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pm~06:30pm
갤러리 미즈 Gallery MIZ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461(경운동 89-4번지) SK HUB빌딩 101동 B105 Tel. +82.(0)2.722.8005 gallerymiz.com
「따로 놀기」, 외로움을 넘어서는 길 ● 최은정은 이곳을 보면서도 늘 저곳을 보는 작가이다.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도 우리가 아닌 그들을 보는 작가. 작가의 이런 이중성은 그의 작품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매끄럽고도 투박한 돌의 질감이 그렇고, 만났다가 헤어지는 선이 그렇다. 그가 끼워 넣고자 하는 공간과 분리하고자 하는 공간은 곧 인간 내면의 모습이며 작가의 이중적 사유가 작품으로 표면화된 결정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곳과 저곳 사이의 거리는 최은정 안에서 결코 좁혀질 수 없는 절대 공간이다. 그 공간이 주는 외로움의 힘으로 작가는 작업을 한다. 그의 작품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단단함과 차가움에 갇혀 있다. 최은정의 '사람'은 말하지 않고 사유한다. 관객을 외면한 채 홀로 사유한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말하지 않는 사람. 똑바로, 거꾸로 혹은 옆으로 누워 오로지 그의 미간을 통해서만 외로운 무의식을 표출하고 있는 사람. 마음이 뒤틀리어 한 번 먹은 마음을 좀처럼 돌이킬 것 같지 않은 최은정의 사람, 사람들이다.
하지만 「따로 놀기」는 세상을 향한 작가의 단절 선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상에서의 최은정은 쉼 없이 누군가와 또는 무언가와 소통을 시도한다. 그는 이곳에 머물기만을 원하지 않고 저곳으로 떠나기만을 바라지도 않는 중간자이다. 어느 한 편에 속할 수 없기에 그의 외로움은 더욱 증폭된다. 그 외로움을 넘어서기 위해 작가는 끊임없이 이미지를 반복하고, 반복을 통해 힘을 얻는다. 고통과 연단을 통해 얻은 힘이기에 그 힘은 존재에 대한 긍정을 가능하게 하는 듯하다. 절대 고독의 최은정 '사람들'을 들여다보자. 그들은 단단한 틀 안에 갇혀 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최은정이 나누어 놓은 선 안쪽에서 화면 속 모든 물질들과 교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이 선 밖으로 내몰리는 적은 없다. 작가는 자신의 물질들이 사람과 소통할 수 있도록 이렇게 또 저렇게 선을 그어준 것이다.
최은정의 작품을 처음 접할 때 우리는 우리의 시각이 작품에 붙들리는 것을 느낀다. 작품에 드러난 세련된 기법과 이미지는 우리의 신경을 한동안 시각에만 머물게 한다. 그런데 우리의 눈을 충족시켜준 작품이 '사람'을 보여주는 순간, 우리는 곧 최은정의 '사람들'에게 귀 기울이며 청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그의 작품에서 무언가를 듣고 싶다는 열망은 우리의 청각을 온통 작품 안에 곤두서게 만든다. 그리고 수순처럼 촉각 신경이 도드라지게 되는데 그건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최은정의 손이 가지고 놀았던 수많은 재료들이 녹고, 굳고, 잘려나가고, 서로 붙는 과정을 통해 형상화된 그의 작품은 그 결이 우리 몸에 그대로 느껴질 만큼 생생하기 때문이다. 최은정이 만들어놓은 정지된 화면은 이렇듯 우리의 신경계를 현란하게 자극하며 외로움과 고독을 몰아낸 '소통'을 능청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작품이야말로 사람과 사물이 공존하는 곳인 동시에, 서로 다른 감각들이 조화롭게 녹아나는 현장이며, 함께 있어도 따로 있는 영혼들 간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세계라고 말할 수 있다.
그의 작품에는 세상이 걸려 있다. 소통이 걸려 있다. 현존하는 모든 '다른' 것들을 품어 안고 정면과 이면을 동시에 바라보는 작가만이 선사할 수 있는 선물 같은 작품들. 최은정의 작품들을 응시하며 우리가 어느새「따로 또 같이 놀기」를 하게 되는 이유이다. ■ 원영옥
Vol.20080516f | 최은정展 / CHOIEUNJEOUNG / 崔恩廷 / sculpture