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D END

오숙진展 / OHSUKCHIN / 吳淑眞 / painting   2008_0723 ▶ 2008_0729

오숙진_6인가족_캔버스에 유채_97×206.6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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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08_0723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갤러리 31 GALLERY 31 서울 종로구 관훈동 31번지 Tel. +82.(0)2.732.1290

수면을 따라 흐르는 이야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따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필요한 만큼의 오브제들, 그리고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여백. 화폭은 이중의 평면이고 만약 내가 작가와 대화하기를 거부했을 때 숨을 수 있는 공간이 그 안에 마련되어 있지 않다. 마치 찻잔을 사이에 두고 서로 눈길을 돌리는 위태로운 연인들처럼. 공기는 어둠마냥 무거워지고 어디에도 출구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몸은 하나의 차원을 잃고 평면 속에서 쏘아 오는 듯한 시선을 응시해야만 한다. 지독히 넓게 펼쳐진 수면 밑으로 침몰할 수라도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이 여울에선 얼굴이 바닥에 닿아도 뒤통수는 이미 수면 위로 떠올라 있다.

오숙진_Dead end 3_캔버스에 유채_54×54cm_2008
오숙진_Dead end 4_캔버스에 유채_54×54cm_2008

작가의 그림은 지독하게 이야기를 건넨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이미 완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느 것도 완성되어 있지 않다. 그림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보는 이의 손발을 묶어 옴짝달싹 못하게 하지만 그 답답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한껏 눌려진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어느 것도 정해지지 않은 평면 위를 자유롭게 부딪치며 유쾌하게 도망 다닌다.

오숙진_바람의 궁전1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07
오숙진_위험B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07

그래서 이 그림들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작가의 이야기가 잔혹스러울만큼 드러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다시' 이야기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으며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스스로도 기다리고 있다. 평면이 허용하는 속됨과 성스러움의 좌표 속에서 작가의 이야기는 작가가 즐겨 다루는 오브제만큼이나 짓궂은 표정으로 흐트러진 상징들이 다시 정돈되기를 기다린다. ● 질식과 분방함을 거쳐서 나타나는 것이 무엇일까? 숨찬 이야기가 거친 숨을 돌려 세울 때 그것은 이제 평온한 평면을 따라 흐르는, 수면을 따라 흐르는 고요한 이야기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것은 작가가 아닌 보는 이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오숙진_의심 1305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07
오숙진_의심 1306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07

「의심1306」은 다른 여느 그림들만큼이나 폭력과 억압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야기가 폭력과 억압에 관한 것이기에 작가의 그림이 다가오는 방식인 '질식됨'의 감각은 그것이 비록 유쾌함은 아닐지라도 너무도 솔직하고 정당한 것이다. ● "그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 나도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 서로가 곧 이해했던 것은 / 다만 수렁 속에 같이 있을 때뿐이었다" (H. 하이네) ● 그렇다. 유쾌함과 환희 속에 어떻게 폭력과 억압을 이야기할 수 있으랴. 아니 이야기할 수 있지만 어찌 '다시 이야기할'수 있으랴. 「의심1306」은 1992년 동두천에서 주한미군 케네스 마클이 미군 클럽 여급이었던 윤금이씨를 살해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연작 중 하나이다. 작가는 이 그림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과 그 폭력을 해체하기 위한 상징 간의 긴장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pallus로부터 소외된 여성이 아니라 womb을 가진 여성을 묘사한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고 역사를 역사로 기록될 수 있게 하는 성스러운 존재인 womb이 남성의 폭력에 의해 모욕되어 치욕의 상징이 되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이 비극적 사건을 여성 자신의 이야기로 가져오고자 시도한다. 그리고 이 시도는 폭력, 억압 그리고 모욕을 공감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 이인규

Vol.20080723b | 오숙진展 / OHSUKCHIN / 吳淑眞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