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08_0730_수요일_06:00pm
기획 / 사진전문 갤러리 나우 후원 / 서울예술대학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나우 GALLERY NOW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2-13번지 성지빌딩 3층 Tel. +82.(0)2.725.2930 www.gallery-now.com
모조적 양상과 라이프스타일을 엿보다 ● 1. 도시의 공간은 스타일(style)의 집합체요 전쟁터이다. 그것이 점유하는 범주도 매우 넓다. 고급과 저급의 영역을 가리지 않은 채로 유행과 트렌드화의 장치를 통해 구석구석까지 세밀하게 파고든다. 스타일은 당대의 사회 이념과 문화적 가치 혹은 계급적 이해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스타일이 향하는 지점은 우리의 눈과 몸이며, 그 종착지는 우리의 의식과 내면이다. ● 현대인들의 스타일적 삶에 대한 꿈과 환상은 어느덧 구조화된 욕망으로 뿌리를 내린듯하다. 사람들은 외향적 측면을 매우 중요시하며 타인의 반응에도 아주 민감하다. 특히 자신의 몸(body)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한듯하다. 그와 관련한 문화와 산업의 지형이 크게 확장되고 있음은 그 점을 반증하며, 이제 사람의 몸은 스타일의 주요한 거처로 자리 잡았다. 그런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더 이상 정신의 하부구조 정도로 여기지 않으려 한다. 이는 표면화된 현상 그 자체에 주목하고, 그것을 본질의 영역과 대등한 관계로 설정하려는 인식의 전환과 맥을 같이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몸과 스타일은 이제 타인의 시선과 의식을 향한 전략이자 주요한 무기가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 내가 스타일의 문제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주체들 간에 스타일적 전략을 매개로 해서 주고받는 정치 심리적 효과와 그 중심에 가로놓인 욕망(desire)이며, 그 토대로서의 문화와 그것을 매개하는 산업과의 상호적인 관계성과 문맥이다. 나는 여기에서 바바라 크루거의 잘 알려진 카피인 '나는 소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에 한 문구를 더해 나의 그런 관점을 축약해보고 싶다. '나는 스타일을 소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2. 내가 모조(Imitation)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멀리는 1990년대 중반이며, 가까이는 2003년경부터이다. 본 전시에서 선보일 몇몇 작품들(대중문화읽기 Collecting Mass Cult Context 인사아트센터 2003)은 조화상가(강남 고속터미널 지하도)에 진열된 모조품들을 만난 우연한 경험으로부터 나왔으며, 이번에도 동일한 맥락의 작업이 이어졌다. 2003년 당시 모조물들을 대한 나의 느낌은 실로 각별했었다.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사실적인 재현성과 그로부터 오는 싸한 기운, 감상거리의 차이에서 리얼하게 감지되기 시작하는 진짜와 가짜 사이의 절묘한 경계와 착시적 모호성, 그럼에도 불빛 아래에서 각기의 자태를 화사하게 뽐내던 그것들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상가의 공간을 휘감은 플라스틱과 도료와 접착제의 냄새가 섞인 썩 내키지 않는 향취와 더불어 어설프거나 과한 모양의 모조물들도 눈에 들어오긴 하였으나 그 인상을 반감시키진 않았다. 오히려 바로 옆에 위치한 생화가게들과의 기묘하고도 역설적인 대비는 그것을 더욱 고양시켜주는 듯했다. 또 모조물 각 부위의 절묘한 조립상태가 우리에게 구조화되고 일상화된 대량생산과 소비의 체계를 떠올려준 점도 무척 흥미로웠다. 그런 인상은 비단 꽃, 과일, 식물류 등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 기운은 근처에 진열된 인조가발과 머릿결에도 함께 이어졌다. ● 실상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모조물이 내게 그렇게 생경하게 비춰진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 그것을 매개로 해서 실제와 허구의 경계가 상당히 모호하고 불명확해진 현대사회와 문화의 일면에 대해 불연듯 떠오른 어떤 각성이거나 그런 면모의 실체를 함축적으로 체험할 시에 오는 어떤 시지각적인 충격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것들이 결국 어디론가 퍼져나가 환경을 구성하면서 우리의 신체와 의식의 일부를 이뤘을 거라는 사안에 내포된 의미의 심중함 또한 마찬가지일 게다. 그래서 나의 모조에 대한 주 관심사는 결국 그런 과정에서 형성되는 문맥을 들여다보는 일로 귀착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작업의 출발은 그런 사물들의 리얼한 물질성과 생경한 기호 이미지 그 자체를 통해 거기에 담긴 표상성을 들춰보려는 일로부터 시작되었다. 한편, 예술(행위)의 초석이자 전제로 오랫동안 회자되던 것이 바로 모방과 재현이다. 내가 모조와 같은 재현적인 기성품들로부터 그런 측면까지를 잠시 떠올려봤다면 지나친 오버일까?
3. ...분명 사람의 모습을 하고는 있으나 차가운 사물이고, 표정은 있으나 얼음처럼 스산하게 굳은 시선으로 일정한 방향을 응시하고 있고, 분명 형태와 부피가 있으나 무게감이 탈색되어 보이고, 그래서 마치 공중에 살짝 부양한 것 같은 무중력의 상태로 다가오기도 하고, 마치 슈퍼모델처럼 섹시하고 스타일리시하긴 하지만 다소 어눌하거나 과장되어 보이기도 하고, 계절마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의상들을 걸치고 있으나 실상 거기에서 소외되어있고, 마치 사진에서의 정지된 것들처럼 그냥 그대로의 제스처로 시종일관하게 서있고, 세련된 빛으로 밤에 더욱 빛나고, 그래서 우리의 시선을 강하게 흡인하고, 그럴 때마다 그것들이 초현실적인 존재이거나 신상의 이미지로 비춰지기도 하고, 조각품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 이는 내가 도시의 거리나 번화가를 지날 때마다 마주치는 윈도우의 마네킹에 대해 떠올려지던 소감이다. 내게 마네킹은 꽤 흥미로운 대상이다. 마네킹은 스타일의 전사요 상품화의 첨병이다. 그리고 대중문화를 수놓는 표상적인 아이콘 중의 하나로 회자된다. 그것은 특히 밤에 더 두드러져 보인다.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자태의 분위기는 윈도우에 설치된 조명에 의해 더욱 고양된다. 이때 윈도우 장치의 유리벽이 조성하는 불가피한 거리감도 그런 물신성을 더욱 부추겨준다. 그런 상태로 끊임없이 거리를 응시하는 그 이미지가 지향하는 바는 아마 결핍심리의 조장과 욕망의 호명일 게다. 그렇게 빛을 매개로 해서 스타일리시한 오브제와 마네킹이 함께 병존하는 쇼 윈도우의 독특한 구조와 그로부터 연출되는 성상과 같은 지배적인 감각의 이미지는 다분히 중세적이다.
4. 평소 나는 이미지와 텍스트의 결합이나 혼용을 즐기는 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인데, 인물이나 오브제의 연출이미지에 텍스트를 가미한 방식이 작업의 주를 이룬다. 시각적 긴장이나 대비효과의 부여를 빛과 색채의 활용, 오브제 연출, 화면 구성, 텍스트 설정과 편집 등의 작업과정에서 주안점으로 설정했다. 작품에 사용한 텍스트를 정할 시에는 제목의 역할을 하게 함과 아울러 작업개념을 은유적이고 비유적으로 드러내게 함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화면이미지와 개념 간의 조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지각적인 긴장을 일정하게 유발시켜줌에 비중을 두었다. 또 화면에 구사된 빛과 색채의 감성적인 힘을 적절히 제어하는 균형추로서의 역할 외에도 오브제이미지의 문맥적 표상성을 부각시키거나 암시하는 기능을 함께 부여해보려 했다. ■ 이강우
Vol.20080729c | 이강우展 / LEEGANGWOO / 李康雨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