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08_0918_목요일_06:00pm
갤러리 보다 기획 공모작가展
관람시간 / 10:00am~09:30pm / 주말_10:00am~04:40pm
갤러리 보다 GALLERY BODA 서울 서초구 서초동 1461-1번지 한라기산빌딩 2층 Tel. +82.(0)2.3474.0013 www.bodaphoto.co.kr
오는 9월 18일부터 10월 6일까지 갤러리보다 기획전 공모당선작가 김의식의 『The Nature』展이 열립니다. 2008년 하반기 기획전 공모 당선 작가 6인 중 한 명인 김의식은 우리가 눈으로 확인하고 만져볼 수 있는 본연의 형상과 그 대상에 대해 텍스트로 풀어 놓았을 때, 머릿속에 저절로 연상되는 이미지 사이의 충돌을 시각화하여 생명과 뿌리를 상징하는 뼈를 소재로 태초의 자연형상의 시작에 대한 물음을 제기합니다. 동시에 인간 몸과 생명의 기본인 뼈에, 시간이 더해짐에 따라 인생의 기록도 더해짐을 언어의 기본 되는 텍스트로 겹겹이 쌓고 나열하는 과정을 통해, 살아나가는 순간과 생을 마감하고 떠나간 후 남겨지는 흔적에 대한 고찰을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입니다. ■ 오선영
영원한 삶이란 가능한가?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뭔가를 남기고 떠나기 마련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하고 있다. 이별을 한다. 누군가가 죽거나 멀리 떠나서 만날 수 없을 때나 같은 공간에 있지만 마음이 멀어져서 이별을 할 수도 있다. 시공간을 떠나지만 우리는 그들이 남긴 것들로 그들을 추억하고 느끼려고 한다. 어쩌면 사람들은 잊혀지는 게 두려워, 누군가가 자신을 잊고 살까봐 끝없이 흔적을 남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흔히들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곤 한다. 끝이 있기 때문에 인생과 여행은 같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어쩌면 나는 끝이 언제인지 정해져 있지 않은 여행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행하는 중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의 좋은 추억들이 쌓여간다. 그러는 동안 나는 늙어가고 여행의 끝이 어딘지도 모른 체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내일도 평범한 하루일꺼라 생각한다. 내가 아무 감정 없이 사용하던 일상적인 물건들 내 손때가 묻고 나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 것들, 그런 일상적인 오브제에 나의 일상적인 일들과 좋은 추억들이 묻어있다. 흔적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 협탁 위에 놓인 안경을 찾고 슬리퍼를 신고 욕실로 가 매일 쓰던 칫솔로 양치질을 한다. 이런 일상적인 오브제에 난 항상 감사하다. 나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 것들, 그런 침대에서 오늘 잠들고 내일 눈뜨지 못할 수도 있다. 길을 걷다 한순간 죽음과 마주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내가 떠났을 때, 내가 그들을 떠난 후에도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좀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나는 작업을 통해서 그러한 흔적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어느날 운동을 하다 다치는 바람에 뜻밖에 내 뼈를 보게 되었다. 내 뼈가 내 살 속에 있다는 것을 잊고 살았었다. 이 뼈는 내 영혼이 떠난 후에도 나의 육체에 홀로 남아서 나의 형태를 유지시켜 줄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과 시간 속에서 우리는 마주했다. 그 후로 뼈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달라졌다. 어찌 보면 일상적인 오브제 일수도 있고 내 신체의 일부이며 나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 오브제이다. 뼈가 주는 이미지는 홀로 쓸쓸히 남겨진 것, 죽음, 남아있는 자, 떠나보낸 자, 그리움, 되돌릴 수 없음, 흔들림, 흐릿함, 잊혀짐, 떠나보내야 했던 기억...... 이런 이미지와 더불어 아주 일상적인 오브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동물의 뼈를 찾아보았다. 뼈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형태에 매료되었다. 우리는 어떤 텍스트를 접했을 때 그 텍스트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생각하며 이미지를 떠올린다. 마찬가지로 동물의 뼈 즉 어떤 형태와 접했을 때 형태 자체에 빠져든다. 뼈와 텍스트의 조합은 뼈가 가지는 시각적 형태 그리고 뼈가 주는 이미지인 죽음 위에 마치 살을 입히듯 텍스트가 가지고 있는 머릿속의 이미지를 입히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고른 동물의 뼈는 나에게 오기 전까지 살이 붙어 있었을 것이고 초원을 뛰어다니며 많은 이들을 만났을 것이다. 그 뼈와 나는 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냈다. 지나간 시간은 흐릿하게 흔들리고 모호해 지고 있다. 나는 내 작업에서 사람들이 떠난 후 그 공간에 그들이 남겨 놓은 것들을 이야기하려한다. 그들이 남기고 떠난 것들은 우리가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남기고 떠난 것들조차도 영원하지 않다. ■ 김의식
Vol.20080916h | 김의식展 / KIMEUISIK / 金義植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