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llusion

최선주展 / CHOISUNJOO / 崔善珠 / mixed media   2008_0906 ▶ 2008_0928 / 월요일 휴관

최선주_Deer Hunting 04_디지털 프린트, 리넨에 혼합재료_80×130cm_2008

초대일시 / 2008_0906_토요일_05:00pm

오프닝 이벤트 『젊음이 있는 음악회』 일시 / 2008_0906_토요일_06:00pm 장소 / 금산갤러리

기획 / 금산갤러리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더 차이 Gallery The CHAI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55-44 (법흥리 1652-180번지) Tel. +82.(0)31.942.5429 blog.heyri.net/andrechk

금산갤러리가 기획한 『The Illusion』展은 최선주의 세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여성적인 이미지와 색감, 그리고 독특한 마티에르로 몽환적인 감성을 표현하는 최선주의 작품 20여 점이 선보인다. 최선주의 작품에는 가방, 라디오, 구두, 거울, 향수병, 등불, 축음기, 인형, 오르골 같은 일상적 사물들이 반복적으로 화면에 등장하는데, 이들은 마치 꿈 속에서 보이는 듯 화면 여기 저기에 자유롭게 위치한다. 특히 사물이 마치 유체이탈 한 것처럼, 사물의 형상과 그 윤곽선을 따로 떼어내어 어긋나게 배치하는 방법은 그녀의 작품에 초현실적 감성을 더한다. 이러한 사물들은 원래의 구체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작품에서는 그 자체가 일종의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기호들로 작용한다.

최선주_Doll & Chair_아크릴채색, 디지털 프린트, 리넨에 혼합재료_30×30cm_2008

새장과 구두는 가방과 함께 일탈성과 설레는 마음을 암시하며, 거울과 향수병은 나르시즘과 자기반성적인 계기를 상징한다. 어둠을 밝히는 등불과 축음기는 라디오와 함께 종교적인 메타포를 상기시키며, 인형과 오르골은 꿈을 떠올리게 한다. 이 가운데 인형과 오르골은 아예 더 잘 꿈꾸게 하기 위해, 꿈을 돕기 위해 고안된 사물들이다. 거대한 뿔을 가진 사슴은 작가가 꿈꾸고 있는 것, 꿈꾸었던 것, 혹은 비밀스럽게 간직하고 싶었던 내면의 모든 요소들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최선주_Deer Hunting 05-Reflection_디지털 프린트, 리넨에 혼합재료_160×130cm_2008

첫 번째 개인전이 『유혹(allurement)』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꿈 꾸는 듯한 신비함과 여성적 부드러움을 강조했다면,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신작에서는 한 발작 더 나아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성찰적인 태도에 좀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는 신작에서 가장 중요한 모티브인 '사슴'으로 표현된다. 이전의 작품에서도 사슴은 종종 등장했지만, 작품의 중심은 아니었다. 그러나 신작 「Deer hunting」 시리즈에서 사슴은 화면의 중심에서 성장한 나뭇가지처럼 보이는 큰 뿔 위에 갖가지 사물들을 단 채로 관람자들을 응시한다. 한편 유심히 보면 그림자로 보이는 사슴은 뿔이 자라지 않은 어린 사슴이다. 이 어린 사슴의 그림자는 거대한 뿔을 가진 성장한 사슴의 모습과 대조되면서, 현실과 이상,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 외형과 내면 같이 작가 자신이 바라보는 자아의 양면적인 모습을 표현한다.

최선주_The Tree of Knowledge 011-of Good and Evil_패브릭, 리넨에 디지털 프린트_135×180cm_2008 최선주_The Tree of Knowledge 012-of Good and Evil_패브릭, 리넨에 디지털 프린트_135×180cm_2008

한편 세계를 이해하는 양면적 시선은 대칭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Deer hunting 051-Reflection」과 「The Tree of Knowledge-good and evil」 같은 작품에서 화면은 원래 반으로 포개져 있었던 것처럼 완벽한 대칭을 이룬다. 제목 「Reflection」이 나타내듯이, 한 쪽은 다른 한 쪽이 존재함으로써 발생하는 그것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의 작품들이 다양한 상징성을 지닌 사물들을 통해 잃어버린 것들, 상실한 것들, 돌이킬 수 없는 것, 이루어질 수 없는 꿈 그 자체에 대한 작가의 애착을 표현했었다면, 신작에서는 꿈과 현실, 선과 악 양쪽 모두를 이해하는 중심에 있는 자기 자신을 위치시킨다. 작품에서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 외형과 내면, 선과 악의 대립은 역설적으로 서로를 비추는 거울과 같이 표현된다. 최선주는 화면에 일정한 마티에르를 조성한 다음 그 위에 사물의 디지털 이미지들을 전사한다. 마지막으로 화면에 붓으로 직접 색을 덧칠하는 작업을 통해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는 디지털 이미지들에 회화적인 느낌을 보완한다. 디지털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최선주의 작업은 작가 개인을 넘어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잠재돼 있는 무의식과 욕망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 김혜영

Vol.20080906a | 최선주展 / CHOISUNJOO / 崔善珠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