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또 다른 시각에서 본 영원한 자연-손에서 몸으로, 자연으로 The Human Body, Eternal Nature to see as another Vision -From hand to body, and to the nature

안종임展 / AHNJONGIM / 安鍾任 / painting   2008_0528 ▶ 2008_0603

안종임_영원한 자연Ⅰ_Eternal Nature Ⅰ_장지에 수간채색_51×76cm_2008

초대일시 / 2008_0528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30pm

동덕아트갤러리 DONGDUK ART GALLERY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68 동덕빌딩 B1 Tel. +82.(0)2.732.6458 www.gallerydongduk.com

동양화에서 인물화는 일정한 틀을 가진 정형(定型)인 경우가 많지만, 현대에는 그 시각이 다양해지고 있다. 그만큼 대상에 대한 본질의 파악이나 욕구가 다양해지고 있는지 모른다. 나는 최근 종래에 인간의 형체 뿐 아니라 인체의 부분이나 색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것을 작업으로 진행시키면서 대상의 다양한 면을 표출하고 있다.

안종임_영원한 자연Ⅱ_Eternal Nature Ⅱ_장지에 수간채색_51×76cm_2008

몸 - 내면의 창(窓) ● 사람들은 누구나 각자의 내면을 드러내는 창(窓)을 갖고 있다. 바로 우리의 '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것이 아마도 메를로 퐁티의 몸의 현상학의 주안점이리라 생각한다. 몸은, 한편으로는,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을 그대로 드러내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의 움직임과 변화를 느끼고 받아들이는 소통의 창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사람의 몸 중에서 특히 지문이나 피부의 주름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놀라움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우리의 삶의 역사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의 표시요, 역사인 손의 주름 ● 신(神)은 모든 개인이 자신의 운명을 자각할 수 있도록 그 손바닥 위에 표시(sign)를 해두었다고 한다. 손은 인간이 살아있는 한 계속 사용한다. 그 결과 생긴 손의 주름은 누구나 반드시 가지고 있지만, 얼굴만큼이나 다양하다. 여기에서 '사인(sign)'이란 암호나 전조를 의미하는 일종의 암문(暗文)이요, 동시에 그 인간의 역사이다. 이러한 손의 주름들은 각자 개개인의 운명, 건강 등...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곳까지 예측하게 하기도 하고 판단할 수 있게도 한다.

안종임_영원한 자연Ⅲ_Eternal Nature Ⅲ_장지에 수간채색_162.2×260.6cm_2008

손에서 인체로 ● 인체의 한 부분인 손을 확대한 이미지로 화면 가득히 그리면서 새삼 느끼게 된 점은 서로 같아 보이면서도 다른, 다양한 선들의 조합과 변화였다. 이처럼 피부나 주름의 표현은 때로는 반복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반복에서 벗어나 무한한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이처럼 손의 주름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해 인체의 다양한 모습들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던 것은 어쩌면 아주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손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이 인체의 부분에서 포착되어 나에게 또 다른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피부의 색을 떠나 생경한 색을 사용하게 된 것도,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된 인체의 부분들에 대한 표현이었다. 마치 서양의 추상에서나 가능했던 우리의 몸이 세분화 된, 다양한 유형의 이미지로 표현 될 수 있을 것 같았고, 몸의 부분들이 자유롭게 떠다니는 우주의 원소들 만큼이나 조각조각 분해되어 어떠한 필연성과 논리적 연계성 없이 자유롭게 결합하는 것도 가능해 보였다. 따라서 나의 화면은 몸의 각 부분들이 이질적이고 경이롭게 만나는 장소로 기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동양화에서 함의(含意)와 은유가 많이 사용되듯이, 직접적으로 형상을 드러내기 보다는 은유적으로 어떠한 대상을 표현하고 싶다. 그러한 발상에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형태의 변형이나 표현 방법 등을 통해 다른 이미지로 보여 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즉, 어떠한 대상 안에 있는 다양한 선들과 색의 조화를 통해 그들 형이 갖고 있는 조형적 법칙성을 발견하고, 그 법칙에 따라 이제까지 조형적 조작에서 미처 발견되지 않은 형태로 표현한다면, 다른 이미지로의 발상의 확대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안종임_영원한 자연Ⅳ_Eternal Nature Ⅳ_장지에 수간채색_162.2×260.6cm_2008

현대인의 다각화된 인체의식으로 ● 현대인은 기존의 인체와 다르게 인체를 인식하는 듯이 보인다. 인체에 대한 자유로운 시각에 의한 표현은, 서양에서는 피카소의「아비뇽의 처녀」처럼 옆면, 앞면을 해체하고 붙인다든가, 헨리 무어의 시각을 달리 한 인체조각에서부터 계속되었다. 나도, 칸딘스키가 주장했듯이, 회화에서 가장 원초적인 점 ? 선 ? 면의 회화의 기본적인 원리를 이용하여 우리에게 익숙한 '몸'의 이미지를 표현하되, 형상성 ? 비형상성에 구애받지 않는, 어떤 상징적인 이미지로 표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기존의 인체가 가지고 있던 색채가 아닌, 다른 사물이나 풍경을 연상시켜 줄 수 있는 색채와 표현 방법을 통해 우리의 몸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함으로써 인체의 이미지의 연상을 다양화 하고자 했다. 즉 인체의 일부를 확대하여 표현하되, 일반적인 형태의 이미지와는 다른 이미지가 느껴지도록 표현한다면 아마도 우리 몸에 대한 인식의 확대가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의 그림에서 인체의 이미지는 산이나 바다가 될 수도 있고, 그 어떠한 것으로도 재생산이 가능한 무한한 소재이다.

안종임_영원한 자연Ⅴ_Eternal Nature Ⅴ_장지에 수간채색_130.3×193.9cm_2008

'몸'의 이미지를 떠나 상상의 여행으로 ● 예술은 상상력의 산물이다. 내가 몸이 가지고 있는 고정된 색을 떠나 어떠한 사물이나 풍경 등을 연상시키는 색채를 인체에 사용하거나, 또 다른 인체의 일부를 그려 넣음으로써, 보는 사람들은 인체에서 시작하였지만, 상상력으로 인체를 떠나 시각적 유희를 시작할 것이다. 다양하면서도 새로운 '몸'의 이미지의 상상이 시작될 것이다.

점의 중첩: 가까이서, 또는 멀리서 - 자유로운 상상의 유희로 ● 더욱이 단순한 소재 중심의 극사실적 기법에 머물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아가, 회화가 갖는 2차원의 평면성을 점의 중첩을 통하여 기존의 회화에 대한 또 다른 해석과 시각을 담고자 하였다. 나의 그림은 가까이에서 볼 경우와 멀리서 볼 경우 대상이 달라 보일 것이다. 멀리서 보면, 어떤 때에는 인체의 한 부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연 풍경 같기도 하여, 이미지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숨은 그림 찾기와 같은 놀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안종임_영원한 자연Ⅵ_Eternal Nature Ⅵ_장지에 수간채색_193.9×130.3cm_2008

다크 그린을 사용한 영원의 표현 ● 나의 작업은 대상의 재현보다는 붓의 흔적으로 어떤 이미지를 창출(創出)하는 것이다. 붓의 터치를 사용하여 거친 듯한 질감이 나오기도 하지만, 한지의 특성인 스며드는 푸근함이 있기도 하다. 신록의 산뜻함이나 싱싱함을 연상시키는 녹색 계열을, 그중에서도 서양에서 '에버 그린(ever green)', 즉 '영원'이라는 뜻의 다크 그린(dark green)을 비롯하여 다양한 녹색의 층을 사용함으로써, 우리가 산수자연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안정감과 영원성을 표출하려고 노력하였다. 또 직접적으로 뚜렷한 선을 그리기보다 조금은 은유적인 점(點)을 이용해 형상을 드러냄으로써 인체의 한 부분에 대한 이미지라기보다는 보는 이로 하여금 다른 어떤, 다양한 것을 연상시키고 싶었다. 그것은 내가 형상의 해체를 유도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 안종임

Vol.20080528g | 안종임展 / AHNJONGIM / 安鍾任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