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0114_수요일_06:00pm
책임기획_박찬응 큐레이터_백기영 어시스던트_송민재 베트남 자문_Huy Nguyen Nhu 실무_오사라_Huyen Trang 통역_Le Than Don
참여작가 이정숙_이호석_임흥순_정정엽_협동조합(유승덕&이민),백기영_박찬응 Nguyen Thanh Hoa_Nguyen Hoai Van_Phan Quang_Nhu huy
* 이 전시는 보충대리공간 스톤앤워터와 함께 석수시장 내 빈 점포에서도 관람가능합니다.
관람시간 / 10:30am~06:00pm / 일요일_11:00am~06:00pm
보충대리공간 스톤앤워터 supplement space STONE & WATER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2동 286-15번지 2층 Tel. +82.31.472.2886 www.stonenwater.org
그 무엇에도 상처받지 않는 피부와 같은 물 ● 스톤 앤 워터는 『평화 위를 걷다 2006 - '베트남 젊은 작가 16인의 드로잉 전' 신 짜오 마이 달링(Pace on the Peace-Xin Chao My Darling)』展을 지난 2006년 10월 17일부터 한 달간 진행했다. 이 전시는 우리가 상상하고 있는 베트남 전쟁과 오랜 공산체제에서 시장을 개방하고 자본주의를 수용하고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신흥 경제 계발국가 베트남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깨고 베트남의 젊은 작가들이 경험해왔고 바라보고 있는 베트남 사회에 대한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었다. 2007년 우리는 장소를 바꾸어 한국작가들이 베트남에서 전시를 선보이기로 결정했다. 한국과 베트남의 젊은 작가들이 서로 평화를 이야기 하는 교류 전시는 어떤 형태이어야 하는가? 교류를 위해서 먼저, 선결되어야 하는 문제들이 있다면 무엇일까?
아마도, 베트남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베트남 전쟁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고, 우리군의 양민학살이나 참전용사들의 죽음에 얽힌 기억들을 치유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처음 베트남 중부지역에서 있었던 우리 한국군의 베트남 참전 사를 들춰 보았다. 이 지역에서는 1964년 이래로 10년간 대한민국은 청룡, 맹호, 백마 등 32만 명의 병사들이 파병하여 5천명이 죽었으며 10만 여명이 부상이나 고엽제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참전 한국 군인들의 양민을 학살하고 부녀자를 강간하였으며 이를 통해 태어난 라이 따이한이 베트남 사회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공식적인 조사와 배상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한국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2001년 한국 대통령이 베트남 정부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가 있었으나 정부차원의 보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먼저, 베트남에서 평화의 문제를 다루는 『평화 위를 걷다 2007』展은 이런 종합적인 문제들에 대해 연구하고 예술적 접근을 시도해야 하는 과제를 부여 받았다. 하지만, 가장 먼저 우리에게 다가온 과제는 동시대 예술이 과거사를 다루는 방식과 속죄라고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리고 이 테마를 베트남에서 전시의 형태로 선보인다는 당초계획은 베트남 공안에 모든 전시계획과 이미지를 신고하지 않으면 전시할 수 없는 베트남의 사회적 상황과 가급적이면 전쟁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삼는 것에 대해 철저한 단속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 정부의 방침과 위배되는 것이어서 우리 프로젝트는 기획초기 단계부터 난관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우리는 한국과 베트남 작가들 상호간의 새로운 관계를 열기위한 미래지향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해야 했다. 또한, 베트남 사회에 대해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기획자 자신과 작가들 모두의 인식부터 바꿔야 하는 문화적 접촉을 구상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동안 베트남에 대해서는 베트남 전쟁과 100만이 넘는 보트 피플들, 한국으로 온 결혼 이민자들을 통해서 접해 듣거나 미디어를 통해 소개 받아왔다. 한국과 베트남의 수교 15주년을 기념하면서 베트남 곳곳에 한국 기업들이 진출하고 있고 이미 10만이 넘는 한국인들이 베트남에 거주하고 있다곤 하지만, 이런 숫자는 파병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고 했던 30년 전의 접촉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최근 두 나라는 경제적인 교류의 확대만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의 교류를 통해서 서로를 알아 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한. 베 평화교류 프로젝트 『평화 위를 걷다 2007』展은 베트남 티탄카페에서 양국의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작가 프레젠테이션을 시작으로 메콩강을 따라 물 위를 함께 여행하는 프로젝트로 기획되었다. 메콩강은 총 길이 4,020km로 동남아시아 최대의 강이며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큰 강이다. 베트남의 경제수도로 불리는 호치민에서부터 출발하여 메콩강의 지류인 사이공 강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캄보디아 국경을 만나게 된다. 메콩강은 흐름이 매우 완만하고 폭이 2km나 되기 때문에 교통과 운송, 생활에 있어서 인도차이나 대동맥 역할을 하고 있다. 호치민에서 메콩강의 지류인 사이공 강을 따라 이동하여 미토(Mythos), 빈 롱(Vinh Long), 칸토(Canto), 차우독(Chau Doc)까지 이동한 후, 차우독에서 다시 사이공을 걸쳐 호치민으로 돌아오는 것이 우리 일정이었다.
지루하게 강을 따라 물 위에 떠 있는 일을 예술가들의 평화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것은 매우 쉽고 간편한 것 같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장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것은 전쟁과 평화라고 하는 역사의 무게였고, 또 다른 하나는 예술가로서 지게 되는 일종의 책무 같은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여행에서 부여받은 책무라고 하는 것은 단지, 예술가로서 참여한다는 것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없는 셈이었다. 메콩강은 전쟁을 상상할 수 없는 평화로운 강이었다. 혹자는 이런 예술가들의 상투적인 시선이 여행자의 그것과 어떤 차이도 없다고 우리 프로젝트를 비판했다. 하지만 돌아와서 생각해보면 메콩강은 과연 폴 알뤼에르의 말처럼, '그 무엇에도 상처 받지 않는 피부와 같은 물'이었다. 전쟁의 아픔, 삶의 고통을 집어 삼키고 유유히 흐르는 물은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삶을 한 순간의 찰나처럼 수면위로 빛나고 있었다. 그 도도한 물줄기로부터 메콩강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교훈을 얻고 있었다.
같은 배를 탔던 베트남 예술가들을 통해서 우리는 베트남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베트남 미술은 우리나라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더 전통에 치중해 있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 경향의 작가들이 아직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와 비교해 본다면 서구의 동시대 예술의 영향을 덜 받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수용되고 있는 아방가르드 예술은 문화에 대해 진보적인 태도를 반영한다. 그러나 예술을 통한 사회적 실천과 정치적인 접근은 최근에 와서야 조금씩 시도되고 있다. 공공미술을 도시공간에서 시도하거나 사회 권력을 비판하는 작업을 시도하는 젊은 작가들의 태도에서 새로운 예술의 사회적 지평이 확대되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활동들이 '예술'이라는 이름의 범주로 자리 잡아 가기 까지는 좀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라 짐작되었다. ■ 백기영
Vol.20090114c | 평화위를 걷다 - 메콩강 여행예술 결과보고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