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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9:00pm
쌈지 일러팝_SSAMSIE ILLUPOP 서울 중구 명동2가 54-37번지 명동안나수이 3층 Tel. +82.2.773.2775 www.ssamzie.com
Ⅰ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을 가지고 있다. 방 안에는 그 사람만의 풍경이 있고, 물건이 있다. 평소 자주 사용하는 물건도 있지만 몇 년 동안 움직이지 않는 죽은 것들도 있다. 적어도 한가지씩의 기억을 보듬고 있는 물건들은 평상시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도 어쩌다 그것을 발견했을 때에는 가슴 내벽을 쓸고 가는 아련한 기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 나는 쓰던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것을 버리면 물건에 담긴 내 기억의 시공간도 함께 삭제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평소엔 늦잠을 자거나 일에 쫓겨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가 어쩌다 한번 크게 마음을 먹고 청소를 시작하는데 가구를 옮기거나 먼지를 털고, 죽어있던 물건의 위치를 바꾸면서 나는 내가 태어난 3월의 봄을 맞이 하는 것 같은 에너지를 얻었다. 큰 정리를 하다 보면 평소엔 생각지도 못했던 귀한 손님을 만나게 된다. 오래 전 벼룩시장에서 샀던 납작한 연필 이라던지(언니들과 하나씩 나누어 가졌었지), 먼지가 쌓인 장난감들(이건 사장님이 챙겨주셨던 것), 처음 집을 떠나 자취했던 집의 열쇠(열쇠에는 특별한 매력이 있어서 역시나), 조금씩 모았던 작은 단추들, 여러 가지 모양의 클립과 여행을 가면 철물점에 들러 제일 먼저 사곤 했던 못들... 이런 사소한 것들이다. 새로 사 포장도 뜯지 않은 물건은 선물하거나 취향이 바뀌면 버리곤 했지만 사람과 그 순간의 추억을 안고 있는 물건은 껌 종이 하나라도 쉽게 버리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있는 어느 곳이든 얼마를 못 가 자잘한 물건들의 창고가 되었다. (중략)
언젠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여행자의 방을 가지고 싶다고. ● 나는 개인작업만을 시작한 이후로 내 몸이 원하는 시간에 잠을 자고 눈을 떴는데 그러다 보니 밤을 새는 일이 많아졌고, 하루가 넘어가게 누런 잠을 자기도 했다. 아무리 알람을 두 개 세 개 맞춰놓아도 시간을 역행한 몸은 아침에 일어나지 못한다. ● 지난 여름, 일본에 짧게 여행을 갔을 때였다. 알람이 딱 한 번 울리기 시작했을 때 나는 눈을 번쩍 떴다. 커텐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햇살이 개운했다. 시계를 보니 이른 아침 6시. 하지만 초여름이어서인지 해가 꽤 높이에 떠 있었다. 한참 동안 창 밖으로 자전거와 출근길의 사람들을 구경하다 여행용 파우치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 이를 닦는다. 그리고 휴대용 스킨로션을 꺼내 가볍게 발라준다. 호텔 방안에는 현재 나에게 꼭 필요한 것들만 있다. 일주일 동안 입을 여벌의 옷이 옷걸이에 걸려있고, 두 권의 노트와 한 권의 책, 여행하는 동안 들을 음악과 간단하게 마무리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구와 작품이 들어있는 캐리어 하나. 이것으로 충분하다. 마음이 개운해진다. (중략)
'혼재해있는 기억의 잡동사니들이 제멋대로 엉켜 있었다. / 나는 곧 이것들을 깨끗하게 정리해주기로 마음먹었다.'// [기억을 파는 가게] // "즐거웠던 나의 오늘을 당신에게 드립니다."
물건과 함께 사라지는 추억도 있지만 물건이 없더라도 가슴에 남아있는 추억이 있다. 마주치는 물건들에게서 나는 좋은 하루가 있었구나... 나에게 예쁜 사람들이 많았구나... 하고 바삐 움직이던 손을 멈춘다. 잠깐 동안의 기억복원 - 이제 기억의 매개체들을 상자에 담는다. 그리고 놓아주기로 한다.
Ⅱ 시스템복원 ●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걸려 / 시스템 복원위치를 찾았었는데 / 기억도 원하는 위치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 복원위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 너무 선명하게 기억나게 하는 / 어떤 음악과 어떤 향은 / 가슴 내벽을 쓸고 지나간다. // 복원클릭 // 복원이 실패하였습니다 //도움말을 클릭하세요 / (F1 : 기억상자)
Ⅲ 당신을 위한 선물 ● 기억을 재생하거나 혹은 정리해 줄 상자를 놓아둡니다. 당신에게 혹시나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박소하다
● 일러스트와 팝아트를 만날 수 있는 일러스트 전문전시장 쌈지 일러팝에서 함께 전시할 작가를 모집한다. 작품이 '액자'속에 갇혀야 하는 고정관념을 갖지 않고 마음대로 색을 입힐 수 있는 일러팝은 국내 역량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특색 있는 공간으로 차별화 될 것이다.
■ 전시대관 문의_Tel.02.422.8111 #220
Vol.20090103d | 박소하다展 / BAKSOHADA / book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