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산한 것

김철환展 / KIMCHULHOAN / 金哲煥 / sculpture   2008_0613 ▶ 2008_0627 / 월요일 휴관

김철환_내가 생산한 것(12개입술)_입술껍질, 나무, 아크릴_111×225×51cm_2007_부분

초대일시 / 2008_0613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8:00pm(화,수,목 2시간 연장) / 월요일 휴관

소노팩토리 SONO FACTORY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6길 42 (동교동 204-54번지) 태성빌딩 1층 Tel. 070.7464.0315 www.sonofactory.com blog.naver.com/sonofactory

작업 형식이나 개념에 영향을 준 사건이나 계기가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 대학시절 몇 날 며칠의 밤샘 작업 후 집으로 돌아와 씻으려고 욕실에 들어가 앉아 있다 보니 향긋한 비누 향과 대조적으로 제 몸에서 나는 악취를 느꼈습니다. 그건 많이 배운다고, 착하다고, 부자라고, 부지런히 산다고 해서 안 나는 것이 아니란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모든 질문의 답이 해결되는 것처럼 에스키스가 떠올랐습니다. 비록 왜 사는지에 대한 답은 얻을 수 없었지만, 그 답을 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날 이후 알게 되었습니다. 그건 깨어 있는 정신으로 최선을 다해 살 때에만 가능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김철환_내가 생산한 것(12개입술)_입술껍질, 나무, 아크릴_111×225×51cm_2007

저 속에 들어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어떻게 만들었나요? ● 그건 모두 저의 몸에서 나온 각질, 머리카락, 털들과 피부 껍질들입니다. 몸에서 나온 것들을 가능한 한 원형에 가깝도록 재현했습니다.

김철환_내가 생산한 것-우주_머리각질(비듬), 유리, 코팅용지_85×85×2cm_2008

작품의 형태들이 다르긴 하지만 매우 흡사하군요. 그건 왜 그런가요? ● 반복에 관한 형식입니다. 우리는 어제와 똑같은 일을 하진 않고, 할 수도 없지만 매우 흡사한 패턴의 생활 반경을 가지죠. 그러한 내용의 표현 방식입니다.

김철환_내가 생산한 것(샤워찌꺼기)_샤워찌꺼기, 나무, 아크릴_144×40×40cm_2007

어떤 의도로 저 속에 저렇게 아니 저런 형태의 작품을 만들었나요? ● 일단 아주 귀하고 중요한 것들처럼 보이기 위한 형식입니다.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유형적, 무형적 창조와 반복된 노동을 작품의 주된 재료가 되는 각질들과 동일시했습니다. ● 당신의 작품재료와 사람들이 실제로 만드는 유무형의 것이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 ● 우리는 피부에서 때가 생겨나지 않게 할 수 없습니다. 역시 노동을 하고 창조해내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우습게 들리겠지만 사실이죠. 인간이 도구를 못 만들게 하는 일은 만드는 일보다 훨씬 힘이 들죠, 아니 그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우리가 누리는 것들은 부단한 노력이 만들어낸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론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란 거죠.

김철환_내가 생산한 것(손톱)_손톱, 나무, 아크릴, 황동 등_93×64×36cm_2005~7
김철환_내가 생산한 것(발톱)_발톱, 나무, 아크릴, 황동 등_91×50×27cm_2005~7

작품을 보다 보니 12와 30 같은 개수들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그것에 어떤 이유가 있나요? ● 작품 속의 샤워와 손톱, 발톱 등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물론 이유가 있습니다. 즉, 반복을 의미하는데 10진법, 12진법, 30진법 같은 흔히 사용되는 규칙을 기호로 사용했습니다. ● 그럼 그런 기호, 그러한 사이클은 당신 작품에서 무엇을 의미하며 결론은 무엇인가요? ● 우리가 겪는 반복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기 직전까지 멈추지 않고 일어납니다. 노동과 상상을 통해 만들어지는 무수한 것들과 몸에서 때가 생겨나는 것도 마찬가지죠. 작품은 궁극적으로는 삶 그 자체를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지속 가능하도록 충실하고 진실하려면 겸손하고 진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인간과 그 외의 것들과의 차이에 관해서입니다. 인간은 어떤 동물들보다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길 좋아하고 자연의 순리도 잘 따릅니다. 즉, 반복을 충실히 하죠. 먹고 싸고 노동하고······. 청소나 샤워처럼 씻고 난 동시에 더러워지기 시작해서 다시 씻어야만 하는 것, 전 이러한 인간의 특징에 집중했습니다. 그러니까 더욱 인간적이기 위해선 이러한 인간적 특성에 충실할수록 좋은 인간에 가까워지며 이것이 지속 가능해지려면 진지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인간이 생산해낸 것들에 관한 과장과 오만함을 근본적인 형식을 통해 의도적이 아닌 오히려 필연적이란 것을 동시에 이야기합니다.

김철환_내가 생산한 것(3개입술)_입술껍질, 나무, 아크릴_135×46×32cm_2008

내가 생산한 것 ● 대학시절 몇 날 며칠의 밤샘 작업 후 집으로 돌아와 씻으려고 욕실에 들어가 앉아 있다 보니 향긋한 비누 향과 대조적으로 몸에서 나는 악취를 느꼈다. 그건 많이 배운다고, 착하다고, 부자라고, 부지런히 산다고 해서 안 나는 것이 아니란 걸 그때 깨달았다. 그리고 모든 질문의 답이 해결되는 것처럼 에스키스가 떠올랐다. 비록 왜 사는지에 대한 답은 얻을 수 없었지만, 그 답을 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날 이후 알게 되었다. 그건 깨어 있는 정신으로 최선을 다해 살 때에만 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 내 입술껍질은 내 몸이 피부조직을 생산, 재생이라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낸 생산물이고 그걸 감싸고 있는 케이스는 재료를 깎고 다듬고 하는 과정을 통해 나온 노동의 생산물이다. 다시 말해 몸의 내부적 외부적 노동을 통해 나온 생산물인 샘이다. 의미적으로는 둘 다 생의 시작부터 끝에 이르는 동안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결과물이면서 형식적으로는 그러한 대상을 바라보는 입장의 상징화이다. ■ 김철환

Vol.20080613d | 김철환展 / KIMCHULHOAN / 金哲煥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