환영을 지우는 일이자 사진의 평면성을 다시 평면화 하는 행위이다.
최병소는 인쇄된 종이, 사진위에 흑연으로 그 피부/표면을 모조리 덮어나간다. 그것은 새로운 피부로 환생하는 일이자 본래의 피부를 은폐하고 그것의 물리적 상태를 완전히 다른 존재로 전이시키는, 색다른 감각으로 돌변시키는 일이다. 이길렬은 무작위로 찍은 일상의 대상물(네거티브사진인화물)에서 즉흥적으로 이미지를 지워나간다. 사진에서 극히 일부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지워나가는 이 스크래치 작업은 사진이 지닌 리얼리티를 제거하는 일이자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을 남기는 행위이며 사진의 물리적 상태를 조각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임선이는 붉게 인쇄된 지형도를 커팅해서 무수한 겹으로 쌓아올린 입체작업과 그것을 평면화 시킨 사진을 함께 보여준다. 이른바 3중 초점렌즈로 보는 시선이라 명명된 이 작업은 사진 자체가 흡사 조각적으로 입체화, 체적화 되는 과정이며 그 단면을 사진으로 확인하게 하는 작업이다.
사진의 질료화 ● 신민주는 사진 위에 아크릴 물감을 가지고 바탕의 사진이미지를 지우거나 여러 붓질, 흔적을 얹혀놓는다. 바탕 면의 사진이미지와 표면의 붓질과 유동하는 자국은 사진의 평면성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사진으로 부터 발아한 자신의 감성을 다시 되돌린다. 헬렌 정 리 역시 전복껍질을 확대해 찍은 사진을 독특한 기법으로 캔버스에 옮긴 후 그 위에 물감을 이용해 또 다른 환각적 풍경을 그려나간다. 사진으로부터 출발해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몽환적 이미지를 견고한 질감과 함께 올려놓는다. 이주은은 일상의 한 부분을 촬영한 후 그 사진을 규격화된 실리콘의 격자형틀에 담은 다음 에폭시 젤 겹을 입혀놓아 촉각적인 존재로 전이시킨다. 푹신하고 부드럽고 말랑거리는 감각으로 질료화 되었다. 박대조 사진을 대리석 판에 프린트해서 올려놓은 후 점묘로 음각하거나 채색을 입혀놓았다. 까다롭고 복잡한 공정 속에 견고한 돌의 피부에 밀착된 사진이미지는 영속성과 견고함을 보여준다.
김홍식은 도시의 편린을 스테인리스 스틸에 부식시켰다. 차가운 물성위에 은회색 톤으로 시각/비시각 사이에서 유동하는 도시의 이미지는 작가가 체험한 도시에서의 실존적 삶에 대한 은유다. 김준기는 커팅 한 씨트지와 컬러필름을 이용한 레이어작업 그리고 엘이디조명을 통해 도시에서 사는 현대인의 삶을 보여준다. 거울 면과 씨트지에 표현된 이미지는 작가가 촬영한 도시에서 수집한 현대인의 이미지들인데 이를 포토샵 처리를 한 후 칼로 커팅해서 만들어낸 것이다. ■ 박영택
Vol.20090203c | 모호한 층 애매한 겹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