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된 일상, 시뮬라크르되는 현상

이혁展 / LEEHYUCK / 李赫 / installation   2008_0917 ▶ 2008_0930

이혁_after image(잔상)_나무에 아크릴채색_가변설치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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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08_0919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쿤스트라움 KUNSTRAUM GALLERY 서울 종로구 팔판동 61-1번지 Tel. +82.(0)2.730.2884 www.kunstraum.co.kr

절개된 현상, 시뮬라크르 되는 실재 ● 보고 있는 것은 진짜인가. 눈의 망막으로 비쳐지는 사물들은 본래의 모습으로 들어앉는 것인가. 보여 짐과 봄은 실재, 현존에서 믿을만한 것인가. 사물들은 여러 모습을 간직하고 그 모습을 여러 각도로 드러낸다. 하나의 시선으로는 감지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여러 시간에서, 다중적인 시각을 보유하여 본다고 하여도 사물이 내포하는 무한한 의미나 실체에는 도저히 닿을 수 없으리라는 불행한 예감들이 난무한다. 하지만 사물은 그 본체를 자기의 모습으로, 드러난 현상으로 발언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많은 표현과 기호들이 등장하고 여러 상징들이 자기의 언어를 발산한다. 그러한 기호와 언어를 받아들이거나 수용하거나 하는 것은 수신자의 영역일 것이다. 그 수신의 폭들이 현대에 와선 다층적이고, 다원적이며, 상대적 사유의 장으로 확장하거나 현상이 갖는 또 다른 이면 즉 가상현실-시뮬라크르(simulacres)화 한 사물들의 특징들을 감안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즉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가짜일 수 있다. 혹은 가짜인체 하는 진짜일 수 있다.

이혁_after image(잔상)_나무에 아크릴채색_가변설치_2008
이혁_after image(잔상)_나무에 아크릴채색_가변설치_2008
이혁_after image(잔상)_나무에 아크릴채색_가변설치_2008

이혁은 일상적인 '봄'을 거부한다. 자신이 걸어갔던 도시의 풍경들을 수직으로 잘라내 버린다. 도식화 될 수 있는 구조를 화면의 틀 밖으로 분절, 절개시킴으로서 익숙한 '시각'으로부터 낯선 시각으로 변모 시킨다. 보는 시각에서는 낯선, 이질적, 전복되는 사물로 재배치한다. 도시는 보여 지고 있으나 낯설고 생경한 방식으로 다가선다. 그 도시를 걷는 인간들은 이방인으로 걸어간다. 디지털의 방식으로 점멸되는 도시의 거리. 그 거리는 차 있는 것 같으면서도 텅 비어 있는 방식으로 서 있다. ● 작업실에서 이혁은 자신이 보았던 도시들을 받아들이고 자기 몸 안에서 해석하고 다른 모습- 분절되고, 절개되어 도시일 수 없는 도시를 만들어 낸다. 거기에는 사람과 간판, 원색의 이미지의 표지와 색감들이 혼용되어 나타난다. 사물들은 색감의 이미지로 기호화 된다. 사용되는 색들은 원색의 강렬함이 복합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 색들은 회색의 아스팔트에서 만나는 익명의 사람, 건물, 자동차 등의 사물들, 그들이 내쏟는 일정한 특징들이 생략되거나 암호화되어 단순한 색, 점으로 대치되는 것이다. 그러한 대치는 디지털의 언어와 닮아 있다. 하드웨어로 저장되는 디지털의 언어는 0과1로 2진법의 언어이지만 드러낼 수 있는 표현 언어는 무한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혁이 단순화 시키고 있는 도식적 색감은 수많은 실재 언어가 단순화의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그것은 이혁이 도시에서 사물에서 받아들인 기호체계인 것이다.

이혁_after image(잔상)_나무에 아크릴채색_가변설치_2008
이혁_after image(잔상)_나무에 아크릴채색_가변설치_2008
이혁_after image(잔상)_나무에 아크릴채색_가변설치_2008

전시장을 이혁은 구조화 한다. 이미지화하고 절개된 도시의 파편들(나무기둥-길이가 긴 사각 목재- 을 이용하여 그려진)은 전시장에서 재편된다(설치한다). 그 이미지는 또 다른 이미지의 공간으로 확산한다. 도시가 인간을 '어떤' 구조 속으로 강제하거나 그 안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장치라고 한다면 작가는 관객에게 그 도시의 절개된 파편들을 재구성하여 자기만의 도시의 구조를- 재탄생하여 낯선 구조 속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이미 작가의 구조 안에는 도시의 실재는 사라지고 작가의 이미지, '어떤' 전환을 꿈꾸는 시작으로 '낯선', 현대의 도시 속을 걷는 부재의 현대인이 자리한다. 작가는 관객이 이루는 몸도 자신의 작품 안에서 구조화 되고 시뮬라크르화 되는 현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의도를 감추지 않는다. 우리는 도시에서 태어나고 도시 속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어쩌면 이혁은 그의 공간 안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리라. ● 현대도시는 그 자체로 가상현실-시뮬라시옹(simulation)이라고 보는 시각도 엄연히 존재한다. 아니 그렇다고 주장하는 '쟝 보드리야르'의 입장처럼 이혁이 만난 도시는 시뮬라크르화 되는 도시 - 실재이면서 가짜인 도시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표현되고 구조화된 이혁의 이미지는 실재를 반영하는 도시를 떠난다. 절개된 이미지는 도시의 현상에서 출발하여 도시를 향하지만 그 드러난 도시에는 도시가 없다고 발언하는 것이다. 없는 것에서 남아 있는 것은 구조들이다. 그 구조는 유동적이며 가변적이다. 그 구조도 시뮬라크르의 끝없는 순환의 방식으로 흘러간다. 도시를 표현대상으로 삼지 않는 이미지 속의 이미지, 즉 지시 대상도 테두리도 없는 끝없는 시뮬라시옹의 순환 속 시뮬라크르이다. 이 시점에서 작가는 무언가 감추는 것으로부터, 아무것도 없음을 감추는 것으로의 어떠한 전환을 꿈꾸는 것이리라. ■ 이호영

Vol.20080916e | 이혁展 / LEEHYUCK / 李赫 / 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