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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08_0620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게이트 갤러리 GATE GALLERY 서울 종로구 가회동 1-5번지 경남빌라 상가 1층 Tel. +82.(0)2.3673.1006 www.gategallery.kr
존재에 대한 의문, 그 성소(聖所)의 화면 ● 인간이 인정하고 있는 합리적 실재(實在) 너머를 바라보는 가장 이상적인 거울이 바로 예술이다. 현실을, 자연을 가장 훌륭하게 재현해 내는 것도 예술이지만 보이지 않는 신비한 세계를 드러내는 것 또한 예(미)술이다. 미술은 바로 이 두 관점이 충돌하면서 생긴 에너지의 역사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 두 관점은 서로를 적당하게 포용 혹은 배척하면서 세계에 대한 비전을 드러낸다. 조미영이 바라보는, 혹은 생각하는 예술의 관점은 현실이나 자연의 재현 보다는 보이지 않는 세계, 순수로 가득 차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있는 세계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예술이 그것을 구현할 수 있다는 후자의 관점이 강하다. 즉, 그는 자신이 그려내는 작품이 미지의 세계로 인도할 것이며, 그것을 비추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으리라는 그리하여 전체가 함께 호흡하듯 세계를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미 언급했듯이 조미영의 작업을 통해 우리가 만나는 것은 실재의 세계를 넘어선 이상의 세계에 도달하고자 하는 그 무엇이다. 주로 알과 깃털의 이미지들을 통해 의인화된 세계는, 그의 화면은 잔잔하면서 초월적인 느낌을 전해준다. 잘 훈련된 기술로 대상을 적극적으로 재현하기 보다는 보이지 않는 감정에 의탁한 침묵 같은 번짐과 그 위를 유영하는 깃털은 흡사 잡으려고 하면 저만치 달아나 버릴 것만 같은 아슬함과 잡히지 않은 그 여분만 남겨져 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그의 작품은 이것이 실재라고 강요하지도 않으며, 이것이 미술이라고 강박하지 않는다. 그냥 스스로를 드러낼 뿐이다. 결국, 그의 작품은 합리적인 질서와 경험, 언어와 논리에 중독되어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이고, 현실에서 건져 올리지 못한 신비에 대한 현현(顯現)이기도 하다.
조미영의 작업은 전통 한국화의 재료와 기법들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다양한 재료의 쓰임과 선택은 현대미술에서 매우 자연스런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굳이 번거롭고 귀찮은 전통적인 재료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선현들이 바라봤던 이상적 세계관에 근접하려고 하는 시도로 읽혀질 수 있을 것 같다. 스스로를 통해 세계를 통찰하고 그 교감의 신비를 예술로 드러내고자 했던 좋은 전통들을 체화하고자 하는 노력 말이다.
그의 작업은 그 옛날 주술이나 마법처럼 하나의 영혼과 교감하는 일련의 행위처럼 신성하고, 인간의 내면에 깃들여 있는 잠재된 세계, 동시에 작가 자신의 내면 속에 있지만 전체가 함께 호흡하고 교감하기를 바라는 매개이다. 조미영의 이런 태도는 어떻게 보면 현대의 질병을 영적으로 치유하는 혹은 깊숙한 곳에 잠재되어 있는 잃어버린 감수성을 끌어 올리는 주술사를 떠올리게 한다. ■ 박준헌
Vol.20080619e | 조미영展 / CHOMIYOUNG / 趙美英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