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습관 a kind habit

노석미展 / NOHSEOKMEE / 盧石美 / painting   2008_1127 ▶ 2008_1217 / 월요일 휴관

노석미_상냥한 습관_종이에 아크릴채색_25×19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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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석미 블로그_blog.naver.com/nohseokmee

초대일시 / 2008_1127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8:00pm / 월요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정미소 ART SPACE GALLERY JUNGMISO 서울 종로구 동숭동 199-17번지 객석빌딩 2층 Tel. +82.(0)2.743.5378 www.galleryjungmiso.co.kr

익숙하지만 낯설고, 생경한, 그런 상쾌함에 대하여 - 일상과 반복에 관하여 ● 노석미의 작품들은 일상생활의 단편들로 구성된다. 신변잡기적인 소재들은 그 어디에나 있을법한 익숙한 소재들이다. 인물들은 오랫동안 사귀어온 지우들 같고, 고양이들은 오랫동안 한 침대, 쇼파에서 뒹굴던 가족 같다. 군것질감들, 반찬거리들, 한 잔의 차. 집 주변의 소소한 풍경들, 텃밭이나, 근처의 나지막한 야산들이나 동네 어귀. 그들은 전혀 새로운 어떤 풍경이 아니다. 그들은 단지 항상 곁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와 더불어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 일상을 더불어 반복하고 있다.

노석미_산너머오이피클병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6×72.7cm_2008

자유와 표현에 관하여 ● 작가가 작업을 시작한 것은 대략 1990년대 중반이다. 1990년대 초, 중반이라면 불과 15년 전쯤 되지만, 한국에서는 어떤 경계와도 같은 시기로 기억한다. 세계적으로 이데올로기 시대가 종말을 고하면서, 냉전과 독일 분단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이 1989년에 붕괴되면서 이어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되었고, 한국에서는 일본과 미국의 대중문화 수입이 본격화되면서 대중문화 붐이 일기 시작하였고, 동시에 IMF위기를 맞게 되었다. 아마도 IMF 원조로 상징되는 한국의 경제위기는 급속한 근대화의 슬픈 결실들과도 같았다. 동시에 성수대교 붕괴라든가, 삼풍백화점 붕괴 등의 사건들로 우리는 불안한 가운데 신자유주의의 전지구화의 세계로 진입하고 있었던 것이다. ● 그런데 한편으로는 문화담론과 현대예술담론들로부터의 어떤 판타지들을 점쳐보기도 했었다. 홍대앞으로 상징되는 젊은 문화들은 이때 한층 대중문화적 붐과 더불어 변화하기 시작하였던 것도 사실이다. '저항'이라기보다는 '자유'라든가 '표현'이란 슬로건이 더 들어 맞았던 한국의 젊은 대중문화 세대들이 우후죽순으로 여기저기서 '표현'을 하였던 시기였다. 지금껏 아마도 그러한 '젊음'과 '표현'의 양상들은 비판적으로 계승되고, 평가되고 있을 것이다. 한편에서는 거품으로, 한편에서는 그 속에서 나름의 자생적 노력들을 발견하려고... ● 노석미는 그 당시 대학생활을 하고, 대학을 졸업하면서, 자기표현을 하고자 했던 일종의 '신세대' 작가였다. 아마도 당시의 '신세대'란 새로운 세계를 스스로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자들을 말하는 것이었던 듯 싶다. 그런데, 그 새로운 세계란, 그 어디 먼 곳, 미지의 곳이라기보다는 바로 우리 주변, 우리 일상,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었다. 바로, 일상의 재발견 속에서 신세대는 자생적 표현을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는 매우 단순한 회고일 것이다. 그렇지만 노석미의 일상의 그림들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어떤 재발견들, 익숙한 것들의 낯설고 생경한 조우들이 바로 이러한 시대 배경이랄까, 성숙의 배경 속에서 반복되면서도 동시에 항상 새롭게 우리에게 다가서있다는 것은 단지 우연은 아닐 것이다.

노석미_빛나는 손톱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2×130.3cm_2008

감성과 천재에 관하여 ● 노석미의 작업과의 만남은, 어떤 상쾌함으로부터 출발한다. 그 상쾌함이란 진부한 것들이 승화하는 순간에 발생한다. 그 상쾌함이란 일상적인 것들이 낯설게 재발견되는 순간에 발생한다. 그것은 패션적으로 새로운 어떤 것을 발명해냄으로써가 아니라, 단지 '발견' 혹은 '만남'과 같은 경험 속에서 발생한다. 그것은 가령, 반복 속에서만 발생하는 것이다. 전혀 새로운 어떤 것을 행하는 불안과 공포와 두려움에서라기보다는 익숙한 반복 속에서의 재발견이다. 그것은 마치 환기와도 같은 것이다. 반복 속에서, 공기는 순환하고, 우리의 삶은 익어가듯이 말이다. ● 그런데, 그 재발견의 감성은 예로부터 예술가에게만 고유한 것이라고 믿어져 왔다. 근대 이전에 그러한 재발견의 감성은 '천재'의 것이었다. 그 '천재'란 근대기에 들어서는 일종의 '발명가'로 탈바꿈하였다. 근대의 과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천재란 개념은 자연을 조직하는 예술가의 상이 아니라, 과학기술로 뭔가 최신 기술을 발명하는 발명가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천재'란 다시 현대에 와서는 모두 해체되었다. 이제는 그 누구라도 천재이거나 동시에 평범한 사람이거나이다. 우리는 모두 특별한 재능이 있는 어떤 개성의 존재이기에, 우리는 천재인 동시에 평범한 사람인 것이다. 적어도, 특별한 재능 중에서, '감성적'인 어떤 재능들이란, 작업을 하는 가장 원초적인 어떤 바탕이 되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그 원초적 바탕이란, 사물과 사건과 일상과 현실과 우리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어떤 계기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감성'의 영역이라고 본다면, 그 감성은 낯섦을 즐기는 감성이다. 그 감성은 낯섬을 즐기는 향유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 향유란, 상냥하지만, 어색하게, 어떤 '치즈 케익'을 세 등분해서 얌전하게 한 접시 대접받는 것과 같은 기분이다.

노석미_당신은 알고 보니 퍽 귀엽네요.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5.5×112.1cm_2008

자연과 예술에 관하여 ● 노석미는 올 해 양평의 한 마을에 작업공간을 마련하였다. 그곳에서 여느 때와 같이 그녀의 고양이들과, 그녀의 작품들과, 그리고 텃밭의 작은 먹거리들과, 집 주변의 잡초들, 새로 심은 묘목들, 잔디, 꽃들, 가끔 창밖을 콩콩콩 뛰어가는 다람쥐들과, 마을 아주머니들과, 가끔씩 오래간만에 한껏 수다떨러 집을 찾아오는 오래된 지우들과 더불어 살고 있다. 그녀의 작품들은 자연과 더불어 일상과 더불어 항상 새롭게 피어나는 감성들로 가득하다. ● 이번 전시는 어쩌면 새롭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여느 작품들처럼 말이다. 그녀의 여느 일상의 풍경들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그 작품들은 상쾌하고, 낯설고, 생경한 어떤 조우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너무도 미세하고, 비밀같지만, 사실은 너무도 익숙한 그러한 차이들이 어눌하면서도 상냥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반복되는 어떤 감성에 기반한 것들이다. 그녀의 작품은 여전하면서, 항상 새롭다. 아마도 대학 졸업 즈음이거나, 졸업 후 첫 전시때 그렸던 그림들에서부터 지금의 그림들에게 까지 한결같으면서도, 동시에 항상 생경한 어떤 느낌들이 있다. 90년대 중반의 고갱이나 반 고흐를 연상시키는 그림들에서의 '표현주의적' 색들과, 어눌하면서도 얌전한 어떤 선묘의 표현들, 그 속에서 만나는 주변 인물들, 인상들, 이야기들, 주변의 삶들에서의 소재들은 여태껏 그녀의 작업 세계를 이루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평생의 이야기꺼리들을 담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또한 평생 우리의 삶이란 그림을 가꿔갈 최소한의 감성들을 잃지 않는다면, 바로 그녀의 작품들에서처럼, 뭔가 한 마디 글귀를 적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가령, "오늘은 상큼한 레몬차를, 군밤과 함께" 라든가 "겨울 초입의 때 아닌 귀뚜라미" 라든가... 누구든 그녀의 그림에 대고, 하나의 일상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 누구의 일상이라도, 그 누구의 자연이라도 한결같지 않고, 너무도 다른 경험을 제공하듯이, 그러면서 꾸준히 반복되는 어떤 터전이듯이, 우리의 글귀도, 우리의 상상도 매우 어색하고, 낯설 것이며, 동시에 친근할 것이다. 그런데 그 표현들은 묘하게도 어떤 통일적 세계를 이루고 있다. 그 속에는 어떤 소소한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엮여가고 있다. '자연'이라는 주어진, 그러면서 언제까지나 인간에게는 두려움이자 안식이자, 정복이자, 어울림의 터전인 그것으로부터, 그리고 우리 삶의 터전이자, 올가미이기도 한 일상으로부터 우리는 수없이 어떤 낯선 경험들을 하게 된다. 그 순간들은 우리의 자연과 일상을 새롭게 일깨워가며 우리가 유지하고 있는 작은 것들을 향유하는 순간들이다. 아마도 그것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또한 삶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일련의 행위들이 아닐까. ■ 이병희

노석미_반죽하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97cm_2008

2008년 갤러리 정미소의 마지막 전시는 고양이 작가로 대중들에게 유명해진 노석미 작가다. 1년여 만에 갖는 이번 개인전『상냥한 습관 -a kind habit』展은 포근한 일상을 아크릴 회화로 담백하게, 그리고 규모 있게 그려내고 있다. 1998년 첫 개인전『너무해』展(담갤러리)을 시작으로 꾸준히 소소한 일상을 그려온 노석미는 아홉 번째 개인전인 이번『상냥한 습관 -a kind habit 』展을 통해 그간 새로이 준비해온 작업성과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특히 이번 개인전 『상냥한 습관 -a kind habit 』展은 전시와 더불어 책으로도 만날 수 있으며, 소량 제작된 책들은 각각의 에디션이 있어 작품과 같은 희소성을 갖고 있어 특별하다. 다시 말해, 이번 전시 타이틀 "상냥한 습관"은 작가가 발표하는 책 제목이기도 하고, 작가의 한 작품의 제목이기도한 최근 그녀의 모든 작품들을 아우를 수 있는 주제라 할 수 있다. ● 그녀의 작업을 보면, 예전 전시에서 최근의 작업에 이르기까지 '소소한 일상'의 소재들이 주로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딱히 특이할 것 없는 여느 네 일상과 같은 연속이다. 하지만 그 일상의 '사실'을 그려내는 것이 아닌, 그 감정의 순간을 투박하게 포착하여 보는 이에게 따뜻한 감정을 전이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음식, 클로즈업된 손, 산, 고양이, 피클, 반죽 등의 소재들은 작가의 일상일수도 있고, 어떤 우연의 사건 혹은 경험에 의한 것 일수도 있다. 그녀는 단순히 흘려 지나쳐버릴 수 있는 일상의 발견을 채취하여 저장하거나 그림에 옮겨 그린다. 그리고 다양한 일상과 삶의 여러 가지 모습들을 기교 없이 단색조로 표현하고, 대상의 디테일을 생략하여 개인적 삶의 단편적 이야기들을 이끌어낸다. ● 여러 소재들 중 고양이는 단연 돋보인다. 그녀의 작업에서 고양이들은 여러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고 주제를 이끌어 내며, 삶의 동반자이자 일상 속에서 새로운 일상을 일깨워주는 매체로서 존재한다. 새침하게 눈동자를 모으고 있기도 하고, 「당신은 알고 보니 퍽 귀엽네」처럼 강아지 위에 올라타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거나 「Green Cat」에서는 주인의 품에 안겨 다리를 벌리며 애교를 부린다. 이렇게 세심하게 포착된 고양이는 애완동물을 넘어서 가족이자 주체적인 존재로 작가에게 인정받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보라색, 녹색 고양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소재의 개성은 색감으로도 드러난다. ● 이번전시 작품을 살펴보았을 때 주제라 할 수 있는 고양이, 등장인물들, 음식, 손등의 색감은 따뜻한 파스텔 톤, 혹은 눈에 띠는 색조가 주를 이룬다. 반면, 주변 물건이나 배경은 그레이와 라이트블루로 전체적으로 단색조로 처리되거나 명암이 배제되어 상대적으로 주제를 부각시키는 특징을 보여준다. 이렇듯 대상의 단순한 디테일과 명암의 절제를 통해 명료하면서도 경쾌하고, 간략하지만 예리한 포착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가령,「빛나는 손톱」,「반죽하기」,「monday fade」작품들에서의 '손'은 그녀에게 있어 커다란 에너지이며, 때때로 실존의 감성을 느끼게 하는 도구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사이즈보다 크게 그려지거나 본질의 색에서 벗어나 있기도 하다. 때문에 관객은 마치 자신이 집중하여 그곳을 보고 있다는 착시를 일으키기도 한다.

노석미_바다와 여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7.3×45.5cm_2008

그녀의 작품은 착시와 더불어 혼란을 주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그 중 하나가 텍스트다. 이번 전시에서 많이 찾을 수 없지만「상냥한 습관」,「뜨거운 파밭위의 개미 한 마리」,「쭈꾸미」같은 작품을 보았을 때 감상자는 그림과 텍스트의 연관성을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조각케이크, 혹은 포도젤리처럼 보이는 세조각의 '무엇'과 '상냥한 습관'은 어떤 관계에 있으며, 소녀와 쭈꾸미의 소통여부가 무엇인지 관람자는 작가의 일상에 침투하려는 노력을 시도한다. ● 사실 노석미의 이미지는 우연적 상황을 포착하거나 경험한 이미지이며, 글은 작품 안에서 소재나 내용을 만들어 표현하기도 하고 단순히 떠오르는 텍스트를 그림에 삽입하여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어 내기도한다. 글과 그림은 각각의 강한 메시지를 가지고, 서로의 미묘한 특징이 아닌 약간의 다른 이질적인 느낌으로 보는 이들을 혼란시키게 된다. 노석미의 일상 소재들이 평범해질 수 없는 순간들이다. ● 그 연장선으로 작품에서 뜬금없이 등장하는 빙산, 산 뒤에 우뚝 선 거대한 오이피클병, 클로즈업된 손 뒤에 산들, 산 앞에 그릇 등 작품을 보면 우리의 일상 속 한 장면으로 보기엔 낮선 그 무언가로 가득 차있다. 단색조 채색에서 계절을 느끼고, 준비된 두 개의 차를 통해 따뜻한 인간애를 맛볼 수 있다. ● 그녀는 일상과 부대끼며 냄새를 맡고 땀을 흘리면서 발견하고 포착하여 수확한다. 그 수확물들을 매만져 이미지와 텍스트로 옮겨 사라질 것들을 고정시켜 보관한다. 이런 행위들의 반복 안에서 우연적 발상이 발생되는 것이다. 이번 타이틀인 '상냥한 습관'은 그 말이 가진 약간의 어색함이 작가에게 낯선 것들끼리의 만남이 주는 새로움을 가져오며 작업 안에서 에너지가 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세상에는 익숙한 것들도 많지만 익숙하지 않은 그 무언가들 또한 많음을 이야기 하고 있으며, 그것들을 발견하는 일은 그녀뿐만이 아닌 타자에게도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 이경민

노석미_운명론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6×72.7cm_2007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분다. / 낙엽이 떨어진다. / 사사삭 꾸삭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통통한 / 줄무늬 꼬리의 작은 작은 다람쥐 / 곧 겨울이 올 것이다. / 나는야 근면한 노동자 고양이 ■ 노석미

Vol.20081128f | 노석미展 / NOHSEOKMEE / 盧石美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