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 죽이기

미쓰김展 / MISSKIM / mixed media.performance   2009_0202 ▶ 2009_0214

미쓰김_승리의 파티 전단_전단지_40×20cm_2009

작가와의 댄스타임_2009_0202_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아트팩토리 인 다대포 ART FACTORY IN DADAEPO 부산시 사하구 다대1동 1522-1번지 Tel. +82.10.9308.0285

백설공주 죽이기 (난장이들을 위한 동화) ● 백설공주 이야기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 의해 회자되었어요. 특히 백설공주가 왕자님을 만나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해 했던 국민들은 나라에 요청을 했고, 나라에서는 능력 있는 마법사를 고용하였답니다. 세상에! 마법사의 능력은 너무도 놀라웠어요. 그는 마법의 거울을 수십 개 아니 수백 개씩 순식간에 만들어 내었어요. 만들어진 거울은 각 가정에 하나씩 배급이 되었어요. 마법의 거울로 인해 나라의 처녀들은 백설공주 이야기를 보다 자세히 알 수 있었고, 모두가 백설공주 처럼 행복해지기를 희망 하였어요. ● 마을 처녀들의 희망을 눈치 챈 또 다른 마법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백설 공주가 사용했다는 제품들을 만들어 내었어요. 제품들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고 온 나라의 처녀들이 애용하는 인기상품이 되었답니다. 효과가 있었는지 전 세계의 왕자들이 이 나라로 몰려와 백옥같이 하얀 피부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어여쁜 처녀들과 결혼을 하였어요. 바로 백설 공주가 했던 것처럼 말이예요.

미쓰김_파파라치_사진_10×7cm_2009

그렇게 한해가 지나고 두 해가 지났어요.하얀 피부만 가지면 영원히 행복할 것 같았던 처녀들은 자신들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왕자님을 만난다는 것은 해피 엔딩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었던 거예요. 이제는 처녀가 아닌 과거의 처녀들은 생각했어요. "왕자의 키스의 온기가 아직 남아있는데..."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왕자들은 보톡스와 초음파 피부 관리로 더욱더 아름다워진 다른 나라의 처녀들에게 가버렸어요.

미쓰김_오래오래 행복하게_사진_7×10cm_2009

하얀 피부도, 애원도 소용이 없어지자 이 나라엔 스스로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하는 여인들이 많아졌어요. 처음에는 한명, 두명 이었던 것이 시간이 지나자 100명,200명이 되었어요. 마을엔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았고, 이처럼 흉흉한 소식은 저 깊은 숲속의 난장이들의 귀에도 들어갔어요. 어떻게 들어갔냐구요? 그들에게도 마법의 거울이 있었으니까요. 난장이들은 너무나도 화가 나서 대책회의를 했어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어." "맞아, 이건 모두 백설 공주 때문이야." "하지만 백설 공주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건 우리잖아." "그러니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해." "어떤 방법이 좋을까?" "우선은 모든 사건의 원흉인 백설 공주를 찾아가 보자."

미쓰김_원앙금침 위에서_혼합재료 설치_100×170cm_2009

하지만 백설 공주는 이미 예전의 백설 공주가 아니었어요. 세월의 흐름에 그녀의 피부도 어쩔 수 없이 늙고 있었던 거예요. 세월을 거스르기 위한 그녀의 과도한 노력은 결국 광기를 불러왔어요. 그녀는 보톡스 대신 스스로 콩기름 파라핀 등을 얼굴에 주사해 얼굴이 풍선처럼 부풀어져 있었어요. 게다가 성격까지 괴팍해져 나랏돈으로 미국산 태반을 수입하기까지 했어요. 이 나라 처녀들의 피부를 위해서라는 명목이었어요. 더 이상 백설 공주는 백설이 아닌 "마녀 흑설"로 불리워 지고 있었어요. ● 이 사실을 모두 알게 된 난장이들은 더 이상 백설 공주를 사랑 할 수 없음을 깨달았어요. 그들은 죽은 여인들을 대신해 백설 공주를 탄핵하기로 결정했어요. 하지만 한 나라의 국모인 백설 공주는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어요. 일곱 난장이는 "표어를 만들고" "전단을 돌리고" "노래를 만들고" "때론 가면을 쓰고 춤을 추고 " "마지막엔 어두워진 세상을 밝히기 위해 촛불로" 각지에 흩어져 있는 난장이들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았어요.

미쓰김_도대체 어떤 거_혼합재료 설치_150×90cm_2009

드디어 결전의 날, 난장이들은 궁으로 향했어요. 웅장한 음악소리와 함께 입장하는 난쟁이들의 당당한 기세에 병사들은 당연한 듯 길을 내주었어요 난장이들이 우려하던 폭력사태 없이 말이에요. ● 궁 안은 칠흙 같이 어두웠어요. 컴컴한 방에 촛불을 들고 들어서자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어요. 자고 있던 백설 공주의 목이 순식간에 침대 밑으로 떨어진 거예요.

미쓰김_난장이의 집_혼합재료 설치_120×60cm_2009

그 모습을 처음 발견한 건 백설공주가 숲 속에 왔을 때 공주의 잠자는 모습을 보고 "예쁘다."라고 소리쳤던 바로 그 난장이였어요. 난장이는 조심스럽게 백설공주의 목을 들고 궁 밖으로 나왔어요. 그리고 외쳤어요. "백설 공주의 시대는 끝났다."라고 이 날은 유난히도 거리가 화사했고 이 모든 이야기는 마법의 거울을 통해 널리 널리 퍼졌답니다. ■ 미쓰김

Vol.20090202d | 미쓰김展 / MISSKIM / mixed media.performanc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