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08_1112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즈 GALLERY IS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2-1 (관훈동 100-5번지) Tel. +82.(0)2.736.6669/737.6669 www.galleryis.com
오경아의 이번 전시는 그녀가 이전부터 관심을 보여 왔던 뼈라는 유기체적 형태를 재구성 하는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작품 안에서 동물의 뼈나 기계는 끊임없이 건축물이나 식물의 형태로 전환되는가 하면 이 모든 것들이 끝없이 순환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런 이미지의 순환을 통해 궁극적으로 그녀가 작품 안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세계는 기계와 건축물, 그리고 동물과 식물이 공존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다. 기본적으로 삶은 어둡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지만 작가는 그 안에서 피어오르는 생명력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는 기계도 건축물도 비인간성을 나타내는 대상이 아니라 이미 삶의 일부라는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러한 확고한 개념(concept)이 작품의 기저에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들은 전작들과 차별화된다. 이전의 작품들이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정감이나 직관에 의존한 반면 새로운 작품들은 지난 수년간의 작가의 사유의 결과물이다.
표현 방법에 있어서도 새 작품들은 전작들과 구분된다. 뼈나 기계의 구체적인 형상은 약화되고 선과 색을 통한 표현이 두드러진다. 선의 방향, 속도, 굵기, 굴신 등을 통하여 기계적인 구조 사이를 관통하는 무한하고 야수적인 생명력이 표현되는 반면, 색의 명도와 채도, 그리고 공간적 배치를 통하여 그 힘이 절제되고 긴장감속에서 안정이 유지된다. 선은 여전히 자유분방하지만 그 운동성이 색채에 의해 제한되면서 불안함보다는 안정감이 작품을 지배한다. 그렇다고 해서, 운동감이나 생명력이 줄어드는 느낌은 아니다. 클르와조니슴(cloisonnisme) 스타일의 밝고 따뜻한 색과 면들이 마치 앙상한 뼈에 살이 붙듯이, 혹은 말라비틀어진 식물의 줄기에 수액이 흐르듯이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그 결과, 이전의 작품들을 지배했던 그로테스크(grotesque)한 이미지들은 보다 따뜻하고 픽처레스크(picturesque)한 이미지로 바뀌었다. ● 원형의 캔버스 위에 그려진 많은 소품들은 보다 큰 작업을 위한 준비라 할 수 있는데 대상의 재구성을 위해서는 기존의 인식을 파괴해야 된다는 작가의 기본적인 생각을 보여준다. 자기만의 눈과 마음으로 대상을 인식하는 사람에게는 항상 같은 것만이 보일 뿐이다. 대상의 본질에 대한 통찰은 끊임없이 자신 만의 시각에 회의를 품고 다른 이의 시각을 빌어 와서 자기 시각과의 차이에 대해 고민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즉, 대상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려면 먼저 예술가의 사고를 해체하고 재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성인의 머리 속은 이미 아집이나 고정관념(idee fixe)으로 가득 차서 새로운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전시회의 많은 소품들은 성인들에게는 공포스럽게 인식되는 뼈나 공룡이 왜 아이들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으로 여겨지는가 하는 극히 기본적인 의문에서 출발한 작품들이다. 어린 아이의 눈에는 공룡은 강아지 같은 대상, 뼈는 장난감 같은 대상으로 보이듯이 작가는 대상을 유희의 기회로 본다. 그 결과 데포르마시옹(deformation)을 거친 대상들은 부자연스럽거나 기괴한 느낌을 주기 보다는 정감이 느껴지고 때로는 해학적이다. 지나친 진지함이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왔던 전작들에 비해 작가에게 자신과 거리를 두고 사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작품들은 자기 반어적(self-irony)이고 이전의 작품세계에서 진일보했다고 할 수 있다. ● 이번 전시회의 가장 중요한 작품인 「생명의 변주」에는 작가의 이러한 생각이 총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얼핏 보면 어릴 때 자연도감에서 본 뼈에 신경이나 근육이 달라붙어 있는 모습이 연상되지만 이는 곧 보는 이의 마음속에서 식물의 줄기와 꽃, 기계의 몸체, 그리고 건축물들로 이미지의 변주를 거친다. 각각의 구조물들은 토대가 확고한 것, 밑이 뾰족하여 불안정해 보이는 것, 아예 공중에 떠있는 누각 같은 것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대상물중 우리에게 불안감을 주는 것은 없다. 밑이 뾰족한 구조물의 경우 선과 색조의 사용으로 인하여 보는 이의 시선은 아래로부터 위로 움직이게 된다. 날카롭고 뾰족한 선은 위로 올라가면서 부드럽고 풍성하게 바뀜으로써 역설적으로 불안감보다는 풍요롭고 안정된 느낌을 준다. 공중에 떠있는 듯한 구조물들 역시 언젠가 떨어질 것이라기보다는 한없이 평온하게 흘러만 갈 것 같은 느낌이다. 색과 빛이 결합된 듯한 색조의 사용은 중세의 스테인드 글라스나 현대문명의 네온을 연상시킴으로써 작품 안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세계를 구현한다. 이처럼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서 일상생활의 익숙한 대상들을 일상적인 맥락에서 이탈시켜 파괴, 해체, 변형하고 재구축하며 그 과정에서 삶에 대한 긍정을 표현하고 있다. ■ 김명진
Vol.20081112h | 오경아展 / OHKYUNGA / 吳京俄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