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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08_1224_수요일_07: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아트스페이스 MG ARTSPACE MG 부산시 수영구 수영로540번길 49 (광안2동 172-18번지) Tel. +82.(0)51.751.0377
이번 배인석 작품의 주된 재료는 인쇄물을 이용하여 제작되어 졌다. 작업에 쓰인 인쇄물들은 작가가 어떤 의도에 따라 만든 것이 아닌, 저마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스스로 제작된 인쇄물을 대상으로 한다. 작가는 단지 이것의 최초 의도를 상기하고 줍거나 채택하고 나서 변형하여 작품화시킨 것이다. 작품에 쓰인 인쇄물의 종류를 나눈다면 3가지 정도이다. 그 중 하나는 올해(08년) 광우병이 우려되는 쇠고기 수입과 대운하에 반대하여 부산과 서울에서 한판 크게 벌린 촛불 집회에 사용된 것과 다른 하나는 부산의 유흥가와 밤거리를 떠돌아다니며 주운 명함크기의 대출과 마사지를 권하는 광고물들이다. 나머지 하나는 작가의 집에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낡은 학생백과대사전 전집이다. 거리의 인쇄물과 오래전에 쓸모가 없어진 학생백과대사전을 이용한 이번 작품의 주된 내용과 그 간극을 메우는 주제는 무엇일까?
언론에 주목을 받으며 올 초부터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촛불집회는 다름 아닌 국가권력을 대상으로 하는 자신의 권리와 안전에 대한 발언이자 자발적인 거리 축제였다. 반면에 도심의 거리에 난잡하게 뿌려진 전단지는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와 욕망을 말해주는 또 다른 우리 사회 구조의 이지러진 초상이다. 어느 날 집안의 책장에서 문득 발견한 낡은 학생백과대사전은 과거에 대한 회상이다. 이러한 인쇄물들은 시간과 더불어 우리들의 삶과 과거의 흔적을 증언하지만 그 외에 또 다른 무엇은 없는 것일까? 촛불집회에 사용된 인쇄물은 약간의 과거로 흘러갔고, 밤거리의 전단지는 그새 디자인을 바꿔 입었다. 애써 줄을 치고 뭔 가를 알려고 어린 시절 공부를 했던 백과사전은 이젠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나버렸지만, 삶의 방편을 위해 노력했던 그 시절을 상기하기에 족하다. 이를 다시 보고, 재조합하여 오늘날 바쁘게 인생을 살아가는 자본주의 시민과 최초의 앎과 이슈의 초심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더불어 선보이는 것은 전시도록을 대신하여 작가가 그동안 미술계에 있으면서(24년 정도) 이런저런 이유로 썼던 글들을 모아 『신속한 파괴, 우울한 창작』이란 제목의 책을 발간, 자신의 미술인생도 곱씹어 보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마흔 고개에 접어들면서 자신의 예술을 점검하는 것이다. 신속한 파괴, 우울한 창작이란 제목은 2003년 당시 이라크전이 발발하여 급하게 열린 반전평화전의 발문에 쓰인 핵심용어로 한국사회에서 리얼리스트를 지향하며 살아가는 작가를 대신하는 심경의 표현이다. ■ 배인석
Vol.20081226c | 배인석展 / BAEINSOEK / 裵仁錫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