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경치

임동식展 / RIMDONGSIK / 林東植 / painting   2008_0528 ▶ 2008_0610

임동식_거북이_캔버스에 유채_182×227cm_2005

초대일시 / 2008_0528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09:30am~06:30pm / 일요일_10:00am~05:00pm

이화익 갤러리 LEEHWAIK GALLERY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67(송현동 1-1번지) Tel. +82.(0)2.730.7818 www.leehwaikgallery.com

이화익갤러리는 충남 공주에 거주하며 자연을 벗 삼아 자연의 모습을 그려나가는 작가 임동식의 회화 30여 점을 선보이는『사유의 경치』전을 마련하였다. 「사유의 경치」라는 전시제목은 사유의 프레임을 통해 본 경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경치를 바라보고 음미하는 주체로서의 임동식, 즉 그의 사유의 결에 의해 재구성된 자연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10년간 독일에서 유학한 임동식은 대전지역에서 국내 최초의 야외설치 미술그룹 운동인 '야투'(野投, 1981년 창립) 프로젝트를 통해 자연설치, 퍼포먼스, 개념미술 등 자연미술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임동식은 현장의 자연물과 더불어 작업하는 야외 자연 현장미술에 몰두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그 시절의 생각과 느낌을 되살리는 그림들을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이화익갤러리는 그간 대전과 부산 등지에서 간간히 선보인 유화작업들을 모아 임동식의 작품세계를 처음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임동식_토끼_캔버스에 유채_182×227cm_2005

임동식의 그림들 상당수는 자신이 예전에 실제로 퍼포먼스를 했던 장면들을 바탕으로 하여 이를 회화로 옮겨놓은 것이다. 일종의 기록물, 즉 도큐멘타적 성격을 갖는데, 실제로 자연물과 더불어 작업을 해온 오랜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회화들은 자연과 그가 일체된 모습 을 보인다. 예를 들어「거북이」(도판 1)라는 대형 작품에서 작가는 발가벗은 채 거북이를 등에 업고 거북이처럼 땅을 기고 있는데, 동물흉내를 내거나 연기하는 것을 통해 거북이와 자신을 동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로부터 거북이처럼 느린 삶의 방식이나 태도가 갖는 의미를 되새겨 보고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재고하게 한다. 또 다른 그림 「토끼」(도판 2)에서 작가는 양쪽 귀에 나뭇잎을 갖다 댄 자세로 서 있는데, 그 나뭇잎이 흡사 크고 넙적한 토끼의 귀와 같다. 이처럼 작가는 동물(자연)을 흉내 내고 연기하는 행위를 통해 자연에의 동화현상과 그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다.

임동식_아기소나무와 마주한 생각_종이에 유채_74×104cm_1998

자연을 흉내 내는 행위는 나아가 자연과의 교감을 시도하는 보다 적극적인 형태로 보이기도 하는데, 헐벗은 산에 식수된 아기 소나무와 가부좌 자세로 마주 앉은 작가를 형상화한 그림「아기 소나무와 마주한 생각」(도판 3)에서 소나무의 솔잎과 작가의 수염이 끈으로 묶여 서로 연결되어있다. 임동식은 이런 제스처를 통해 자연과 하나 되는 어떤 경지를 이념적으로 표상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을 흉내 내고 자연과 교감하는 행위를 통해 궁극적으로 자연에의 동화를 꾀하는 작가에게 자연은 영적인 존재로 다가온다. 즉, 임동식의 회화에는 영적 존재로서의 자연을 대하는 작가의 자연관이 드러나 있으며, 존재의 근원으로서의 자연을 향한 그의 깊은 경외감이 묻어나 있다.

임동식_풀밭을 달려온 사람들_캔버스에 유채_90.5×116.5cm_2006~7

퍼포먼스 장면을 회화로 옮겨 그린 작품들 속에 실제로 작가 자신이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그 이면에 자연과 동화된 삶을 살아가려는 작가의 이념과 가치관, 그리고 삶의 태도가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 임동식의 회화는 그려진 소재와 작업의 주제, 그리고 본인의 삶의 양태가 일치된 자화상의 형식으로 읽혀질 수 있다. 자연에의 동화현상을 꾀하는 일련의 그림들은 「풀밭을 달려온 사람들」(도판 4)과 같이 반문명적이고 원시적 형태의 인간의 모습으로까지 극대화되기도 한다. 작가는 인류가 문명화되기 이전의 시대로 되돌아간 것으로 가정하고, 그 삶의 양상을 흉내 내고 재현한다. 선사시대 사람들이 살았던 방식대로 동굴인의 삶을 재현하는가 하면, 당시 사람들이 수렵하는 모습을 재현하기도 한다. 이는 자연회귀사상이나 반문명적 비전에 바탕을 둔 작가의 관념을 극화하고 있는 것으로, 발가벗은 채 이끼를 너울거리는 천처럼 펼쳐 보이는 사람의 제스처를 묘사한「이끼를 든 사람」(도판 5)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임동식_이끼를 든 사람(Triptych)_캔버스에 유채_218×367.5cm_1993~2004

한편 임동식은 목욕탕 정경을 소재로 한 그림들을 선보이는데, 이런 작품들 또한 작가의 자화상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이념과 가치관이 투사된 은유적 표현으로 읽을 수 있다. 목욕탕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작가 자신의 변형이거나 변주된 유형으로 볼 수 있으며, 따라서 다분히 자전적이고 개인사적인 그림들이다. 작가는 욕조의 물을 강물삼아 그 위에 종이배를 띄우며 노는가 하면 사념에 잠기기도 한다. 지나간 유년시절에 대한 그리움의 표출과 함께 발가벗은 사람들을 통한 자연인으로의 회귀, 그리고 상실한 자연성을 회복해야한다는 바람이 담겨있다. 또한 임동식의 작품에는 동일한 소재를 계절별로 그린 시리즈 그림이 많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점의 시리즈작인「친구가 권유한 금강풍경」(도판 6), 봄, 비 내리는 여름, 그리고 두 점의 겨울작품「친구가 권유한 고목」(도판 7)은 같은 자리에서 바라본 풍경을 통해 계절변화에 따른 자연의 순환원리를 보여줌과 동시에 임동식의 깊은 관찰력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느낄 수 있다.

임동식_친구가 권유한 금강풍경-여름_캔버스에 유채_90.5×116.5cm_2003~6
임동식_친구가 권유한 고목-겨울_캔버스에 유채_73×91cm_2004~7

일상이 예술이고, 예술이 일상인 삶을 꿈꾸는 작가 임동식의 작업에는 길 잃은 토끼를 보살피고 화초를 가꾸는 작가의 일상, 그리고 이를 그림으로 옮겨 그리는 작가의 행위(예술)가 경계를 잃고 어우러져 있다. 예술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일상적인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며, 나아가 삶 자체가 예술과 동격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연과 동화된 삶, 일상 속에서 자연의 생태를 실천하는 삶을 영위해나가는 임동식의 그림들은 변화하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것을 향유하는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 이화익 갤러리

Vol.20080528f | 임동식展 / RIMDONGSIK / 林東植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