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 테일러展 / Maggie Taylor / photography   2008_0926 ▶ 2008_1024

메기 테일러_A curious feeling_안료, 잉크젯 프린트_92×92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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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08_0926_금요일_05:3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인터알리아 아트컴퍼니 INTERALIA ART COMPANY 서울 강남구 삼성동 147-17번지 레베쌍트빌딩 Tel. +82.(0)2.3479.0114 www.interalia.co.kr

상상을 성취하다. ● 19세기 이전의 화가들은 완벽하게 아름다운 풍경화를 '창조'했다. 반면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풍경화는 인상주의 화풍을 통하여 과학적으로, 시각적으로 철저하게 '객관화'된 눈으로 그려졌다. 많은 이들이 낯설어 했던 인상파 화가들의 거친 붓 자국 혹은 색 점으로 묘사된 풍경은 '이상적인 미'의 기준을 바꾸었다. 매뉴얼에 충실했던 하늘색, 나뭇잎 색, 들판과 꽃의 색채는 공기의 온도와 움직임에 의해 변화하는 빛에 의해 다른 의미의 '사실성(reality)'을 드러냈다. 이 화면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빛의 화면으로 만들어지고 추상화된 느낌으로 다가오기까지의 발전 과정에 공헌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는 사진이라는 매체의 발견과 대중화로 '사실적인 묘사'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던 화가들에게 새로운 개념으로서의 '풍경'을 받아들이게끔 하였다. 인상주의 화풍의 분석적이고 과학적이면서도 실험적인 화풍에서 관람자는 미술이 주는 또 하나의 매력을 찾게 된다.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내는 붓 터치가 주는 감흥과 감동을 화면 속에서 느끼게 된 것이다. 이는 화면의 사실묘사를 어찌 인간으로서 저 정도까지 해 낼 수 있을까에 대한 손재주에 대한 탄복의 시대를 넘어서 그토록 자연에 대한 해석이 감동적일 수 있다는 감성을 울리는 예술의 위대함을 깨닫게 하는 시대였다. 풍경화라는 분야의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는 실경을 만들어내면서 현대의 화가 혹은 사진 작가들은 풍경화를 다양한 양상으로 그 다음 단계를 위한 실험을 하였다. 인터알리아에서는 풍경화의 다양한 갈래 속에서 하나의 커다란 맥을 만들어 내고 있는 작가를 소개하려 한다.

메기 테일러_But who has won_안료, 잉크젯 프린트_92×92cm_2007
메기 테일러_Garden_안료, 잉크젯 프린트_92×92cm_2005

메기 테일러는 꿈을 기억하여 사진으로 기록한다: 이 문장은 문법은 맞을지언정 그 의미가 이상하다. 어떻게 꿈이 사진으로 기록된단 말인가? 메기 테일러의 작품은 접하는 순간부터 온갖 미스테리와 모순으로 가득하다. 본인을 포함하여 많은 이들이 메기 테일러의 신비로운 이미지와 색채의 화면에 끌려 들여다 보게 되고 이 화면이 사진이라는 것을 알고 놀라게 된다. 그녀의 기묘한 모습들과 풍경들은 꿈과 상상을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 꿈의 풍경화(Landscape of Dream)를 주제로 초현실적인 작업을 해오고 있는 메기 테일러의 꿈에 관한 한 인터뷰를 읽으면서(Amy Standen과의 인터뷰, from "Maggie Taylor's Landscape of Dreams", chapter five) 처음에는 그녀가 무슨 꿈을 꾸었는지, 그 꿈의 느낌이 어떠했는지, 꿈에서의 기분은 어떠한지, 주로 어떤 꿈을 꾸는지가 왜 그토록 중요한 것인지 의아했다. 꿈은 꿈일 뿐 그녀의 작품은 어쨌거나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세계이지 않은가. 상상의 세계와 꿈의 세계를 굳이 구분한 것이 뭐 그리 대수인가...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를 읽어 내려가면서 나는 점점 메기 테일러가 참으로 신비로운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녀는 침대 머리맡에 놓여진 노트에 자신의 꿈 속 풍경을 기술한다. 그리고 그 기록과 자신이 본 그 무엇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나간다. 그것이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에, 완성 된 화면은 한 폭의 상상화와도 같다. 꿈 속의 캐릭터나 풍경이 정확하게 그 이미지가 어떠하다는 것을 쉽게 그려내기에는 초기 기록은 추상적이라고 한다. 정확한 묘사는 메기 테일러의 머리 속에만 존재하고 모든 것은 거기서 출발한다. 그 꿈은 하지만 평소에 읽는 책이나 TV 쇼 등에서 받아들이고 있는 흥미로운 '이미지'에 대한 인상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순수하게 100% 비현실적 공상에서 출발한 원인 불명의 화면이라고 하기에는 그녀가 들려줄만한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은 현실에서 보았을 만한 모습을 간직한 채이다. 원형을 변형시키고 결합하고, 지워나가는 등의 여러 과정의 조작을 통하여 우리에게 생소한 듯한 이미지가 결과물로서 드러나게 된다.

메기 테일러_I suppose you'll be telling me next that you never tasted an egg!_ 안료, 잉크젯 프린트_56×56cm_2006
메기 테일러_It's getting late_안료, 잉크젯 프린트_92×92cm_2006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기술적인 면에서 잘 드러난다. 그녀는 사진 작업의 도구로서 카메라 보다는 주로 평판 스캐너와 컴퓨터, 그리고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그녀는 e-Bay에서 사 모은 오브제나 이미지를 조합하여 작업을 한다.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하여 수 십장의 이미지들을 덧붙이고, 지워나가고, 결합하는 등 길게는 6개월의 시간 동안 하나의 이미지를 완성한다. 즉, 현실에 존재하는 이미지로부터 공상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로 변형해 나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 과정 속에서 어느 순간부터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그녀가 꿈속에서 만났던 캐릭터, 자신의 모습, 경험된 스토리에 점차 가까워진다. 일례로 『Twilight Swim』이라는 작품에서 사용되는 이미지는 작가가 직접 찍은 물의 배경이 배경화면을 이루는데, 이는 단순히 하나의 호수 풍경을 찍은 것이 아니다. 수평선의 느낌을 내기 위한 전체적인 호수의 구도를 위한 풍경, 인물이 위치하기 위한 물의 움직임을 찍은 풍경, 물 속에서의 물고기들의 움직임을 담기 위한 물살의 풍경 등 화면에 등장하는 생물들의 위치와 움직임을 고려한 다양한 물의 표정을 결합하여 배경화면이 탄생한다. 사람의 모습은 주로 앤틱 사진 또는 잘 만들어진 공예 인형 이미지가 소재가 되는데, 인물의 표정이나 의복, 성격 등을 규정할 수 있는 눈, 코, 입, 팔, 손, 의복의 질감 등이 따로따로 결합되면서 하나의 인물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 인물이 만족스럽게 나타나기 위하여 수없이 많은 부분들이 교체된다. 그 주변을 맴도는 물고기는 상어의 지느러미를 끈으로 등에 묶을 채 헤엄을 치고 있는데, 수면으로 떠 오른 상어 떼의 실상을 파악하게 하는 유머러스한 반전이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은 또 다른 개념의 리얼리티를 성립하게 한다. 왜냐하면 꿈의 이미지가 사실은 우리에게 그리 낯선 이미지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진이라는 도구와 기존 이미지들을 사용하는 태도가 가지는 사실성이 전제된 여러 가지 방식들은 현실감각에 대한 고리를 놓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주기도 한다. 또한 메기 테일러가 기억하고 재생시키는 화면은 가물가물한 망각을 다시 기억하게 하는 접점을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이를 마냥 한 사람의 작가가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라고 하기에는 우리의 상상력도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여지가 풍부한 것이다.

메기 테일러_The patient gardener_안료, 잉크젯 프린트_105×105cm_2007

그녀만의 상상과 꿈을 풍경으로서 표현하기 위한, 존재하는 이미지들의 결합. 그리고 새롭게 탄생한 존재하지 않는 풍경들. 이러한 작업 과정은 그리하여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앨리스와 메기 테일러와의 연관성을 타당케 하고 있다. 나른한 여름날 꿈 속에서 겪은 모험을 그려낸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메기 테일러에게는 자신이 찾아내는 꿈의 풍경과 루이스 케롤이 서술하는 앨리스가 꾸었던 꿈의 환상적 이야기 간의 가슴 뛰는 공통점을 찾아내었을 것이다. 그리고 앨리스의 꿈을 자신의 꿈 속에서 혹은 루이스 케롤의 문장에서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로 대치하면서 화면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2008년에 출간된 『Alice's Adventure of Wonderland, 2008, Modern art Publication』의 사진 일러스트 시리즈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로서 한 소녀의 꿈 속 모험담을 그린 이 책 속의 이미지들은 그간 메기 테일러가 만들어 온 이미지들에서 보이는 감성들로 가득하다. 정적이면서도 완벽한 내러티브가 하나의 화면 속에 가득 차 있고, 동물들의 모습은 어딘지 우스꽝스러운 유머를 담고 있으며, 등장하는 인간의 모습은 뭔지 모를 감성으로 인하여 묘하게 우울해 보이는 동시에 성스러운 모습이기도 하며, 화면을 지배하는 전지자의 모습 같은 영적 기운마저 느끼게 한다. 이를 통하여 단순히 스토리의 장면을 연상케 하는 단순한 보조적인 장치로서의 일러스트가 아닌, 기존의 작업 형식을 유지하면서 이제껏 표현해온 비현실적 이미지를 보다 호소력 있는 플롯에 기반하여 이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상상해 왔던 모호한 이미지들을 보다 생생하게 시각화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메기 테일러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스토리의 반영 뿐 아니라 작가 자신의 꿈의 이미지, 그리고 관객들이 꿈꾸고 있는 수 많은 이미지들을 재생시켜 줄 수 있는 역할을 한다.

메기 테일러_These strange advedtures_안료, 잉크젯 프린트_92×92cm_2006

눈으로 보고 이를 사실이라고 믿는 시대는 지나갔다. 인물과 현상은 이제 하나의 기준 속에서 그 사실성을 파악하지는 않는 시대인 것이다. 인물 각각이 처한 환경과 배경 속에서 진실의 당위성이 판단되는 시대로 넘어 간지 한참이고, 메기 테일러는 더 나아가 자신만의 의식 속에서 존재한 이미지를 사진이라는 매체-사실성의 도구로 인식되었던- 를 통하여 보여주고자 한다. 그렇지만 그녀가 만들어낸 이미지를 이해하고 읽어내기 위하여 카메라라는 매체가 강조될 이유가 있을까? 이미지를 다루는 테크닉이 탄생시킨 완벽한 몽타주는 사진의 기능 보다는 작가가 찾아 들어가는 자신만의 풍경에 우리의 의식을 집중하게 한다. 그 풍경은 우리가 굳이 믿을 필요도 없다. 메기 테일러의 개인적인 이야기일 뿐이고, 그녀가 보았다는 꿈 속의 이미지임을 믿게 될 뿐이다. 우리는 어떤 날의 꿈을 함께 되짚어 가며 공감대를 발견하는 우연한 즐거움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 김인선

Vol.20080926c | 메기 테일러展 / Maggie Taylor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